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3월 5주차 #89

⚾ 우리는 시작부터 잘 풀리지 않았던 WBC이지만, 자국 개최에 무패 우승 그 열기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요. 역시나 남의 나라 잔치라 배는 좀 아픈 것도 같은데, 요즘 일본 야구를 보면 미래의 야구는 그곳에 있나 싶은 생각이 좀 들어요. 미국에서도 본토 선수 능가하는 활약을 보이는 오오타니 쇼헤이를 비롯, 이미 그보다 전 이치로 선수의 업적, 그리고 지금 롯데가 반색하며 일본 프로야구 개막전부터 벼르고 있는 버거의 주인공 사사키 로우키 씨는 구속 160km가 넘는다 하잖아요. 그는 치바 롯데 마린즈 소속인데요, 165km라는 일본 공식 최고속 투구 기록은 물론 연속 13삼진의 기록도 갖고있고, 나이가 올해로 고작 스물 한 살이에요. 참, 든든하겠죠. 앞으로 10년은 일본 야구 문제 없지 않을까요. 전 뒤늦게 '스즈메의 문단속'을 어제야 봤는데요, '언니는 누구야?'란 어린 꼬맹이 스즈메의 말에 '스즈메의 내일'이라 답하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라이의 미래'를 인용, 끌어오며

스스로의 미래를 위로하는 장면,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내일을 너로부터 약속받는다는 건, 비단 단 한 순간의 용기가 아니지 않을까요. 아, 물론 '스즈메의 문단속'엔 야구 공 하나 나오지 않지만,😅 고작 오늘을 살며 우린 무엇으로부터 위안, 그리고 용기를 받을까요. 얼마 전 오오타니 선수의 VIP 수상 소감은 패배한 상대편 맘까지 돌려 놓을 정도로 맘을 설레게 했는데요, 같은 하늘 아래 살고있는 한, 시공간을 초월하는 '미미즈'가 아직 꿈틀대고 있는 한, 그의 미래는 곧 나의 미래도 되어줄 것 같거든요.  아무튼, '롯데리아'가 오는 4월 4일 일본 리그 개막전부터 '치바 ZOZO 마린 스태디움' 점에 한해 수량 한정 '사사키 로우키 특별 축하 버거'를 판매해요. 평소 사사키 선수가 좋아한다는 하와이의 향토 요리 로코모코를 이미지화해 100g 소고기 패티에 데미그라스 소스를 듬뿍 뿌리고, 롯데리아 오리지널 반숙 계란을 얹고, 그도 모자라 홋카이도산 치즈 소스와 레드 체다 치즈를 더하면 완성. 살 찌는 소리 벌써부터 들려오나요. 근래 '롯데리아'는 사실 규동 체인 '스키야'를 운영하는 '젠쇼(ZENSHO)에 매각되며 사내외 분위기가 흉흉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뜻밖의 낭보에 또 한 번의 재기, 내일을 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산다는 건, 늘 언제나 넘어졌다 일어나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는, '다이진(극중 고양이)의 일생'같은 거잖아요😿. 가격은 900엔, 세트는 1400엔. 한다는데, 햄버거 좋아하나요? 시작하는 노래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엔딩곡, 또 다시 신카이 감독과 합을 맞춘 RADWIMPS의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있을까'에요. 그럼, 오늘도 시작해볼까요.😺스즈메 아직 안본 분께는, 죄송해요.

🎶 얼마 전 명동이,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대 앞이 손님을 잃고 가게가 떠나 빈 상점이 늘어난 광경이 맘을 놀라게 했는데요, 생각을 조금 바꾸어 그건 거리가 그저,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코로나 여파로 인한 손님 감소가 이에 못지않은 도쿄 긴자에서는 그와 같이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떠나간 상점의, 빈 가게가 되어버린 가게 물건을 활용해 거리 아트의 프로젝트가 지난 17일부터 바로 오늘 31일까지 진행되고 있어요. 긴자의 거리를 크리에이티브하게 하다를 모토로 활동하는 '도쿄 크리에이티브 살롱 긴자 에리어' 집행위의 작업인데요, 이름하여 GINZA POET-GRAPHY란 타이틀로 긴자를 시작으로 인근의 니혼바시(日本橋), 마루노우치(丸の内), 유락쵸(有楽町)와 시부야, 그리고 하라쥬쿠와 하네다(羽田)까지 모두 6개 에리어 15개 스폿에 인스톨레이션 작품을 설치했어요. 긴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상업 시설의 쇼윈도, 빈 가게의 벽면이나 공사 현장의 가림막을 캠버스 삼아, 때로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해 마을 곳곳에 크리에이티브한 인상을 남기는데요.

