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스토리텔링으로 글감을 떠올리다

부담으로 시작해서 보람으로 끝나는 영어 회화와 글쓰기 수업

2021.06.12 | 조회 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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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매주 힘들어 피하고 싶지만 막상 수업을 받고 나면 참여하길 잘했다 싶어요."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5기 M문우님의 후기입니다. 지금 10기를 진행하고 있으니 1년도 넘은 문우의 말인데 제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매주 나에 관한 글을, 그것도 다른 사람이 함께 읽고 합평을 할 거라는 부담을 안고, 마감 시간에 맞춰 글쓰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 어려운 일을 마치고 수업에 참여하여 칭찬과 위로를 받으면 힘도 나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수업이 끝나면 밀려오는 뿌듯함에 힘이 나죠. 그렇게 10주의 시간을 보내기에 나찾글 수업의 만족도는 꽤 높아요.

저에게도 매주 힘들어 피하고 싶지만 막상 수업을 받고 나면 참여하길 잘했다 싶은 게 있는데요. 바로 화상 영어 수업입니다.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하지만 제 급여에 반영되어 세금을 내므로 100% 공짜는 아닙니다. 회사에서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영어 수업을 듣지 않는다면 책을 사도 되고 다른 강의를 들어도 되죠. 그런데 왜 저는 매주 일요일 아침, 40분이라는 소중한 시간과 회당 수만 원의 돈을 들여 화상 영어 수업에 참여하는 걸까요?

이번 일요일 수업 전에 다시금 다음을 먹었습니다.

'예습도 5분 만에 대충하고, 복습도 하지 않는 수업인데. 일요일에 굳이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영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일요일엔 쉬어야지. 영어 공부 더 한다고 실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기존에 신청한 수업만 다 듣고 나면 이제 끝내야지.'

글쓰기와 관련해서 벌인 일도 많아서 일요일에도 바쁜데 굳이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어쩌면 제 삶에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영어 학습에 40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다는 게 아니다 싶었어요. 그렇게 3년을 지속했거든요. 솔직히 수업 전엔 부끄럽지만 피하고 싶기도 해요. 아무리 수업이라지만 외국인과 일대일로 40분 떠드는 건 부담스러우니까요. 영어 아티클을 선정해서 미리 읽고, 주제에 관해 원어민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면 제가 답합니다. 제 대답에 선생님이 관련 질문을 더 깊게 던지며(follow up question) 대화를 주고받아요. 제가 답한 내용에 선생님이 실시간으로 교정해 줍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를 듣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스토리텔링)이 필요한데요. 언어 능력을 떠나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우리말을 잘하는 사람이 영어도 잘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저는 아이디어가 많고 말하기를 좋아해서 질문에 대답을 잘하는 편이어요. 어떤 질문을 받아도 제 생각을 빠르게 펼칩니다. 덕분에 예습을 대충 하는 부작용이 생기죠. 미리 답변을 생각해 두지 않아도 둘러댈 수 있으니까요. 

시작은 부담스럽지만, 수업을 마치면 보람을 느껴요. 일요일 아침에 자발적으로 개인 시간을 투자해서 영어공부를 했다는 뿌듯함, 우리말과 영어의 미묘한 표현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 교과서만으로 알 수 없는 미국 문화를 배우는 신선함,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기쁨이 분명 있거든요. 

이번 일요일에 선택한 아티클은 "How two lonely generations are helping each other heal: Efforts to connect young adults and the elderly."로 신세대와 구세대가 어떻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외로움을 달래는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올 2월에 하버드에서 95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놀랍게도 코로나19로 가장 외로운 세대는 18세에서 25세의 젊은 세대였어요. 전 노인들이 늘 외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외로움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을 나누던 중 이 외로움을 글감으로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외로움은 늘 피하고 싶은 화두거든요. 수업을 마치고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인생 삼모작과 외로움을 연결한 글을 썼어요. 3,000자가 넘더군요. 지난주 내내 머릿속에서 인생 삼모작이라는 주제만 맴돌았지 전개 방법은 묘연했거든요.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니 글감이 정리되었어요. 중단하려고 했던 영어 수업이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네요. 때로는 다른 사람과의 질문과 대화에서 유레카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죠. 선생님의 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하기도 하고, 기존에 제가 쓴 글을 떠올리며 답하기도 하는데, 결국 영어는 수단일 뿐 제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시간이더군요. 

선생님이 성실히 써서 보내주는 피드백을 보지도 않고 삭제하는 불량한 학생이지만, 제가 열심히 써서 보내주는 글쓰기 피드백도 어쩌면 문우들이 보지도 않고 삭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불현듯 듭니다만, 이대로 멈춰서는 안 되겠다 생각합니다. 다시 신용카드를 꺼내어 3개월분 영어 수업을 결제하며 M문우님의 후기를 떠올립니다.

구독자님에게 힘들어 피하고 싶지만 막상 하고 나면 보람있는 건 무엇인가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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