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8월 3주차 #108

💥 여름의 하나비, 왜 더 로망일까요. 요즘엔 야구장 경기가 열리는 날 갑작스런 폭죽 소리에 깜짝 놀라 하늘을 올려보면 아파트 단지 너머 반짝이는 불빛을 보기도 하는데요. 일본에서 하나비, 불꽃 놀이는 여름의 빼놓을 수 없는 관습이자 놀이, 가장 아련한 풍물이기도 해요. 그리고 그건 아마, 어느덧 시작해 어쩌다 끝나버리는 여름에 대한 가장 은밀하고 아름다운 은유여서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이와이 슌지가 영화 '쏘아올린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때로는 한철 성장하는 계절이 되어있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얼마 전 일본에선 책방이 쏘아올리는 불꽃이 좀 화제가 되고 있어요. 바로 2회 연속 '책방 대상'을 수상한 나기라 유우 씨가 자신을 지지해준 독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을 출판한 '코단샤'와 함께 전국 서점에서 '디지털 하나비'를 개최하거든요. 나기라 씨는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하기도 한 마츠자카 토오리, 히로세 스즈 주연의 영화 '유랑하는 달'의 원작으로 2019년 '나오키 대상'과 첫 번째 '책방 대상'을 수상했고, 지난 2023년엔 '그대, 별과 같이(汝、星のごとく)'로 두 번째로 '책방 대상'의 수상자가 됐어요.

'책방 대상'이라면 전국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선택한, 투표로 주어지는 상인데, 그건 곧 반쯤 독자의 지지이기도 한 걸까요. 아무튼 그래서 나기라 씨는 '코단샤'와 함께 책에 보여준 독자들의 성원에 답을 하는 형태로, 8월 14일부터 전국 서점에서 그리고 19일에는 록뽄기 '츠타야 서점'에서 Special 감사제 '책방 프로젝션 매핑 하나비'라는 걸 해요. 방식은 서점을 방문 포스터 속 이차원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카메라에 비치는 어떤 배경 위에도 하나비를 쏘아올릴 수 있는 구조인데요. 이용 배경이나 횟수는 무제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해요. 그리고 여기서 제공되는 하나비, 나기라 씨의 두 번째 '책방 대상' 수상작 '그대, 별과 같이'에 등장하는 에히메현(愛媛県) 이마이치시(今治市)의 여름 축제 '온마크'의 하나비 그를 모티브로 했다는데요. 책을 읽고 감흥을 받았던 독자라면 더욱 애절하고 뜻깊은 로망의 여름철 경험이 될까요. 나기라 씨는 "코로나 기간 중에도 부러 서점을 방문, 책을 읽어주고 감상을 공유해준 독자들께 특별한 방식으로 감사를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라고 했어요.

사실 그의 책 '유랑하는 달'이 출판된 건 코로나로 첫 번째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된 바로 그 날이었거든요. 그로부터 3년, 어느덧 그것도 추억으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계절이 찾아온 걸까요. 그러고보면 하나비도 책과 같이 전하기 힘든 말을 애써 전달해 보려는, 그런 애뜻함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름에 쏘아 올려보는 책방의 하나비일까요. 그런데 구독자님, 하나비 옆에서 볼까요 아래서 볼까요.

😱 오싹오싹 서늘해지는 등골 중추 신경에 폭염 더위도 날려버리는 호러 영화의 여름, 이것도 이제 옛말인가요. 맹더위 깜짝 놀라게 할 여름철 극장가에 공포 영화도 별로 없고, 올해는 특히나 폭우거나 태풍, 너무 빨리 찾아온 아열대에 오직 이 계절의 스릴, 여름의 특권 호러 영화와의 약속된 카타르시스도 잊었는지 몰라요. 개인적으로는 이토 쥰지의 작품 몇 편이 '넷플릭스'에 공개된다는 사실에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도 계속 연기가 되다가 얼마 전 드디어 상영이 되고있는데요. 그를 기다렸을까요. 오는 8월 25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선 그의 공포 세계를 리얼로 구현한 팝업숍이 열려요. 우메다 지역이 '로프트 우메다 지점'에서 그의 공포적 페르소나 '토미에' 시리즈부터 '소용돌이' 등을 바탕으로 현실을 초월하는 공포의 카오스, 그림을 뚫고 나오는 서늘한 기운의 호러 세계를 만들어 낼 예정이에요. 이토 쥰지는 국내에서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다는 평을 들으며 무섭기로 악명(?) 높은 공포 작가잖아요. 하지만 다만 무서울 뿐 아니라