이런 그래피티적 프로젝트 사실 긴자에선 별로 없는 일인데, 그 역시 달리 생각해보면 점포의 쉬는 시간을 그저 보다 유용하게 활용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실천일까요. 그에 더해 공간 연출가 토미나가 슈고, 광고 크리에이터 와타노 타다시 씨는, 마을을 소재로 한 현대詩를 노래로 바꾸어 뮤직 비디오도 공개, 쉬는 건 곧 노는 거라고도 했나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긴자의 매력, 어떤가요. 그럼 오늘도 시작해볼게요.

☕ 그러고보면 기간 한정 숍, 수량 한정 판매, 도시에 떠도는 이와 같은 말들은 어쩌면 조금, 시 같지 않나요. 그저 마케팅 수단에 불과할 뿐이지만 단 며칠 동안만 특정 누군가에게만 존재하고 하지 않는다는 건, 자본주의 대량 생산·소비 시대를 살며 분명 특별한 비현실적 체험일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그 '기간 한정'이란 말을 달고는 평소 해보지 못한 것들도 조금은 더 용기를 내 실험(천)하는 듯도 느껴지는데요, 마찬가지로 지난 16일에 문을 열어 바로 오늘 31일까지 영업을 하는 도쿄 아오야마의 '마크 제이콥스' 기간 한정 카페가 바로 내일이면 어제의 추억이 되버려요. 시부야에서 오모테산도 방면 키타아오야마() 'THE AOYAMA GRAND HOTEL' 4층에 문을 열었는데요, 아오야마의 인기 다이닝 THE BELCOMO와 협력으로 한정 메뉴를 개발하고, 브랜드 네임 마크 제이콥스와 거기서 가져온 로고 J MARC를 다양하게 변주해 매장 내부를 디자인했어요. 

물론 한정 드링크와 푸드가 메인이겠지만, 패션 브랜드가 운영하는 카페란 어떤 욕심에 오픈을 하는 걸까요. 일단 2100엔이나 하는 버터 밀크 프라이드 치킨 버거와 제철 딸기를 가득 사용한 프랑스식 데코 아이스 케이크 '이치고 바슐라그랏세'를 비롯, 브랜드 컬러를 이미지화, 칵테일도 등장했는데요. 결국은 브랜드의 취향, 센스, 그리고 기호의 어필과 체험 아닐까요. 카페란 공간에선 커피이든 디저트이든 책이나 매거진이든, 그 무엇과도 자연스레 '콜라보'가 연출되잖아요. 마크제이콥스의 약 한달간의 '팝업 실험'이 끝이 났어요.

🧔‍♂️ 중년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골목의 센토, 캡슐호텔 그리고 사우나. 근래 도쿄를 포함 일본의 변화라 한다면, 바로 그와 같이 중년 세대의 문화가 왜인지 젊은 세대에 '전이'되어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일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동시에 소수의 마니아 문화가 다수의 대중 컬쳐로 확장하는 세월의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코로나 이후, 생산과 소비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며 주목을 받고있는 헌옷 시장, '후루기 업계' 역시 그와 마찬가지의 소비 지층의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오사카 아메무라(アメ村, 아메리칸 마을(村), 후루기를 비롯 미군 용품들이 널리 사고 팔리던 지역)' 풍의 후루기를 지향하는 '후루기야 JAM'이 지난 3월 30일, 바로 어제 도쿄, '후루기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시모키타자와에 새 점포를 열었어요. 사실 후루기라 하면 골목 곳곳 산재하며 영업을 하는, 아는 사람 알아 찾아오는 방식의 장사인지라 무언가 통계를 잡거나 정리를 하기에 곤란한 업태이기도 하거든요. 또한 기존 어패럴과 달리 물품을 수급하는 방식도 공유하는 루트가 아닌, 주인장 나름의 정해진 루트인지라 일견 장인들의 영역처럼 비쳐지기도 해요. 즉, 산업화가 되지 않은 옷 가게란 이야기에요.

