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토대를 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돈과 같은 물질에 대한 욕망을 인정하는 것으로도 이어집니다.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최소한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해야 하고 그럴 때 여유 있는 삶이 가능합니다. 돈이 없다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다 보면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미치게 친절한 철학》 중에서
뭐 꼭 부자가 되려고 직장에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돈처럼 은밀하게 다가오는 유혹이 있을까 싶다.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데, 솔직히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겉으로 드러내느냐?' 아니면 '속으로 전전긍긍하느냐?' 그 차이가 아닐까?
월급은 직장인의 발목을 잡는 요물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을 월급과 바꾼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월급의 노예가 되는 기분이 가히 즐겁지는 않았다. 받은 만큼 일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영혼 없이 일하는 직장인이 되려고 발버둥 쳤지만 쉽지는 않았다. 받은 돈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세뇌 때문이었을까? 범생이 마인드셋 때문이었을까? 열심히 노력했으니 연봉도 많이 받고 싶었고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주변을 맴돌고 싶었다.
《돈의 속성》에서 김승호 저자는 부자의 기준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융자가 없는 본인 소유의 집이 있다. 융자 가득한 남편 소유의 집을 마련했다가 IMF(국제금융기금) 외환 위기 때 이자만 20% 이상 냈다. 그 빚을 갚느라 청춘은 사그라들었다. 집을 구매한 빚을 갚고 났더니 집을 담보로 또 빚을 지게 되었으니 첫 조건부터 탈락이다.
둘째는 한국 가구 월평균 소득 541만 1,583원을 넘는 비근로 소득을 가진다. 세후 월급으로 500만원을 받으려면 연봉이 7-8천만원은 되어야 하는데 비근로 소득으로 500만원을 가진다니 월급쟁이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다. 부동산 소득이나 금융 소득으로 500만원을 벌려면 20억원이 넘는 자산이 있어야 한다고 하니 You Win. 부자는 점점 멀어진다.
세 번째는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욕망 억제 능력 소유자다. 흠 이건 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저자는 이를 위해 자기 삶의 주체적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몸이 노동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도 수입이 나오고 정신과 생각이 자유로워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즉, 육체와 정신 둘 다 자유를 얻은 사람이 부자라고 말한다. 모두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고들 말하는데 바로 이런 상태를 의미한다.
헤겔에게 노동은 단순히 먹고사는 데 사용되는 힘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해하고 문명을 성장시키는 근원적 활동이었습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유를 실현합니다. - 《미치게 친절한 철학》 중에서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월급을 받을 때면 감사하다. 내가 회사에 기여를 하고 그에 해당하는 보상을 돈으로 받으니 말이다. 문제는 다른 동료와 비교할 때 생겨난다. 월급도, 직급도, 승진도, 보상도, 세상 모든 게 타인과의 비교 때문이다. 현재 나는 정신과 생각이 자유롭고, 헤겔의 말처럼 노동으로 자유를 실천한다. 몸이 노동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면 수입은 없는 상태라 육체의 자유는 없다. 세 번째 조건은 반쪽만 충족하니 정신적 부자라고 주장하고 싶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여러분은 돈의 철학은 어떠한가? 여러분은 부자인가? 만일 경제적 자유가 보장된다면 일을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더 큰 자유를 위해 계속 노동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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