테즈카 오사무나 미야자키 하야오 모토, 그리고 타카하시 루미코도 수상했던 '샌디에고 코믹'영화제가 외국어 작품에 수상하는 'Inkpot Award' 상을 수상했고, 애니메이션계의 칸느라 불리는 '앙글렘 국제 만화제'에서도 특별 영예상을 받으면서 작품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아요. 그리고 이번에는 이번 팝업 전시를 위해 특별히 그렸다는 신작의 원화가 공개되고, 9점의 컬러 일러스트도 선보인다 하는데요. 더불어 총 20종의 신상품 궂즈까지. 호러색 짙은 전시인만큼 밤 9시까지 진행되고, 참고로 '넷플릭스' 공계중인 작품 '마니악'이에요.

🍝 구독자님, 처음 찾은 도쿄에서 첫 끼. 무엇이었나요. 일본어도 잘 모르고 모든 게 낯설기만 하면 안타깝게도 체인점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는데요. 저는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지인이 살아서 그나마 '요시노야'를 처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거 말고 처음이 아니어도 처음으로 기억되는 한 끼 있지 않나요. 가령 잔뜩 힘을 내고 용기를 내서 거리의 작은 이탈리안이나 파스타 가게를 방문해, 알고보니 천엔 조금에 샐러드와 수프까지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처럼 말이에요. 물론 이건 어언 20년 전 이야기인데요, 누구에게도 어려움 없이 한 끼 내어주는 레스토랑, 무언가 사회적 가치를 갖지 않을까요. 2011년 16평짜리 작은 이탈리안으로 시작해 양식의 캐쥬얼 대중화에 함쓰고 있는 마츠모토 타카시 씨의 '오레노 주식회사(俺の株式会社)'가 자사의 '오레노 프렌치'와 '이탈리안'을 병합한 형태의 손쉽게 프렌치도, 이탈리안도 먹을 수 있는 음식점 '오레노 프렌치 이탈리안'(俺のフレンチ・イタリアン)을 오는 8월 30일 도쿄 긴자에 리뉴얼 오픈해요.

사실 '오레노 주식회사'에는 이 밖에 '오레노 베이커리'도 있는데요, 일급 유명 가게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이 모여 고급 음식점의 1/3 정도 가격으로 제공하고, 원가율이 60%를 넘겨도 회전율율을 1일 3회 이상으로 철저히 유지하며 가맹점의 이익 창출을 실현해내고 있어요. 2020년에는 아마 코로나 대응책 격으로 '오레노 EC'도 시작했고, 이번 긴자 매장의 1층에서는 야채를 비롯 음식 재료등을 판매하는 '텔리카슨 마켓'도 오픈해요. 사실 이탈리안과 프렌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대 아래로 내려오면 별 차이를 갖지 않기도 하는데, 그러고보면 왜 여태 이런 가게 없었을까요.  2층은 오픈형 키친으로 만들어져 주방을 라이브를 감상?할 수도 있고, 1층엔 '오레노' 인기 메뉴의 냉동 상품, 식빵이나 전속 소믈리에 추천 와인도 살 수 있다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런치 메뉴'겠죠.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배부르게 먹고, 2천엔 대를 넘지 않아요.