 그리고 이런 폐쇄성은 후루기를 후루기답게 해주지만, 동시에 후루기일 수 밖에 없게하는, 일종의 딜레마적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번에 시모키타자와에 문을 연 '후루기 잼'은 1990년대 오사카의 미군 마을과도 같았던 '아메무라'에서 축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근래 홋카이도, 미야기, 아이치, 교토, 히로시마, 후쿠오카, 쿠마모토 등 점포를 확장하고 있어요. 모토는 후루기의 원조격 상점임에도 '초심자부터 마니아층까지 즐길 수 있는 가게를 만들다' 그래서 '잼'에선 다른 보통의 옷가게처럼 다양한 품목의 상품들이 갖춰져 있고, 기존의 후루기가 수염 덥수룩한 남자 주인이 가게를 본다면, 이번 오픈한 시모키타자와 지점은 20대 여성 스태프 둘이 채용되었고, 다른 곳에서도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해요. 사실 후루기야, 겉에서 보고 들어가보고 싶어도 그게 참 쉽지 않거든요. 소위 허들이 높아요. 하지만 근래 사우나가 그랬던 것처럼, 센토가 이제는 젊은 여성들의 휴식 장소인 것같이, '후루기' 역시  조금은 더 우리에게 다가와주나요. 문화를 이어간다는 건, 끊이지 않는 만남이 우선이거든요.

🏗️ 오래 전 국내에선 배우 권상우가 오랜만에 나타나 근육을 맘껏 뽐내며 오래된 집 새 집 만들어주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이 세월의 무게에 버겁게 느껴지는 건축의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까요. 근래 특히 도쿄에선 재건축에 의해 각종 해체 빈번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오는 4월 4일 일본의 국영 방송 NHK가 좀 색다른 프로그램을 시작해요. 이름하여 '해체 킹덤(解体キングダム).' 얼마 전 개봉했던 야마자키 켄토 주연, 도호 배급 대작 영화 '킹덤'을 연상케도 하는 타이틀의 방송인데요, 이는 다름아닌 실제 각 공사장의 해체 현장에 프로그램이 개입, 몇몇 연예인이 직접 인부로 참여하고 드론이나 타임랩스와 같은 촬영 기구를 동원해 해체 현장의 현재진행형, 평소 일상 생활에서는 늘 가림막에 가리어 보지 못할 어떤 과정의 시간을 그려내요. 인부로 동참하는 건 쟈니즈 아이돌 그룹 Hey! Say! JUMP의 멤버이자 현재 메이지대학 건축학부에 재학중인 이노 오케이, 1급 건축사 자격증 보유자인 배우 타나카 미치코,

그리고 어릴 때 해체 작업의 경험이 있다고 하는 전 K1 웰터급 선수이자 현 스포츠해설가 마사토 등 4인. 이에 또 다르 쟈니즈 Kis-My-Ft2의 멤버 넷은 해체 현장에서 나온 폐자재로 작품을 만들 계획으로 참여를 해요. '버블 시기에 지어졌던 특이한 디자인의 고층 빌딩, 바다 속에 지어진 건축물 등에 잠입하며 일본의 과거 건축술, 나아가 현재의 해체 기술을 새롭게 조망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프로그램은 이렇게 취지를 밝혔는데요, 무엇보다 어느 진행형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의미가 가장 크지 않을까요. 그렇게 첫 번째 해체 현장으로는 저희 레터 단골이었던 일본 근대 건축의 아버지 쿠로카와 키쇼의 '긴자 나카긴타워 빌딩(中銀カプセルタワービル).' 지나 해 4월에 해체 작업을 시작 말쯤에 완료가 되었으니, 방송은 그 떄의 녹화이겠죠. 언제나 늘 그랬던 어떤 '현재 진행형'도 어느새 모두, 과거형이 되어가요. 

