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기 통제에 실패하는 이유

왜 우리는 습관과 욕망에 굴복하여, 목표를 향해 나가는 데 실패할까요?

2024.05.13 | 조회 6.6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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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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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통제란?

심리학 용어로서 "자기 통제(self-control)"는 목표 지향적 행동과 습관이나 욕망에 따른 행동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둘 사이에서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 그림은 지난 5월 9일에 열었던 "자기 통제 온라인 워크숍"의 신청서에서 많이 나온 명사, 동사, 형용사들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자기 통제'라는 주제에 걸맞게 '통제'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되었고, 다음으로는 '목표'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특히 '시간 관리'나 '일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미루는 습관', 'SNS나 유튜브 중독', '집중이 안 되는 문제' 등도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이것들이 모두 자기 통제와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통제와 비슷한 용어로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학자에 따라서는 자기 통제와 같은 의미로 쓰기도 하고, 더 넓은 의미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기 통제를 포함해서 자기 자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들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자기 통제의 문제가 아닌 것들

자기 통제는 정의 상 목표가 필요합니다. 목표가 없다면 그건 자기 통제의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히 야식을 먹는 것은 자기 통제가 아니라 목표의 문제입니다. 이번 주까지 1 kg을 빼겠다는 구체적 목표가 있는데도, 야식을 참기 어렵다면 이것이 자기 통제의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목표가 없는 분들은 목표부터 세우셔야 합니다. 목표를 세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뉴스레터 "목표를 세우는 과학적 방법"을 참고해주세요.

또한, 자기 통제는 의식적 선택이기 때문에 우연한 결과도 자기 통제가 아닙니다. "오늘 숨이 찰 정도로 30분 간 운동을 하겠다"라는 목표 아래 스스로 한 운동은 자기 통제의 결과지만, 회사에 지각해서 30분을 뛰면 그냥 운이 좋은(?) 것입니다.

😱자기 통제에 실패하는 이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기 통제에 실패할까요? 자기 통제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보시면 갈등이 있고, 다음에 선택이 있습니다. 그러면 실패의 한 가지 원인은 갈등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다음과 같은 경우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욕망이 강한 경우: 배가 고프면 야식을 참기 어렵습니다
  • 습관이 강한 경우: 매일 컴퓨터로 재밌는 영상을 보다보면,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자동으로 영상부터 보게 됩니다
  • 목표가 약한 경우: 원하는 직업을 하겠다는 목표에 그다지 진지하지 않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목표를 잠시 잊는 경우: 주말에 외출을 할 때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가려던 약속 장소가 아니라 매일 다니던 회사나 학교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자기 통제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은 선택에도 있습니다. 이것도 다음과 같이 경우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자기효능감이 부족한 경우: "나는 욕망에 저항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포기합니다.
  • 합리화나 변명: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야식을 끊자" 같은 생각들입니다
  • 인지 발달: 나이가 어려서 자기 통제에 필요한 두뇌 발달이 충분하지 않거나, 반대로 고령으로 두뇌 기능이 떨어진 경우
  • 일시적인 능력 저하: 술을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일시적으로 자기를 통제할 수있는 능력이 떨어진 경우

자기 통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고, 따라서 실패하는 원인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이유로 실패하는지 생각을 해보고 그에 맞춘 대응이 필요합니다.

🧠자동적 반응을 억제하려면 노력이 필요

자기 통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스트룹 효과'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다양한 색깔의 모양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각각의 모양들에서 색깔을 읽어보세요. 그러면 세 번째 줄처럼 색깔과 글자의 내용이 일치할 경우에 읽기가 가장 쉽습니다. 첫 번째 줄처럼 색깔만 있고, 글자는 없는 경우도 읽기가 어렵지 않죠. 하지만 두 번째 줄처럼 색깔과 글자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잘 읽히지가 않습니다.

