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출판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쓰는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은 작가 가랑비메이커보다는 출판사 문장과장면들의 대표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일이 더 많지만 여전히 제게 가장 가까운 이름은 가랑비메이커, 제게 가장 편안한 자리는 쓰는 자리랍니다. 더 오래, 더 잘 쓰고 싶어서 조금 더 문장과장면들을 탄탄한 곳에 세우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죠.
일상에 문학을 더하는 글쓰기, 에세이 원데이 클래스
지난 토요일에는 인사이터에서 에세이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했어요. 주말 오전에 시작하는 오프라인 수업이 오랜만이라 어떤 삶과 이야기를 만나게 될 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날부터 잠을 설쳤지만, 수업 현장에서의 컨디션인 무척 좋았습니다.
이제 막 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이들의 눈빛 속에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떨림과 흥분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수업에서 만나는 이들의 눈빛만 보아도 그 흥분을 옮겨온 것처럼 제게도 이전과는 다른 글쓰기에 대한 열의가 생기더라고요. 자료와 이야기를 열심히 경청하고 바라보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글을 쓸 때 저는 이런 점이 어렵더라고요." "작가님은 어떻게 책을 내셨나요?", "제 이야기를 어디까지 보여주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솔직하고 꾸밈 없는 물음들을 들으며 이제 더는 궁금하지 않은 것들이 새롭게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이미 알았다고 오래 경험해왔다고 내가 놓쳐버린 물음표와 새로운 해답들은 무엇이 있을까. 수업이 끝나고 나서 이런 저런 자문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다양한 곳에서 길고 짧은 수업을 진행할 때면 언제나 멤버들의 특성과 수업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자료를 준비하고, 새 시즌마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업데이트하는 건 제가 쓰는 사람의 위치에서 이제 막 쓰기를 준비하는 이들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치는 일이기에- 이번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모인 물음들은 새해, 새롭게 시작되는 온라인 글쓰기 마라톤 <일상이 문학이 될 때>에 주요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쓰는 사람들의 고민은 언제나 조금씩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 비슷한 흐름과 연결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지점들을 발견할 때면 우리 모두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비슷하게 애쓰고 고민하고 있구나, 느끼고 애틋한 힘을 얻기도 해요. 그에 대한 응답으로 더 좋은 수업과 글을 전하고 싶어지고요.
계획대로라면, 원데이 클래스를 마치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가졌겠지만 수업을 마치자 쓰기에 대한 열의가 번져서 홀로 조용한 카페를 찾았습니다. 넓은 바의 맨 구석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펼쳐 있다가도 다시 새로운 문장을 써나가며, 그야말로 쓰는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렀어요.
내년에 출간될 책의 원고를 새로 쓰고 다듬으며, 수업을 통해 말로 전하는 것과 실제로 쓰는 삶 속에서 지켜나가는 것의 차이를 실감하는 시간이었어요. 긴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좀처럼 수식선을 그리는 성장을 마주하기 힘든 건 아마도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랗던 하늘이 깜깜해질 때까지 하얀 모니터에 까만 글자들을 새기며 가장 생생히 느꼈던 감정은 즐겁다, 였어요. 아무리 해도 쉬워지지 않는 일, 결국 아무리 해도 지겨워지지 않는 일이 여전히 나의 일이라는 것이 새로운 축복처럼 다가왔던 토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쓰는 자리에 오래 앉아 있다보면 엉덩이가 아프기도 하고 머리에 환기가 되지 않아서 잠시 몸을 일으켜서 스트레칭도 하고 잠시 방향을 바꿔서 읽는 자리에 앉습니다. 쓰는 자리와 읽는 자리는 때로는 아주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맞닿아 있다고 느껴요. 오래 글을 쓰고 책을 펴내기 위해서는 그 어느 자리도 결코 소홀히 할 수가 없답니다.
그리하여, 새해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문학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도록 온라인 에세이 마라톤 <일상이 문학이 될 때> 4기를 시작합니다.
일기장과 블로그에 갇혀있던 글이 서로의 시선 안에 머물 때,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다듬어 나갈 수 있을 때 하나의 문학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하는 에세이 마라톤입니다. 올해 5월, 6월, 7월 3개월 간 약 40명의 멤버들이 함께 300편에 가까운 글을 쓰며 서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새해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제는 읽는 자리에서 쓰는 자리로 옮겨보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주저 말고 함께 달리는 한 해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루 늦은 금주의 문장과장면들, 일곱 번째 레터를 보내드리며 작은 선물로 유튜브 클립을 공유합니다. 지난 12월 2일 퍼블리셔스테이블 D-1 day의 장면을 짧은 클립으로 담아보았어요. 앞으로 퍼블리셔스의 3일 역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나눌 예정입니다! (좋아요, 댓글과 구독!은 초보 유튜버 문장과장면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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