🤥 습하고 땀 흘리는 계절, 사용하기에 따라 외출 전 '향수 스폿'이 되어줄까요. 이름이 좀 웃기지만 지난 2017년 등장한 향수 셀렉트 숍 'NOSE SHOP'이 런칭 6주년, 일본 내 10개 점포 확장 기념으로 '향수 패스포트'란 걸 시작해요. 이것도 이름 좀 웃어버렸는데요 말하자면 외출하기 직전, 미팅이나 약속 장소로 향하기 바로 직전 잠시 들러 그 날에 맞는 향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회원권이에요. 요즘같이 비오고 습하고 땀 흘리는 날, 나의 사람 냄새 무시할 수 없을텐데요. 실제로 대표인 나카모리 토모노부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프리랜서 에디터인 나츠오 사에리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땀 흘렸거나 사정 생겼을 때 상황에 맞춰 향수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란 말에 떠올려 실행하는 6백엔에 한 달 간 원하는 만큼 향수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요. 패스포트를 구입하고 매장에서 제시한 뒤 시향 코너에서 원하는 향수를 이용하는 식인데요. 한 번 이용 당 스탬프를 하나씩 받을 수 있고 10개 모이면 선물도 주어진다고 해요.

'노즈 숍'이 보유하고 제공하는 향수는 모두 약 700종. 아무리 복잡하고 불쾌지수 높아도 해소해줄 만한 향 하나 둘 쯤은 있겠죠. 일종의 향수의 외출형 섭스크립션, 그런데 일단 매장이 집과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매장이 일상 곳곳 충분히 있거나요. 하지만 아마 이렇게 이야기 하고는 있어도 실은 그보다 시향 서비스의 상품화란 느낌이 들어요. 향수를 구입할 때 향을 맡는다는 건, 분명 빼놓을 수 없는 확인 작업이니까요.

👃 출판사에서 책이 아닌 향수를 만들고, 그도 모자라 향수 브랜드와 콜라보 이벤트를 벌이고. 부가 가치의 개발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후각이란 아직 완전히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었던 걸까요. 근래 일본에선 책방이 마을에서 사라진다는 뉴스와 함꼐 책방, 혹은 출판사들의 '딴짓' 비즈니스가 활발하다고 느끼는데요. 얼마 전 소개했던 대문호들의 향수 시리즈를 비롯 이번엔 '대일본인쇄주식회사'와 서점 '마루젠 쥰쿠도(丸善ジュンク堂), 그리고 출판사 '분큐도(文教堂)'가 함께 운영하는 인터넷 종합 서점 'honto'가 '뽑기의 책' 이벤트를 진행하는데요. 말하자면 책 타이틀을 감추고 장난감 뽑듯 '가챠'를 활용해 독자에게 새로운 책 경험을 제공하는 행사를 지난 4월 1탄에 이어, 이번엔 향수 셀렉트 숍, 위에서 이야기한 'NOSE SHOP'과 공동으로 진행해요. 이름하여 '책의 가챠 X 향수 가챠®️.' 방식은 '혼토'의 직원이 4개의 테마로 약 6만권의 문고본을 고르고, '노즈 숍'에서 각 책에 맞는 이미지의 향수를 매칭해 전체 29종의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을 완성해 서비스하는 식이에요. 달리 말하면 한 번의 가챠로 이번엔 향수까지 덤으로 따라 나온다는 이야기인데요.

책을 읽는 그 시작의 입구가 실로 다양해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네 개의 테마란 '개운한 느낌이 든다'와 섬뜩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애절해진다'와 '맛있는 기분이 든다.' 처음엔 6만권 분류하기 힘들었겠다 싶었는데, 향에 서사를 입히는 작업 더 궁금해져요. 그리고 예비 독자 입장에선 되고싶은 기분의 나를 목표로 코와 눈으로 읽는 독서를 경험하게 될까요. 좀처럼 그 결과가 예상되지 않는 콜라보. 하지만 애당초 '가챠'라는 건 알 수 없음으로 거래가 성립하니까요. 