반대로 색깔을 무시하고 글자를 읽어보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스트룹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글자를 읽는 것이 매우 익숙하고 자동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글자를 읽는 훈련을 해왔기에, 글자를 보면 그 내용을 자동적으로 읽어내지만, 색깔을 보고 색깔을 말하는 일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자동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목표에 맞게 행동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자기 통제의 핵심에 있는 '집행 기능'입니다. 집행 기능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을 말하는데요. 스트룹 과제처럼 자동적인 반응과 목표 지향적 반응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도록 조절하는 것이 바로 집행 기능의 역할입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면 자기 통제를 잘하는 사람들은 뇌의 집행 기능이 잘 발달되어 있는 사람들일까요? 흥미롭게도 집행 기능과 자기 통제 능력 사이의 상관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위의 그림(출처)에서 빨간색 원은 시간에 맞춰 숙제 하기와 같이 여러 가지 종류의 자기 통제를 얼마나 잘하는지 측정한 것이고, 파란색 원은 스트룹 효과와 같은 실험을 통해 집행 기능을 측정한 것입니다. 서로 연결되고 가까이 있는 원들은 상관성이 강한 것이고, 떨어져 있는 원들은 상관성이 약한 것을 나타냅니다. 자기 통제와 관련된 것들은 상관이 있고, 집행 기능과 관련된 것들도 상관이 있지만, 자기 통제와 집행 기능은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연구들에서 밝혀집니다. 사람들이 하룻동안 경험하는 것을 관찰해보면, 자기 통제를 잘하는 사람들일 수록 유혹을 약하게 느끼고 갈등을 적게 겪습니다. 갈등이 없으면 힘들게 선택할 필요도 없지요. 그러니 굳이 집행 기능을 써서 노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즉, 자기 통제를 잘하는 사람들은 사실 자기 통제를 안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손자 병법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는 말이 있고, 논어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다(從心所欲 不踰矩)"라는 말이 있는데요, 자기 통제를 잘하는 방법의 핵심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략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갈등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자기 통제의 중요성과 관련해서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어린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과자 1개를 먹지 않고 참으면, 나중에 2개를 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아이들마다 자기 통제 능력에 차이가 있어서 어떤 아이들은 참고, 어떤 아이들은 참지 못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실험에서 자기 통제를 잘한 아이들이 이후 성장 과정에서 학교 생활이라든지 대학 진학도 잘하더라는 것입니다. 오래 전의 실험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자기 통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실험의 기록을 잘 검토해보면, 자기 통제를 잘하는 아이들은 과자를 먹고 싶은 욕망을 그냥 잘 참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가리거나, 노래를 부르는 다양한 자신만의 전략을 사용해서 욕망을 회피합니다.

최근의 연구들은 자기 통제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많은 전략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개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종류도 다양합니다. 또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을 쓰거나 같은 전략을 변형해서 사용하는 유연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 통제가 하나의 기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의 유연한 활용에 달려있다면, 사람마다 잘하는 자기 통제도 다를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성격을 5가지 요인으로 구분하는 "빅5" 모델이 널리 쓰입니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이 그것입니다.

성실성(C)이 높은 사람들은 마감을 잘 지키고, 과제를 미루지 않는 종류의 자기 통제를 잘 합니다. 우호성(A)이 높은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자기 통제를 잘합니다. 이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도,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줍니다. 신경증(N) 경향이 낮은 사람들은 감정 조절을 잘합니다. (출처)

바꿔 말하면 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숙제는 제때 잘하는 사람도 화는 참지 못하거나, 차분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사람도 마감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통제를 잘하는 방법

자기 통제를 잘하려면 자신의 특성과 상황, 문제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개발하고, 이런 전략들을 연습해야 합니다.

물론 우울증이나 ADHD 등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 경우에도 전략은 필요하지만, 먼저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흡연과 같은 중독 문제에서도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자기 통제의 전략을 어떻게 만들고 연습할 수 있을까요? 분량 관계로 여기에 대해서는 5월 20일에 발행할 다음 뉴스레터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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