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의 주간 성찰'에서는 '직장인 철학자'라는 컨셉으로 8편의 연재물을 쓸 예정입니다. 갑자기 철학 이야기가 나와도 놀라지 마세요~ 직장인의 일상에서 철학적 의미를 찾아보려 합니다.
직업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런 고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그래서 이 일을 오래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잘 못 해서 욕먹는 건 아닐까?'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라는 게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일'이라는 단어가 너무 덩어리로 퉁쳐서 표현되다 보니 전체를 대표해서 좋다, 잘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직장인은 일을 한 덩어리로 처리하지 않는다. 여러 작은 업무(Task)가 모여 일(직무)이 된다. 서로 다른 일(직무)을 해도 기본적으로는 기획, 커뮤니케이션, 메일 쓰기, 문서 작성, 툴 사용, 프레젠테이션 발표, 보고와 같은 잘게 쪼개어진 일(작은 업무)을 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인 업무(위의 작은 업무, 공통 직무)는 같지만, 고객을 더 많이 만나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 실적을 올리는 게 영업직이고, 고객을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잠재 고객에게 영향력을 미쳐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하면 마케팅직이 된다. 이런 활동을 위해 회사 내부에서 사람을 지원한다면 인사직, 기술적인 업무를 처리한다면 개발직이 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둘 중의 하나만 찾아도 축복이라고들 말한다. 과연 그럴까? 공통 직무 중 일부를 좋아해도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할 수도 있고, 일부만 잘해도 자신이 잘하는 일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는 게 좋겠다.
일에 집중하여 보람을 찾고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안에 귀 기울여 보자.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이르는 삶을 향락적인 삶, 정치적인 삶, 관조적인 삶의 세 가지로 나누었다. 즐거움이 좋은 것이자 행복이기에 사람들은 향락적인 삶을 좋아한다고 봤다. 명예가 곧 좋은 것이며 행복으로 여기는 삶이 정치적인 삶이다. 명예란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자족적인 것이 아니며 타인의 인정에 달려있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조적인 삶이 참된 행복에 이르는 최고의 선이라고 했다. 관조적인 삶은 그 자체로 참인 진리를 알고 향유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향락적인 삶을 누린다. 쾌락적, 향락적이라는 표현이 거슬리지만 좋은 걸 어쩌란 말인가? 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자는 없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직업 선택의 시작점이다. 사실 재능을 타고난 게 아니고선 처음부터 잘하긴 어렵다. 좋아하기 때문에 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면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간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잘하는 일을 억지로 좋아하긴 어렵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정치적인 삶이란 명예를 목적으로 하기에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 잘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은 스스로 잘하는 것에서 출발하겠지만 결국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성과 평가도 결국 매니저의 인정이 아니던가? 좋아하는 일에서 시작하여 해당 직무에 풍미를 더할 스킬과 능력을 익혀, 경험을 쌓으면 잘하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한 걸음 더 내디뎌 가치 있는 일을 고민해보자. 그 자체로 참인 일이 무엇일까? 도덕적인 기준에 부합한다면, 분명 모든 일에는 가치가 있다.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세상에 없는 혁신을 끄집어내는 것 말이다. 자기 일이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다면, 적극적으로 가치를 부여해 보자. 분명 크지 않아도 작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전문성을 계발하고, 그 일에서의 가치를 찾아 행복을 얻자. 관조적인 삶을 일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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