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위한 '폴케호이스콜레'(IPC,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에 오기 전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면 나이 때문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학기를 보낸 경험으로 책을 낸 《나의 덴마크 선생님》의 저자는 30대였는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너무 나이 차가 나면 전 상관없지만 어린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할까 걱정했죠.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에게 30대인 척 다니겠다고 말했지만 거짓말은 할 수 없으니까요.
이곳에서 다른 학생에게 처음 받은 질문이 "How old are you? (몇 살이세요?)"입니다. 보통 외국에서는 나이를 묻는 게 실례고, 잘 물어보지 않는다고 하는데 IPC 학생은 나이를 물어보네요. 제가 나이를 묻는 건 실례인데 너는 몇 살이냐고 물으니 17살이라고 합니다. 엄청 나이 들어 보이는데 17세라니... 대충 30대 정도라고 둘러대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여기는 10대들도 상당히 많고 30대 이하, 그러니까 20대 초중반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잘 살펴보니 60대가 네 분이나 있더군요. IPC 여름학교에는 덴마크어와 영어를 배우는 클래스로 크게 구분되는데요. 만일 영어만 배운다면 보다 풍부한 영어를 사용하기 어렵겠지만 덴마크어를 배우려는 영어 원어민이 있어서 영어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영어를 잘하지만 덴마크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과 덴마크어를 잘하는데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서로 재능 기부를 할 수 있어요. 저처럼 둘 다 못하는 사람은 영어와 덴마크어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지만요.
카린(Karin)은 캐나다 출신인데요. 치매 방지에 언어 공부가 좋다고 해서 덴마크어에 도전했습니다. 영국에서 온 길리언(Gillian)은 아들이 덴마크 여성과 결혼해서 코펜하겐에서 산다고 해요. 2월에 태어날 손자를 포함한 가족과 소통하고 싶어서 덴마크어를 배운다고 해요. 론(Ron)의 경우는 아주 로맨틱한데요. 네덜란드 출신인 론의 아내는 덴마크 사람인데요. 결혼하면 덴마크어를 배워 대화하겠다고 한 30년 전 약속을 지키기 덴마크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제 화장실메이트인 한나(Hanne)는 덴마크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줄곧 영어로 말했다고 해요. 뭐든 사용하지 않으면 쉽게 잊히잖아요. 한동안 영어를 쓰지 않아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고, 그러니 영어로 대화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아차려 영어 클래스에 참여합니다.
세 명은 덴마크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영어 원어민이고 한 명은 영어를 향상하고 싶은 덴마크 사람인 60대 네 명이 매일 저녁 컴퓨터실에 모여 공부하고 질문하며 학습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어요. 재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이들은 IPC의 학습 롤모델입니다.
자체적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복습하고 과제를 풀어나가는 학생들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자유를 누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모범을 보이고, 호기심과 열정으로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모습에 저도 힘이 납니다. 아직 제가 나이 많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어린 나이고요.
한나의 옆방을 쓰며 대화도 많이 나누고 같이 밥도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친구들보다는 시니어 그룹과 어울리게 되는데요. 열정 가득한 이들과 3주를 보내니 저도 많이 배웁니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이들처럼 덴마크어를 배우러 언젠가 다시 IPC에 돌아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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