👚 오는 11월 24일 개관이 예고된 '모리 빌딩'의 '아자부다이 힐즈'에 일본 어패럴 셀렉숍 'UNITED ARROWS'가 새로운 콘셉트의 여성복 전용 점포를 처음 공개해요. '아자부다이 힐즈'는 얼마 전 국내에서도 보도가 된 것처럼 64층 높이 330m으로 기존 일본 최고 높이의 오사카의 '아베노 하르카스(あべのハルカス)'를 제치고 최고층 빌딩이기도 한데요, 다만 '아자부다이 힐즈'는 사실 높이보다는 넓이, 수평의 설계가  더 주효한 마을의 건축이기도 해요. 모두 네 개 동, 전체 면적 2헥타르에 육박하는 대지에 '모리 빌딩'은 '자연과 함께하는 어번 도시'를 세운다고 공표했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거 곧 하나의 시작을 다짐하게 하나요. 그래서 이곳에 입점하는 가게들은 일종의 그에  동참하는 듯한 성격을 갖는데요. '유나이티드 애로즈' 역시 이전 정형화된 비즈니스의 어패럴이 아닌, 물질적 풍요로움 뿐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과 건강,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다가서는 새로운 럭셔리 스토어'로 점포의 성격을 설정하고,

'지금, 그리고 미래의 나'를 콘셉트로 해요. 그래서 여기서는 자연스레 의류 뿐 아니라 웰니스 라인 그리고 스포츠와 아동복, 그에 더해 라이프스타일을 축으로 셀렉트한 잡화 등을 구입할 수 있어요. 컨시어지와 세라피스트를 고용, 삶의 내면을 가다듬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단순히 쇼핑하고 끝나는 장소를 넘어 여유를 갖고 머무를 수 있게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 점포 전체를 편안한 리빙룸처럼 꾸몄다고도 해요. 새로 시작하는 마을에 이사온 오랜 브랜드의 마음가짐일까요.  같이 입점하는 브랜드가 '에르메스' '디오르' '셀린' 등 고가의 하이브랜드 가득이니 나름의 포지션이 필요했을 것도 같지만요. 

🏘️ '아자부다이 힐즈',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 레터에서도 몇 차례 이야기했었는데요. '힐즈'라 하면 일단 '오모테산도 힐즈'와 '록본기 힐즈' 등이 떠오르지만, 이는 무엇보다 '모리 빌딩' 그룹의 30년 넘게 이어지는 대규모 도시 재생 사업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어요. 1989년 3월 '가젠보우(我善坊, 오래 전 도쿄 미나토구에 실제 존재했던 계곡의 이름이에요) 지구 마을 만들기 협의회'에서 도출된 기획이 시작이었고,  이후 '모리'는 오모테산도, 토라노몽, 그리고 록뽄기'에 이어 이번엔 '아자부다이'까지 완성한 셈이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보면 '오모테산도 힐즈'가 그리고 '록뽄기 힐즈'가 그랬던 것처럼 이후 미래를 가늠하게 할 또 하나의 거대 건축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 '아자부다이 힐즈'는 '녹음에 둘러싸여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광장과 같은 마을-Modern Urban Village -'을 테마로 내세웠고, 실제 건축은 64층짜리 고층 빌딩이 두 동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저층의 정원과 일체화되는 수평적 시설도 두루두루 함께 구성되었거든요. 그리고 헤더위크 스튜디오가 작업한 '인터내셔널 스쿨'도 있죠.

전체적으로 주택과 사무실, 그리고 상업 시설과 호텔, 그에  더해 스쿨과 문화 사설과 중앙 광장의 구성인데요. 여기서는 '모리' 하면 바로 떠오르는 '모리 미술관', 아트 관련 시설을 좀 더 살펴볼게요. '아자부다이 힐즈'엔 무려 9300 평에 이르는 거대한 뮤지엄과 갤러리 공간이 조성되어 있어요. 다만, 하나의 시설에 아트를 집약해 설치하는 것이 아닌 이 둘을 축으로 마을 곳곳에 퍼블릭 아트까지 아울러 문화적 발신 장소로서 갤러리를 꾸려가는 그림인데요.   그  아트 구역에는 먼저 개관 기념 전시로 '올라퍼 엘리아슨 전(展) : 상호 이어지는 순간이 조화하는 주기(相互に繋がりあう瞬間が調和する周期)'가 예정된 '아자부다이 힐즈 갤러리'가  있고, 오다 에이치로우의 '원피스' 쿠보 타이토의 '블리치' 등을 보유한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의 '망가 아트'를 큐레이션하는 전시장 겸 숍, '슈에이샤 망가 아트 헤리티지'가, 그에 더해 지난 2022년 개관해 230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던 오다이바의 '모리 빌딩 디지털 아트 뮤지엄: 팀 라보 보더리스'가 오는 2024년 1월 이곳으로 옮겨와요. 순수 미술부터 디지털 아트, 그리고 만화 대중 예술까지 현대 아트의 아우르는 느낌이죠.