🚗 근래 사장단의 교체로 크게 뉴스가 보도됐던 일보의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가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요. 아무래도 그건 다음 세대의 드라이버, 젊은 세대와 공감하는 기업으로서의 전략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지난 18일부터 오늘 3월 31일까지 시부야 상업 시설 파르코에서 새로운 자동차의 체험 방식을 제안하는 프로젝트 Drive Your Teenage Dreams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이는 이미 지난 해부터 차를 컬쳐, 라이프, 스포츠 등과 연계하며 다방면의 가능성을 타진한 캠페인으로 시부야와 후쿠오카의 파르코, 그리고 나고야의 라시크에서 팝업을 진행했거든요, 그리고 이번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가 미국 데님의 명가 LEE, 그리고 마찬가지로 미국의 캐쥬얼 패션브랜드 FRUIT OF THE LOOM®와 콜라보, 어패럴 제작에 도전했어요. LEE와는 데님 커버올과 점프수트, 에프론과 페인터 백 등 4종을, 그리고 FOTL과는 티셔츠 2종과 양말을 만들었는데요, 말하자면 자동차에 걸맞는 패션,

드라이브 스타일로 코디해보는 어패럴의 그림일까요. LEE 로고 자리에 TOKYOTA, 가슴 정면에 커다랗게 자동차 메이커 이름이 새겨진 멜빵 바지, 얼핏 정비소 작업복처럼도 느껴지지만, 그건 아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자동차의 라이프 스타일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 그리고 이 데님이 좀 더 발전하면 바로 이 언더커버 세단일까요. '도요타'는 위의 어패럴 콜라보로 바빴을 와중에 3월 초 타카하시 쥰의 패션 브랜드 UNDERCOVER와 협업, 자사의 대표 소형 SUV Ayago X의 신디자인, Aygo X UNDERCOVER를 공개했어요. 모두 5천대만 생산 판매될 예정인 이 차는 타카하시의 디자인 철학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하는데요, 그가 NIKE와 협업을 하며 고안한 '갸큐소(gyakusou, 逆走 역주란 의미, 뒤로 뛰는 걸 의미해요)'의 정신을 바탕으로 '부적합과 고정관념의 타파'를 대담한 컬러 사용을 통해 표현했어요. 토요타 오리지널 색상인 그레이와 블랙을 사용하면서도 곳곳에 코랄 레드와 18인치 블랙 합금을 장식, 악센트를 주었는데요, 이 컬러링은 전적으로 타카하시 씨의 아이디어. "CHAOS와 BALANCE”, 그리고 모노그램 패턴의 폴로어 구성 등으로 이 차만의 특별한 디자인을 궁리했다." 티셔츠나 데님, 가방 정도야 이벤트성 궂즈 감각으로 만들 수 도 있지만, 이정도 되면 토요타의 Drive Your Teenage Dreams, 정말 진심이겠죠?

개인적으로 언더커버 좋아하는 터라 별 관심도 없는 자동차가 궁금해지는데요, '갸쿠소', 세상을 정반대의 방향에서 걷기 시작하는 시간엔 어쩌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지 모르거든요. 

📚 AI의 발전에 의해 이제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분간해야 하는 시대, 아날로그의 왕국, 종이책을 사랑하는 나라 일본에서도 얼마 전 AI 저술의 책이 한 권, 출판됐어요. 1990년대 인터넷 시대부터 도쿄대 재학중에도 발빠르게 움직이며 인터넷 기업을 만들어(이후 웹포털 '라이브도어'가 돼요)'을 만들고, 사회 발언을 서슴치 않으며 '시대의 총아'라 불리던 기업가이자, 저술가와 정치인, TV 출연도 직업으로 삼는 등 지금도 5개 이상의 직함을 가진 호리에 타카후미 씨가 오직 AI 책을 만들기위해 IT 서포트 업체 '파소콘 타로'와 출판사 '호리에몬 출판(ホリエモン出版)'을 창설, ChatGPT 기술 활용의 비즈니스書 '꿈을 이뤄주는 힘(夢を叶える力)'을 출판했어요. 이 책은 '호리에 타카후미가 쓸 법한 책의 타이틀'이라 지시를 내린 뒤 도출된 400페이지 분량의 결과물이라 하는데요, '파소콘 타로'의 대표와 단 둘이 책 기획부터 제작, 그리고 전자책 플랫폼 Kindle 등록 시간까지 총 2시간 남짓이 소요됐다고 해요. '99%가 AI 작품', 선전 문구 중 그래서 나머지 1%는, 호리에 씨가 '후기'를 자필로 작성했기 떄문이에요. 2시간이면 영화 리뷰 하나 쓰기도 버거운 시간인데,

