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는 당신에게

단단한 나를 만나는 방법, 자기방어훈련

2023.10.07 | 조회 1.2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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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굳이 자기방어가 필요한 나이는 아니어서 〈자기방어훈련〉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몸으로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내 안의 힘을 찾아, 하기 어려운 말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해서 신청했습니다.

부모님이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인 교육과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감히 내가?', '내가 뭐라고' 이런 생각이 많습니다. 당당하게 요구하기보다는 손해 보고 살자는 주의고, 거절을 잘하지 못합니다. 서울시 안심이 앱도 써보라지만 굳이 바쁜 분들의 시간을 뺏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아 테스트도 못 합니다. 소심 그 자체 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닙니다. 저를 무척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을 누리며 삽니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까지입니다. 약간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아요. 자기주장을 하거나 거절하면 나쁜 사람으로 취급당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선생님은 우선 자책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과거에 잘한 부분이 있다면 칭찬하고, 일상에서 목소리 내는 연습을 하라고 했습니다.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니까요. 일반적으로 저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자책하기 때문이고, 역량 강화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를 잘 내기 위해 기본자세가 필요한데요. 우선 다리를 옆으로 벌려 기저면을 확보합니다. 더 넓은 기저면을 가지려면 앞뒤로도 간격을 둡니다. 양손을 허리 정도까지 올려 준비된 자세를 만듭니다. 기본자세를 취한 후 우리는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목소리 훈련에서 사용한 예시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말이 많았습니다.

1. 거절하기: 아니. 싫어. 불쾌합니다.
2. 요구하기: 그만 하세요. ~하지 마세요. 물러서세요. 
3. 보류하기: 멈추세요. 잠시만요.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4. 끝내기: 사과하세요. 창피한 줄 아세요.
5. 도움 요청하기: 경찰을 불러주세요.

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말한 후 참여자 별로 연습하고 싶은 문장을 2-3개 선창하며 3번씩 반복했습니다. 살면서 싫다는 말을 얼마나 했을까요? 늘 긍정을 추구했기에 싫다는 말을 피했고, 그러니 거절도 못 했죠. 다른 사람에게 요구도 잘 못했습니다. 업무적인 것이야 어쩔 수 없이 요청하지만, 제 개인의 이익을 위한 요구는 거의 못 했습니다. "사과하세요.", "창피한 줄 아세요." 이런 말은 아직도 어색합니다. 앞으로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연습하니 이런 말들이 좀 편하게 다가오면서 후회가 몰려왔어요. 과거 "반말하지 마세요.", "사과하세요."라는 말을 써야 할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그냥 도망쳤어요. 이 교육을 미리 받았더라면 덜덜 떨면서도 말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자책은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사과를 받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말하고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주도권을 가져와서 내가 상황을 종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강하게 말해도 상대는 듣지 않고 구시렁댈 수도 있지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같은 말을 반복하면 상대는 말할 재료를 상실한다고 하네요. 강하게 내가 하려는 말을 반복하는 거죠. 생각만 해도 넘 멋있어요. 갈 길은 멀지만, 이제라도 교육을 들어서 감사하고요. 정말 모든 분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방법을 몰랐고 연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망쳤지만, 만일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을 행동을 하려고 합니다. 예전엔 싫어도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참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좀 더 제 감정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그게 저를 더 사랑하는 방법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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