뿐만 아니라 '아자부다이 힐즈'는 넓은 부지만큼 퍼블릭 아트에도 신경을 쓰는데요. 총 6천 평에 달하는 중앙 광장은 입장료 없이 오픈되는 공간이면서, 헤더위크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거대 지붕 'The Cloud'가 걸린 '아자부다이 힐즈 아리나' 자체가 작품이면서, 인근 잔디밭을 포함 공간에는 나라 요시토모의 '도쿄의 숲의 아이'랄지, 일본의 설치 조각가 소네 유타카의 '석기시대 최후의 밤' 그리고 중국의 정원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쟝 완의 'Artificial Rock. No.109' 등이 영구 설치 전시될 예정이에요. 이만한 버라이어티의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아트형 미래 공간이 또 있을까요. 8헥터르가 넘는 공간에 새로 들어선 복합 시설 입점 상업 점포는 150여개. 초고층 호화 호텔 옆집은 모두 280호의 가정집. 효율 집약과 경제성, 어디갔나요. 복합 시설의 지형도가 푸른 미래를  꿈꾸며  이미 달라지고 있어요.

⚙️ 아트가 요즘 흥한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일상의 변화는 실로 예상하지 못한 곳에까지 일어나고 있는데요, 얼마 전 일본에선 취활 지원 사이트 '마이나비'가 처음으로 아트 전시장 '마이나비 아트 스퀘어'를 도쿄 긴자의 상징이기도 한 '카부키쵸' 빌딩 22층에 문 열었어요. 사실 취활 서포트 사이트와 아트 전시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도 싶은 뉴스인데, 얼마 전부터 '마이나비' 아트에 내심 관심을 표하고 있거든요. 2022년엔 아티스트 주도 아트 페스티벌 'ARTISTS’ FAIR KYOTO'를 지원했고, 올해 6월에는 자사가 보유한 콜렉션 25점을 타케하시(竹橋) 자사 오피스 공간에 '마이나비 아트 콜렉션'이란 타이틀로 전시를 갖기도 했어요. 말하자면 요즘 흥한다는 아트 신에 한 발짝 얹은 걸까요. 다만, 이번 처음 공개된 '마이나비'의 갤러리 '마이나비 아트 스퀘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환기하고 공감과 고찰을 이끌어내는 아트의 힘을 통해 많은 방향에서의 가능성과 인생을 확장해간다'를 모토로 삼았거든요. 어딘가 일단 좀 길고, 아트의 힘을 빌려 인생을 서포트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요. 실제로 개관 첫 전시의 타이틀은 'Happy Birthday.' 지금 이곳에 태어났음을 축하하고 있어요. 

실제 이번 사업을 진행하는 '마이나비' 집행 위원, 전시회 사업 준비실의 오치아이 카즈유키 씨는 아트에 대한 사업 확장은 앞으로의 취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대학생의 취업 활동에도 전에 없던 커다란 변화가 생겼어요. 그 안에서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것을 얻기에는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했고, 아트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학교 공부 만이 수험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고, 지식과 학문 만으로 두뇌의 오른쪽 만을 과도하게 발달시킬 뿐, 직업은 물론 향후 미래의 인생을 위해서 필요한 '아트의 수련'을 함께 닦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에요. 그래서 이 전시장, 기존의 것들과는 좀 특이한 점들이 더러 있는데요. 먼저 'Happy Birthday'라는 개관 전시. 실은 전시가 아닐지 몰라요. 먼저 여기엔 작품도 참여 작가도 존재하지 않아요. Happy Birthday란, 생일 축하해라기 보다 큐레이터, 아티스트, 문필가로 구성된 큐레이토리얼 콜렉티브 HB.을 풀어 쓴 문장이고, 갤러리엔 이들이 구상한 공간만이 만들어 졌을 뿐이에요.

