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알게 되는 순간, 모임 운영자는 눈을 번쩍 뜹니다. 어떻게 하면 모임을 예술로 만들까 궁금하죠. 혹시 번역서 제목을 바꾸어 독자를 현혹하려고 그런가 하고 봤더니 원서 제목이 《The Art of Gathering》네요. 직역하면 '모임의 기술' 인데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은 원서의 뜻을 벗어나지 않게 잘 지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라는 기대를 잔뜩 안고 책을 펼쳤으나, 모임의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목적에 맞는 사람과 장소를 선택하라는 약간은 뻔한 내용이었어요. 더군다나 '회주'라는 어색한 번역이 거슬렸어요. 아마도 모임을 개최하는 호스트(host)를 의미하는 듯 한데 2019년 책이라 그럴까요? 책은 몇 달 전에 읽기 시작했지만 완독을 하고 싶지 않아 멈추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모임을 예술로 만들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영어 수다 모임에 우연히 들어갔는데요. 중급자 이상을 대상으로 영어 공부하거나 배우는 곳이 아니라 수다를 위한 모임이었어요. 주 1회에 만나 수다를 떤다고 해서 신청했어요. 회사에서 영어 동아리 회장을 주 1회 동료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회사 바깥 사람들과 나누면 재미있을 것 같아 참여했어요.
주 1회 오프모임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의욕과 파이팅이 넘친 방장은 매일 제공하는 질문에 영어로 1분 동안 녹음해서 오픈 채팅방에 공유하라고 했어요. 질문은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면서 내자는 취지였어요. 주 1회가 매일이 되긴 했지만 간만에 영어 공부를 하는 느낌이라 전 좋았답니다. 방에 계신 다른 분들 녹음도 들으며 응원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데 좋더라고요.
방장은 저처럼 토스터마스터즈 활동도 했고 링글, 캠블리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알더라고요. 덕분에 많이 배우겠다(이런 자세 노노) 수다를 나누겠다 생각하고 주변에 자랑도 했습니다. 질문지를 다 모면 콘텐츠가 될 것 같아 노션 페이지도 만들었죠.
기대와 달리 영어 수다 페이지는 여기에서 멈추었습니다. 복잡한 이유가 있긴 했지만 모임을 운영하는 호스트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사례가 되었어요.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이나 단톡방 기능 덕에 온라인 모임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데요. 이처럼 수명이 짧은 모임이 많을 것 같아요.
2019년부터 온라인 모임을 운영해 온 제 경험으로 모임 운영자의 역량을 꼽아보자면, 무엇보다 지속하는 꾸준함, 감정의 기복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차분함, 모임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공감력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인내심과 유연성까지. 이 모든 걸 잘 버무려야 모임을 예술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때 모임 참여 인원이 적어서 지속해야 할지 고민한 내글빛은 꾸준히 지속한 결과 현재 37기를 모집 중입니다. 한 달에 한 기수를 진행하니 3년이 넘었습니다. 온라인 채팅방을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상처받기도 합니다. 열심히 반응하고 답장하고 멘션하지만 반응이 싸늘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동안 소통하고 제법 친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없이 나가는 회원도 있어요. 때로는 운영자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 있어도 모임을 평소처럼 운영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모임 참여자들이 불편합니다. 그러면서도 참여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모임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동기 부여해야 합니다. 상황에 적절한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즐거움도 제공합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저에게 모임 운영자로 적합한 성격을 가졌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저도 인간인지라 때로는 상처받지만 잘 잊기도 하고, 그러려니 하니 스타일이고,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인 편입니다. 그러면서도 회원들께 따스하게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구매한 이모티콘도 8개나 됩니다. 이 정도면 예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임의 기술을 잘 발휘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영어 공부도 놀이가 될 수 있다'고 쓰려했던 글감이 '정말로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으로 변모하도록 도아준 영어수다 모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임 운영자의 역량은 무엇인가요? 함께 이야기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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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글
멋져요. 모임을 이끈다는 게 우아하고도 고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것 같아요.
일과삶의 주간 성찰 (549)
헤헤 감사합니다~ 모임을 이끄는게 우아한 것만은 아니죠 ㅎㅎ 아무나는 할 수 있어요. 시행착오로 배워 나가는 거같아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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