책 한 권이 뚝딱. 시대는 정말 변해버렸나요. 어쩌면, 이건 좀 다른 책이거나 책이 아닌 건 아닐까요. '호리에몬 출판'은 앞으로 AI 서적 뿐 아니라  호리에 타카후미 본인의 음성을 기반으로 한 음성 소프트 VOICEPEAK을 활용 오더블 사업에도 뛰어든다 하던데요, 이러다 모든 건 IT  기술자의 세상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글쓴이 AI의 책을 누가 사볼까 싶기도 하면서, 우리가 책에서 바라는 게 단지 필요한 만큼의 정보와 스피트...였을까요. 모름지기 책은, 별로 효율적인 미디어가 아니에요.

🐛🪔 그런 반면, AI의 침공이 점점 더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도쿄 하라쥬쿠엔 '그들'은 절대 따라하지 못할, 사람의 사람을 위한 사람에게 전달되는 마음의 카페, 'The Unknown Café Gallery Harajuku'가 오는 4월 14일 문을 열어요. 이곳은 저희 레터에서 여러 번 소개했던 매일매일 변화하는, 매번 다른 테마로 공간이 만들어지는 '미지의 세계, '하라쥬쿠 Unknown'와 좀 닮아 보이기도 하고, 위치도 그와 딱 한 블록 사이, 진구마에 6쵸메, 메이지도오리와 캣 스트리트 사이의 뒷골목, 하라쥬쿠의 역사가 남아있는 오래된 거리의 빈 점포인데요. 그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 '도큐부동산', 테마 카페 프로덕션 LTR, 시부야의 레이블 3사가 합동 프로젝트를 발촉, '아직 덜 알려진 재능을 만나는, 동시에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운영해요. 그리고 여기엔 창간 100주년을 맞았던 '소년 점프'의 출판사 '슈에이샤'도 함께하는데요, 카페의 운영 방식이란 '소년 점프'의 온라인 어플 '소년 점프+'에 연재중인 단편 작품에서 신진 작가의 '요미키리(読み切り, 단행본 출간이 되지 않은 작품)을 중심으로 60일 주기로 매번 8작품 씩을 선정, 작품 당 2페이지를 전시하고 제공하는 푸드와 드링크, 그리고 BGM으로 쓰이는 음악은 모두 만화에 대한 경의를 담아 요리되고, 선곡돼요.

그리고 그 8편을 선정하는 데는 만화를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데요, 그 팀장격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요시카와 유야는 "재능이 있음에도 현재 상황 아무런 존재도 아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매력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라 말했어요. 말하자면 '언노우', 그리고 미완성의 가능성이랄까요. 딱히 새로운 천재를 점치는 자리도, 발견되지 못한 재능을 발굴하는 시간도 아닌, 오직 지금 이 시기에만 빛이 나는 작품을 만나고 즐길 수 있는 기회. 요시카와 씨는 이를 '미완성의 가능성의 아름다움'이라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AI 따라할 수 있나요. 더불어 공간은 만화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모노크로 기반으로 디자인되기도 했다는데, AI 씨의 작풍, 어떤 스타일이던가요. 알려지지 않은 만화의 딱 8편의 그 중에서도 단 2페이지 만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 하라쥬쿠는, 아니 인생이란 늘 '미완성'이었어요.

🛝 예전에 이 카피 멘트, 기억나나요? 한 계단 오를수록 체중이 OOg 줄어듭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가물하지만, 아마도 엘레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을 장려하며 어느 공기관에서 내걸었던 광고 문구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무렵, 전 남성 패션 잡지를 만들며 레이어드 패션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한 번 더 껴입을 수록 체감온도 1도가 상승합니다'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캡션을 달았던 것도 같은데요. 분명 득이 되는 줄 알면서도 잘 하지 않게되는 것들, 어쩌면 그를 위한 계기, 용기거나 동기가 부족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일본의 화장품으로 더 알려져있지만 위생 관련 생활 용품도 제조하는 '카오(花王)'가 얼마 전 자사의 음료 브랜드 '헤르시아'를 선전하며 도쿄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역, '오오에도센(大江戸線) 록뽄기역에 좀 산뜻한 광고를 내걸었어요. 바로, 지하철역 홈부터 개찰구까지 이르는 길고도 긴, 끝날 줄을 모르는 계단에 엘베가 아닌 계단을 걷는 이들을 향한 일종의 응원 메시지를 적은 건데요, '헤리시아'는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는 건강 음료. 그를 어필하기 위한 PR 멘트란 건 누구나 다 알아차리겠지만, 계단 오르고 내리는 사람에겐 아마 좀 다른 울림을 갖게되겠요. 부러 가장 깊은 곳의 역을 고른 만큼 메시지는 총 60종이 동원되었고, 최대 198계단을 오르게 되는 이들을 위해 지치지 않은 건강 행동의 동기를 부여해줘요. 몇 개를 소개하면