취활 지원 기업으로서 꽤나 생뚱맞은 아트 사업에 대한 일종의 변명이 필요했을까요. 하지만 그래서 여기에선 보지 못한 전시의 원체험을 할 수 있는데요. 작품은 없고 전시회장 탬플릿 만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작품이 있어야 할 자리엔 '여기에 작품(ここに作品)'이랄지 '여기서 감상하다(ここから観る)'와 같은 말들이 적힌 패널이 곳곳에 붙어있고, HB.의 큐레이터 타카키 유우 씨는 '비어있음으로써 장래에 이 곳에서 진행될 전시회, 작품의 가능성을 연상케 하는 역할을 합니다'라고 말했어요. 말하자면 전시회를 위한 사전 전시회 격의 전시인 걸까요. 더불어 '트렁크'와 함께 제작한 책장이나 각종 집자재도 비어있는 상태로 설치되어 있고, 조명과 음향 또한 '현 시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한계치'가 파악될 수 있을 정도로 설정이 되었다 해요. 대체 뭐죠. 참고로 입장료 무료이기는 해요. 하지만 애초 이런 거 자기들끼리, 회장 관계자나 전시 큐레이터 혹은 공간 디렉터 사이의 작업처럼도 보이지만, 코로나 이후 급격히 변해버린 일상 속에서 전시의 툴을 빌려 우리 일상의 OS를 새삼 만들어보는 일. 어쩌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우리는 이곳에서 앞으로 펼쳐질, 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현재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HB.의 또 다른 멤버는 '이곳은 앞으로 여기에서 전시를 하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축제적 공간이자, '마이나비' 그리고 관람객에게도 전시회란 포맷을 다시 고찰하며 미래를 계획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말했어요. 전시회 전의 전시회, 일종의 전시회 설명서같기도 전시. 아트란 어쩌면 우리 삶을 Reset, 다시 시작하게 하나요. 

🕯 요즘 '넷플릭스에 무슨 일 있나요. 일본은 주기적으로 시즌 별 라인업을 별도 회견을 통해 공개해오기도 했는데, 얼마 전 향후 라인업을 보다 좀 놀라버렸어요. 근래 일본 콘텐츠가 부쩍 늘어난다 느꼈거든요. 레터에서 소개했었던 미나에 카나에(마츠 타카코 주연의 '고백'이 화제였죠)의 소설 '모성'을 영화하한 주연 작품이 지난 화요일 공개되었고, 호시노 겐의 2019년 도쿄 돔 콘서트가, 그리고 아이묭의 지난 해 사이타마 아리나 공연이, 그리고 '밤프' bump of chicken의 2023 라이브도 녹화 중계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이묭은 해당 공연의 DVD blue-ray가 예정되어 있지만 예상치 못한 넷플릭스의 일본 콘텐츠 봇물이 터졌나요. 아무튼 그 가운데 이제는 일본 예능도 맘놓고 넷플에서 보는 시절이 왔는데요. 오는 8월 22일부터 '넷플릭스' 제작 호시노 겐과 오와라이 콤비 '오-도리' 와카바야시 마사요시의 콤비 토크 방송이 공개될 예정이에요. 제목이 'LIGHTHOUSE.'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왜인지 통할 것 같은 느낌이기는 하거든요. 둘 모두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올나이트 니뽄'의 각각 화요일과 토요일 25-27시 시간대를 담당하고

