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Lucky - Me!

2022.08.03 | 조회 4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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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더위가 가시면 부국제의 파도가 와요. (부국제에서 촬영한 해운대.jpg)
8월 더위가 가시면 부국제의 파도가 와요. (부국제에서 촬영한 해운대.jpg)

 

안녕, 벌써 8월이야☀

넌 주로 어떨 때 시간의 흐름을 체감해? “아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싶을 때가 있잖아. 난 약 3년 전부터, 영화제 스케줄에 맞추어 시간이 흘러가. 24절기처럼 영화제는 매년 돌아오거든. 푸릇한 봄날의 전주국제영화제부터 입김 호호 불며 입장하는 서울독립영화제까지.

사실 영화제는 레드카펫 위 연예인들이나, 그들을 인터뷰하는 리포터만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어. 나한테는 아득하게 머나먼 축제구나 하고 부러워 했지. 그래서 나는 영화제에 영영 닿지 못했을까?

대답은 不是! (아니),
영화제는 생각 외로 열려있거든. 영화를 사랑한다면 누구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스태프로 자원활동가로 관객으로 혹은 배우나 감독으로 참여할 수 있지. 난 데뷔를 꿈꾸진 않았기에 (농담) 자원활동가와 관객의 길을 선택했어.

이게 행운인지 불행의 시작인지 모르겠지만, 난 코로나 19가 시작되기 직전 첫 영화제를 경험했어. 2019년 연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그야말로 축제를 즐기며 영화로 충만한 시간을 가졌거든. 독립영화를 섭렵하고, 깡총거리며 감독님들께 응원의 말을 던지고 다녔어. 2020년을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이야. 

그런데 웬걸, 2020년부터 지금까지 2년간 영화제에 그림자가 드리웠어. 오프라인 행사가 급작스럽게 중단되기도 하고, 소규모 영화제들은 역병에 스러져 가기도 했지. 심히 울적했다만, 내 나름대로 영화와 영화제를 사랑하는 방법을 행하는 중이야. 올해도 어김없이 정동진으로 영화 보러 떠나는 것처럼!

 

이쯤에서 내 첫 영화제, 첫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해. 아마 날 아는 사람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을 거야. 막연히 꼭 한번 보라고 추천만 했는데, 이번엔 자세히 전해볼게. 아무 정보 없이 영화 감상하는 걸 즐긴다면 빠르게 스크롤 내려줘.

 

ⓐ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찬실이는 영화 <집시의 시간>을 보고 영화를 시작하게 됐어. 이 영화 때문에 평생 이러고 산다며 한탄하지. 나는 찬실이 보고 영화 타령 하게 됐는데 아이러니하네.

누구보다도 하고 싶은 게 선명했을 찬실은 내내 영화 프로듀서로 일하다 갑작스레 제동이 걸리게 돼. 멈추고 나서야 빈자리를 느끼고 비로소 본인의 공허함을 응시하는 순간이 온 거야. 평생 믿어온 꿈이, 알고 보면 나를 끝없이 목마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어. 이 목마름의 해갈을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까?

영화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고민 중이야.

영화 <집시의 시간>을 떠올리며
영화 <집시의 시간>을 떠올리며

이때 장국영은 '찬실 씨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당신 멋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요.'라며 심심한 위로를 던져. 찬실은 어쩌면 원하는 게 너무 분명했기에, 더 큰 갈증을 느꼈을지도 몰라.

영화 속에서 계속 던지는 "영화 안 하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질문에 단호히 답해왔던 세월이 쌓였을 테니. 

 

ⓑ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대신 애써서 해

극 중 할머니와 찬실은 콩나물을 다듬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찬실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지. 왜 일을 못하게 되었는지, 하고 싶다고 계속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기가 채 식지 않아 끓고 있는 찬실에게, 할머니는 차분히 말을 건네. 젊으니 뭐든 해보라고. 뻔한 조언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를 애쓰며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진심 어린 응원으로 다가왔어. 

*참고 : 할머니는 까막눈으로 살아온 세월을 넘어 매일 한글을 배우는 중이야.


영화는 계속해서 꿈에 대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어느샌가 찬실이의 입장이 되어 삶을 고민하게 만들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다니. 한편으론 극악무도할지도. 모두를 고민에 빠트렸으니까.

하지만 이건 분명해 꼭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만 꿈을 이룬 건 아니야. 현장은 아닐지라도 본인의 작은 세계에서 시나브로 글을 쓰기 시작한 찬실이, 그 뒤를 따르는 동료와 후배들까지. 찬실이는 드디어 진정으로 원하는 걸 찾아 갈증을 해소할 기회를 얻은 것 같거든.

 

수처작주 입처개진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이 되니 자기가 있는 그곳이 모두 참된 곳이다. - 찬실이가 책에서 찾은 글귀 中 -

심오할 수 있지만,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봤을 모두가 갈증을 덜고 정말 원하는 걸 찾았길. 난 내 자리에서 갈증을 해갈 하려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는 중이야. 

영화제에서 찬실이를 만난 나는 참 복도 많지💖

 

추신. 영화 속 장국영은 아마도 영화의 수호신인 것 같아. 

 

From.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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