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ECB, Fed…유도리의 결말은?

앤츠랩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

‘유도리’란 말 자주 쓰시죠. 국어사전에 따르면 형편이나 경우에 따라서 여유를 가지고 신축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순화어로는 '융통'인데요, 위기 상황에선 ‘임기응변’이란 말로 대체할 수도 있겠네요.  

이번 주 시장은 스위스와 유럽 정부의 ‘유도리(임기응변)’로 인해 명암이 갈렸죠. 원칙을 벗어난 추가적인 예금 보장에 웃고, 시장의 상식을 벗어난 신종자본증권(AT1) 상각으로 울었죠.      

사실 원칙과 신뢰라는 가치가 굉장히 중요한 금융 산업에서 이런 일들이 잇달아 벌어진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데요, 그만큼 지금이 위기 국면이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인데 매뉴얼대로만 구조할 수 있나요. 일단 뛰어들어 건지고 보는 거죠.  

하지만 이런 '유도리'는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된 채 땜질식 처방을 한 것이어서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번 주를 뜨겁게 달군 세 가지 ‘유도리’를 살펴보시죠.  

①첫 번째 유도리: 예금 추가 보증  

21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행협회(ABA) 연설을 통해 “은행 위기가 더 악화할 경우 예금에 대한 추가 보증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국이 적절한 조처를 했지만, 필요하다면 더 많은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요. 앞서 미국 금융당국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직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장 한도를 넘어서는 예금도 전액 지급 보증하겠다고 밝혔죠.  

옐런 장관은 “우리가 취한 조치는 특정 은행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더 광범위한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소형 금융기관이 전이 위험이 있는 예금 인출 사태를 겪는다면 비슷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옐런의 발언으로 퍼스트리퍼블릭 등 주요 중소형 은행주는 반등.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21일 29.47% 상승, 키코프(9.53%), 자이언즈뱅코프(6.99%) 등도 상승 마감했습니다.    

②두 번째 유도리: 코코본드 상각  

스위스 금융 당국은 UBS가 CS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액면가 160억 스위스 프랑(22조5000억원) 규모의 CS 신종자본증권(AT1) 전액에 대한 상각을 결정했죠.  

이로 인해 5일 만의 초고속 인수합병이 일어날 수 있게 된 건데요. 상대방의 빚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나라가 뭉텅이로 빚을 탕감해 줄테니 결혼 하라고 종용한 셈이죠. 

‘코코본드’라는 귀여운 이름의 AT1 채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잡히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에 민감한 은행이나 보험사가 발행하는 증권입니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인기가 많았죠. 하지만 유사시에 상각하거나 주식으로 강제 전환될 수 있다는 조항이 붙는 '반채반주(반은 채권, 반은 주식)' 입니다. 바로 이 조항 때문에 CS의 AT1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된 건데요.  

문제는 스위스 금융 당국이 CS 주주에게는 22.48주당 UBS 1주를 주도록 중재안을 마련했다는 겁니다. AT1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주보다는 우선권을 갖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채권 보유자 > AT1 보유자 > 주주' 순으로 구제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스위스 금융 당국이 이 순서를 무시하고 인수합병을 밀어붙인 셈이죠.    

배식량이 부족할 때 뒤에 서있던 사람이 음식을 못받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나보다 뒷줄에 서있던 사람이 받는건 참을 수 없잖아요.  당연히 AT1 투자자들은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로 인해 AT1에 대한 공포가 확산했고 20일 기준, 바클레이스가 2019년 발행한 AT1 금리는 연 21.4%나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습니다. 도이체방크와 HSBC의 AT1 금리 역시 각각 연 23%, 연 15.9%나 올랐죠.  

유럽중앙은행(ECB)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습니다. 유럽 금융당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보통주가 손실을 흡수하는 첫 번째 상품이며, 이를 완전히 사용한 후에야 AT1을 상각해야 한다”며 시장을 안심시켰죠.  

하지만 불길이 완전히 잡힌 건 아닌데요. 로이터에 따르면 로트피 카루이 골드만삭스 수석 신용전략가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잠재적이고 영구적인 수요 파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③세 번째 유도리 : Fed의 경로 수정

이번 주 '빅 이벤트'는 뭐니뭐니해도 오늘(한국시간 23일) 새벽 발표되는 FOMC 결과일 텐데요. SVB 파산과 CS 사태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Fed의 금리 인상 경로에 제동이 걸렸죠. 심지어 Fed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압박까지 받고 있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으니, Fed가 금리 인상을 당분간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고 말이죠. 여기에 은행 위기가 그 자체로 디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죠.   

결국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속에서 Fed 또한 ‘유도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22일 기준 ‘베이비스텝(0.25% 인상)’ 전망은 86.4% 수준입니다. 이번 베이비스텝으로 인해 ‘터미널 레이트(최종 금리)’ 수준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말 금리는 4.25~4.5%가 될 것이란 전망이 32.1%로 가장 많습니다.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단 얘기.  

이번주 The JoongAng Plus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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