한 줄 제목이 이토록 간절한 이유

2023.10.30 | 조회 5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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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 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청혼」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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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쓰고 있는 작은 시집이 있는데 그 책은 네가 내주어야겠다. 너를 보면 겨우 참았던 미련들이 다시 무장무장 일어날 것 같아." 2018년 암 투병 중이던 고 허수경 시인이 출판사 ‘난다’의 대표인 김민정 시인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시인과 같은 마음이 되기 위해 김민정 시인은 "머리가 아니라 몸에 기댄다"고 했다. 원고를 들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창가에 앉아 햇볕을 쬐고, 땅바닥에 앉아 보는 식이다. "뜨거움과 서늘함, 땀과 눈물이 몸으로 느껴지는 순간 원고에 한 줄기 빛이 내리듯 시집의 제목이 될 문구 하나가 내게 온다."

"시는 가장 외롭고 슬플 때 슬그머니 일어나 곁에 있어 주는 친구 같은 것이에요. 모든 것을 잃고 무너져 내린 한 사람이 어느 날 시집을 찾을 때, 제목만 보고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길 바랐어요."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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