두 사람 모두 눈치보지 않고 사회에 대해, 그리고 문화 일반에 거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거든요. 한 달 기간 동안 생각했던 고민이나 일상의 사건사고에 대해 짤막하게 먼저 발표?한 뒤 그를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구성이라 하는데요, 먼저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두 남자 모두 '행복이란 무엇인가, 매일이 이렇게나 반복되는 건 괜찮은가, 나 어쩌면 모든 것에 질려버린 거 아닐까'와 같은 어쩌면 내게도 친숙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방송은 6개월에 거친 녹화에 총 6편으로 만들어졌고, 이런 프로그램 결국 남는 건 이야기...아닐까요. 둘의 고민담은 '지금 고민 중에는 10년, 20년 후 보물의 지도가 있어'랄지, '지금은 공감받지 못하는 괴로움도 인생에 있어 복선이야'와 같은 덕담으로 이어지거든요. 애당초 타이틀 'LIGHTHOUSE'은, 고민하는 이들에게 빛을 밝혀주는 등대처럼, 정작 우리 발밑은 어두워'라서 '라이트 하우스'에요. 일종에 나를 낮추며 너에게 다가가는 세라피스트, 대화의 기술일까요. 이렇게 쓰고보니 일본의 오은영 박사님이 등장하나요.

 🤕 향후 10년을 책임지는, '오늘의 사건사고' 

오래 전, 제가 아직 캠퍼스 생활을 하던 무렵 '오늘의 사건사고' 이 영화 혹시 기억하나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연출하고 그 무렵 국내에서도 일본 배우 인기 탑이었던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영화에요. 원제는 아마 '오늘의 벌어진 일(きょうのできこと)'정도일 것 같은데요, '오늘의 사건사고' 이제야 좀 그런 감이 덜 하지만, 당시엔 영화 제목을 이렇게도 짓네 싶은 생소함이 컸던 것 같아요. 워낙에 세세하고 디테일에 강한 일본 그리고 일본 영화이지만 그 때만해도 그런 거 잘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의 사건사고, 결국 어떤 영화였을까요. 영화는 교토에서 대학 생활을 하게된 주인공이 이사를 오면서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 그리고 알고있던 친구들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정말 참 흔하고 흔한, 별 거 아닌 것들만 보여주가 끝이 나요. 마치 오늘이라는 건 이렇게나 별 볼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굳이 이야기하는 듯 말이에요.

그런데 그 별 거 아닌 사건, 혹은 사고가 불러일으키는 그 날만의 새로움...있지 않나요. 전 얼마 전 세탁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수리가 되기까지 동네 코인 란도리를 방문했었거든요. 새삼 집에서 세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수고를 덜어주는지, 하지만 반면에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쏠쏠했는지, 책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니 뒤늦게 세탁 시간의 고요함을 알아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여름철, 세탁 정말 일상 중 일상이 되어버렸군...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요. 세탁기가 고장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간편히 세탁을 할 수 있었다면, 알 수 있었을까요. 일상이란 너무나 흔하고 흔해, 그리고 익숙해 별 특별할 것도 없이 살기 바쁘지만, 유키사다 감독은 어쩌면 그런 흔함 속에 숨어있는 작디작은 알아차림의 순간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분명 전 이 란도리에서의 교훈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그런 게 또 일상이니까요. 

사진은 함께 살던 친구의 수 십만원 짜리 셔츠가 '세탁 한 번 돌렸더니 망가졌어'란 말을 듣고 크루넥 T셔츠 만들기를 시작해 10YC란 브랜드를 런칭하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아껴가며 입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가치'라 말하며 가장 기본의 하지만 충분한 T셔츠 디자인 개발자, 그리고 기업가 시모타 쇼타 씨 사무실 앞이에요. 10YC은 10 Years Clothing의 줄임말. T셔츠의 고질적 문제인 변색되었을 때의 다양한 대응책을 옷 제작과 함께 마련하며 소재 선정부터 기술, 그리고 생산까지 독자적 루트와 시장을 개척하고 있거든요. 근래 점점 확대하고 있는 친환경적 어패럴 사업과 유사한 예에 불과해 보이지만, 고작 친구의 투정에서 시작된 옷에 대한 평생을 담은 사업 비즈니스, 그런 게 아마 지속 가능하고 보다 진실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걸 아마, '오늘의 사건사고'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 어떤 위대한 업적도 실은 모두 오늘의 작은 사건, 그리고 사고에서 시작되었을테니까요.

😴💤 오는 화요일 레터는 쉬어가는 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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