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이사할 생각에 주변 친구들에게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 비교해 보고 결정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세 군데 정도 후보를 염두하고 첫 견적을 의뢰했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확한 설계도 없이 대략 견적을 받아 싼 곳을 결정한다고 해도, 나중에 조금씩 변경하면 금액이 달라지겠더라고요. 처음 방문한 업체와 2시간 동안 나눈 대화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히 비용을 따지는 게 아니라, 내 삶의 방식과 취향을 깊이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게다가 신뢰할 만한 지인의 추천까지 더해져, 망설임 없이 이 업체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기로 결심했어요.
계약서에 사인을 한 후에도,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다른 견적은 왜 안 받아봐?" "아직 늦지 않았어, 한 번 더 알아보는 게 어때?" 심지어 '셀프 인테리어'를 권하는 지인도 있었어요. 하지만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인테리어까지 감당할 여력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싶지, 인테리어 고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전문가의 손길로 만들어질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며 그냥 믿고 맡기기로 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며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겨났고, 견적 금액보다 점점 더 추가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이사할 곳이 엘리베이터와 가까워 중문을 달기로 했거든요. 사실 중문이 탐나긴 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말도 안 꺼냈거든요. 바닥이 장판일 거로 생각하고 받은 견적이었는데 마룻바닥이라 철거 비용이 추가되기도 했어요. 초기 견적은 신기루처럼 멀어져 갔고, 지갑은 점점 가벼워져 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새로운 공간을 위한 필연적인 투자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전까지의 이사는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집을 지어 이사했을 때도 재정적 제약으로 벽과 바닥만 있는 텅 빈 공간을 채우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어요.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제 삶을 담아낼 공간을 직접 디자인하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같은 건물 내 이사라는 이점을 활용해, 아침저녁으로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창가 쪽에 만들어질 저만의 크리에이티브 공간을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책상과 소품을 이리저리 배치했습니다. 그 순간, 완성된 결과보다 상상하고 꿈꾸는 과정 자체가 더 큰 행복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말 아침, 습관처럼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창문 너머로 매봉산의 나무가, 멀리로는 구룡산과 대모산의 푸른 능선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인테리어 비용에는 이 숨 막히는 전망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문득, 이 모든 과정이 단순한 '이사'가 아닌, 제 삶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여정이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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