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초월적인 힘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

최근 과다한 실수에도 운명은 나의 편

2024.08.31 | 조회 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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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YES24에서 책을 구매하면 종종 포인트로 굿즈를 살 수 있는데요. 티셔츠나 우산, 작은 가방, 컵 등 애용합니다. 얼마 전에는 목걸이형 안경집이 있길래 4,000포인트를 지불하고 구매했습니다. 외출할 때 안경을 쓰고 다니면 얼굴에 안경 자국 생기는 게 부담스럽고, 무겁기도 해서 안경집에 담아 가방에 넣어 다녔는데요. 안경을 써야 할 때 가방에서 꺼내기가 좀 번거로웠는데, 목걸이형이면 편하게 꼈다 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어요. 역시나 아주 편하더군요. 유용하게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몹시 더운 여름날 안경 목걸이를 매고 양산을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맞은 편에서 오던 분이 저에게 "안경 떨어뜨렸어요"라고 하시더군요. 안경집을 보니 정말 안경이 없었습니다. 놀라서 뒤돌아 바닥을 보는데 안경을 쓰지 않아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정말 횡단보도에 안경이 떡하니 있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그분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신나게 갔을 거고, 지나가던 차가 밟고 지나갔겠죠. 수십만 원짜리 다초점 렌즈 안경은 그렇게 비명횡사했겠죠. 멀리서 안경 떨어지는 걸 보고, 나서서 알려주신 그분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얼마 전 저도 지하철에서 누군가 우산을 떨어뜨리고 나가려는 걸 챙겨 준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 복이 돌아온 걸까요? 그 이후론 불안해서 안경 목걸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정말 초월적인 힘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어이없이 멍청하게도, 태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에 갔는데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화장지 칸 위에 올려두고선 그냥 나온 겁니다. 입국심사까지 다하고, 짐은 맡기지 않았기에 동료와 함께 택시 승강장까지 갔습니다. 택시 타기 전 시간을 확인하려고 가방을 열어보니, 세상에나 핸드폰이 없더군요. 당황스러워 일단 동료를 먼저 보내고 공항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마주친 보안요원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무전기로 화장실 확인을 요청했는데요. 만일 화장실에 그대로 없다면 절차가 복잡해진다고 하더군요. 그런 경우 안내 데스크에 가서 세관 안내 데스크로 연락해야 하고, 어쩌고저쩌고 아무튼 핸드폰이 그대로 있기를 바라야 한다고 했어요. 기다리는 동안 일단 근처 안내 데스크로 갔습니다.

최근 실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도 했고, 또 이상하게도 별걱정이 되지 않기도 했어요. 요즘은 핸드폰을 잘 가져가지 않는다는 말도 들어서 그런지 왠지 저에게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다만 화장실에 그대로 있었다면 제가 있는 곳까지 보안요원이 가져오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아서 걱정이었죠.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비행기를 타고 왔기에 엄청 피곤했거든요.

어떤 여자분이 유모차를 끌고 안내 데스크로 와서 "핸드폰..."이라고 말을 꺼내기에 저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어디 두고 왔나보다 생각했어요. 고개를 돌렸는데, 세상에 그분이 제 핸드폰을 가져와서 주인을 찾아주라고 말하던 거였어요. 너무나 익숙한 제 핸드폰이 어찌나 크게 보이던지요. 그 넓은 공항에서, 하필이면 그 안내 데스크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직접 핸드폰을 가져온 것입니다.

"핸드폰으로 왜 전화하지 않았어요? 전화 오면 만나서 건네줬을 텐데. 전화 계속 기다렸잖아요. 공항 어느 곳도 핸드폰을 받아주지 않아서 엄청 답답했어요."

그러게요. 왜 전화를 걸 생각을 못했을까요? 당황스러우니 아무 생각도 안 났네요. 선물 같은 거라도 사 왔더라면 드렸을 텐데, 현금도 없었네요.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드린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피곤한데 어서 집에 가서 쉬라고 했습니다. 세상이나 이렇게 감사할 수가요. 덕분에 핸드폰을 잃어버린 걸 알아차린 지 10분 정도 만에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저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신 아이 엄마분 정말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집에 무사히 왔습니다. 나중에 꼭 그분 가족에게 도움을 줄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안경을 길바닥에 떨어뜨린 채 가던 길을 가고, 핸드폰을 입국 수속도 하기 전에 화장실에 두고 나오는 상상할 수도 없는 위험천만한 실수를 하고도 제가 이렇게 멀쩡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건, 저를 향해 내미는 온 우주의 도움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 주변을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도록 살겠습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즉시 전화를 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도 이번 기회로 알게 되었습니다만, 실수는 이제 그만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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