'안녕하세요, 헤르시아입니다.개촬구까지 운동하실 분은 165계단, 여기 있어요.'부터 '이 광고는 일주일 뒤 없어지지만, 당신의 건강 실천은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좋아좋아, 그 스피드'와 같은 추임새까지 계단 오르내리는 출퇴근자, 도시 생활자의 말동무가 되어주어요. 이런 광고 마주치면 엘베, 포기할 수 있을까요. '헤르시아'는 2003년 발매돼 올해로 20주년을 맞거든요, 오사카에선 한큐우메다역(阪急大阪梅田駅)과 한큐백화점(阪急百貨店)을 잇는 무빙 워크에 전체 44m 길이로 같은 메시지가 쓰여졌고, 헤르시아 페트병으로 그린 계단부터 중간중간 상품 정보도 빠짐없이 기재되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건 철저한 소비자 의식 조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반수 이상의 사람이 건강 증진을 위해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실천하고 있지 못하고, 반면 누군가의 응원을 받으면 모티베이션이 오른다'는 답변이 있었다 해요. 그러니까 실제 필요에 의해 제작된 광고인 셈인데요, 동시에 슈퍼나 판매점에선 20주년 기념 '메시징 6개 세트'가 판매되는데, 그곳엔 이런 문구도 써있다 해요. '헤르시아 6병 세트 사들고 가는 것도 운동' 어딘가 뜨끔하면서도, 의욕이 끓어오르나요. 이 광고의 핵심은 아마도 '피드백'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 Cappucino를 팔지않는, 가게 

세상은 정해진 시간대로 흘러갈 뿐인데, 왜인지 나 홀로 다른 시간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종종 있지 않나요. 가끔 화요일을 목요일로 착각하거나, 어쩌다 집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나면 엄연히 평일 한낮인데도 주말처럼 느껴지는 저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나만의 '시차'가 좀 재밌다 생각하거든요. 명백히 말하면 시차란 경도와 위도에 의해 나라별, 큰 국가에선 나라 안에서도 차이를 갖고 흘러가는 시간과 '시간'을 의미하지만, 사실 그런 거 체감과 실감의 이야기는 별로 아니에요. 오히려 '시차'란 가끔 떠오르는 오래 전 추억, 아직 멀었지만 어서 빨리 만나고 싶은 누군가와의 만남과 같이 내 안의 수많은 감정들, 좋거나 나쁘거나 설렘이거나 불안이거나-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조율'은 아니었을까요. 참고로 전, 그제 저녁 이상하게도 멀리, 아주 멀리 다녀온 것 같은 저녁을 보냈는데, 주소상으로는 집에서 고작 30분 거리이지만, 제게는 참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심지어 카페에 카푸치노가 없다는...무슨 이런 황당한 '시차의 해프닝'이 있을까요.

그덕에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라뗴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아마 그런 시차들이, 하나로 아울러지지 않는 어떤 불협화음의 시간이 오늘을 오늘이게, 그리고 내일을 기다리게 하겠죠. 개인적으로는 그 날 저녁의 후유증으로 예정했던 영화도 보러가지 못한 주말같은 금요일, 구독자님 곁엔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나요. 때로는 버겁고 가끔은 피하고 싶기도 하지만, 세상에 그 어떤 시간도 분명,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거 아나요? 내일부터 공휴일, '본격적 주말이 시작해요'라고 새삼, 말해 보아요. 참고로 카푸치노는 별다방보다 콩다방이 더 맛있더라고요.

📫오는 수요일, 4월의 첫 레터 4월 5일에 '야마테센의 스토리 배달부' 세 번쨰 이야기 #107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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