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에는 덴마크어와 영어의 두 과정이 있는데요. 영어 어학 과정의 경우 사전 레벨 테스트로 5개의 클래스로 나눴습니다. 저는 아일랜드 출신의 제라드(Gerard) 강사 반이었는데요. 아일랜드 영어 발음에 익숙해지는 데 가장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 대사를 다 알아듣기는 여전히 어렵지만요. 표준화된 수업이 아니어서 강사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컸는데요. 영어 공부만을 위해 덴마크에 간 것은 아니었기에 크게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벨기에, 멕시코, 독일, 베트남, 파키스탄, 일본에서 온 10대-20대 학생들과 같은 반이었어요. 저는 토론과 액티비티를 원했지만, 이들은 문법과 단어를 더 배우고 싶어 했어요. 말은 잘하는데 문법과 단어가 부족한 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아마도 어릴 때부터 말은 자연스럽게 배웠지만,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아 선생님이 가르쳐주길 원했나 봅니다. 문법과 단어만 열심히 공부한 우리는 말을 못하니 달라도 너무 다르죠.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세 가지는 모두 영어 말하기와 관련한 것입니다.
첫째, 영어는 강세 시간(stress-timed)의 언어입니다. 구에서 강세가 있는 음절은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강세가 없는 음절은 그 사이에서 리듬에 맞추기 위해 빠르게 말해야 합니다. 그러니 will이나 the 같은 것들의 소리가 연화됩니다. 우리는 모든 음절을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하니 들리지도 않고 말해도 외국인이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아래 그림은 "Mum makes cakes."와 같은 속도로 아래 문장들을 발음해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크게 세 덩어리로 구분하고 한 덩어리에 투자하는 시간은 비슷합니다.
둘째, 말하는 구조입니다. 공통적인 주제로 회화를 연습하다 보니 취미를 많이 말하는데요. 구조에 맞추어 설명하니 전달도 잘되고 왠지 더 말을 잘하는 느낌이 듭니다. 영어뿐아니라 우리말도 이 구조대로 취미를 말하면 조리 있게 말하는 느낌이 듭니다.
o Favorite hobby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XX입니다. (주장)
o Where and when he does it 어디서 하고 언제 합니다. (장소와 시간)
o Clothes and equipment 어떤 옷과 장비를 사용합니다. (도구)
o What he likes about it 왜 이 취미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유)
o The best bit 취미 활동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XX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
셋째, 미래시제를 리마인드 했습니다. 미래시제에 관해서는 문법책에서 이미 많이 다룹니다. 가까운 미래, 먼 미래 이런 용어를 쓰기도 하고, 의지냐 계획된 미래냐 이런 구분으로 어렵게 알려주죠. 막상 말하거나 쓰려고 하면 be going to를 써야 할지, will을 써야 할지 애매해서 주로 will을 편하게 사용하죠.
핵심은 영어에서 will을 쓸 일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냥 미래시제는 없다고 생각해도 된답니다. 원어민 아닌 사람들이 will을 남용하는데, 원어민 입장에서는 의미는 이해하지만 말하는 상대가 원어민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다고 하네요. 이 말을 듣고 will을 쓰지 않으려 했는데 평소에 제가 will을 정말 많이 쓰더라고요. 의도적으로 be going to로 바꾸는 노력을 했습니다.
도대체 둘의 차이가 뭘까요? be going to는 예정되었거나 계획된 미래고 will은 주어의 의지 혹은 머리에 갑자기 떠올라 뭔가를 하려는 미래입니다. 다음 예시로 이해해 볼까요?
I'm going to / will
We’re out of coffee. I’m going to buy some. (계획, 예정) 커피가 떨어졌네. 좀 사야겠어.
We don’t have any milk either. 우리 우유도 없어.
Oh OK. I’ll buy some milk as well. (의지) 아 그래, 그럼 우유도 살게.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 원어민에게 물어보니 이런 의미는 처음 들어보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이 미래를 말하는 경우 처음엔 거의 be going to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번외로 하나 더 언급하자면, 영어 노래의 중요성입니다. 일도, 공부도, 뭐든 즐겨야 한다는 걸 제가 늘 강조하는데요. 영어 공부도 즐거워야 실력이 늡니다. 덴마크에 있는 동안 매일 한 곡 이상 함께 불렀는데요. 가사로 영어 문장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음악으로 위안을 받았어요. 한국에서는 매일 유튜브와 함께 부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영어 노래 부르기를 제 노션 루틴에 넣어버렸습니다. 매일 한 곡씩 부르면 영어도 향상되고, 노래 실력도 늘거라 기대합니다. 언젠가 노래방에서 팝송을 유창하게 부를 제 모습을 상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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