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4월 3주차 #136

☕ 시작이야 어떻든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는 말, 중간 과정에 소홀한 다분히 무책임한 말인 것 같아 그다지 믿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때때로 살며 그와 같은 상황 마주하지는 않을까요. 꼭 그렇다기 보다 그래주었느면 좋겠을 것 같은 순간이 아마 적지 않게 있었을 것도 같아요. 더불어 시작과 끝이 아니라도, 무언가 정말 좋은 순간이 있다면 그 만으로 충분한, 괜찮은 것들은 사실 매우 많은지도 모르겠거든요. 그러니까 지난 6일이 어떠했든, 오늘 하루만 그럴듯하다면 이번 주도 우리 괜찮았던 건 아닐까요. 저희 레터에선 지난 몇 번 즈음 대대적 리뉴얼을 거쳐 다시 오픈하는 '츠타야 시부야'에 대해,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그곳에 역시 이 단 한 번의 무언가는 존재했는지 모르겠어요. 한 주 늦게 오는 4월 25일 오픈하는, '시부야 츠타야'의 사실상 현관 구실을 했던 '스타벅스' 매장이 꽤나 맘에 들 것 같거든요. 오히려 전 '츠타야' 리뉴얼의 변신보다 '스타벅스'의 이번 선택이 더 좋은 것도 같은든요. 먼저 1층과 2층을 사용하는 건 전과 동일하지만, 이번엔 2층 전체를 '스타벅스'가 사용하고, 1층은 테이크아웃 전용 스탠드 매장처럼 운영될 계획이에요.

그리고 STARBUCKS Green Ribbon을 콘셉트로 매장 전체를 스타벅스 컬러 초록으로 단장하는데요, 마치 하나의 커다란 리본이 이어지듯 자리가 71m나 곡선으로 만들어졌고, 그와 상응하듯 벽면엔 가로세로 1X35m 규모의 리본이 디지털 아트로 구현돼요. 즉, 공간 전체를 초록 리본 두 줄이 감싸 안는 듯한 모양새랄까요. 이전의 '스타벅스'라면 사실 매장의 물리적인 협소함, 좌석의 절대적인 부족함 땜에 음료를 주문하고도 마지못해 테이크아웃을 하게되는 상황이 왕왕 벌어지곤 했잖아요. 2층을 '츠타야'와 함께 셰어하는지라, 사실상 창가 쪽 햇볕 드는 양지 정도가 고작 '스타바'였던 셈이라 그랬던 옛날옛적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이번엔 층을 구분해 2층에서 주문, 그리고 이용까지 층간 이동 없이 즐길 수 있는 구도를 완성하고 있어요. 그만큼 어찌보면 책과는 멀어진, 실질적으로 책을 덜어낸 듯한 '츠타야' 리뉴얼에서 찾을 수 있었던 커피의 자리였겠지만, 오히려 이번엔 '스타바'를 찾았다 츠타야에 들르는 전과 정반대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코엔도리(公園通り) 곁으로 초록빛의 커피 스탠드는, 분명 금세 친해질 것 같은 기분 들것 같거든요.

아무쪼록, 수 십년을 함께하는 책과 커피 공생은 어느새 스스로를 채워주고 '단 한 번의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오늘도 시작해볼까요. 비내리는 오후, 전 편의점의 스타바 프라푸치노를 테이블 곁에 놓아 보았어요.

🎃 대중적 히트곡을 남긴 어느 가수의 실은 보다 진짜에 가까운 음악이 숨어 있는 것처럼, 혹은 어느 유명 소설가가 사실은 훌륭한 러너였다는 비밀과도 같이, 알고 있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 어쩌면 누구나 조금씩 갖고있지 않을까요. 회사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내가 다른 것처럼, 세상을 산다는 건 결국 나의 어느 일부, 그의 복수를 살아가는 건 아닐까 모르겠어요. 샛노란 거대한 호박으로 이제는 TV 예능 프로에서도 비치는 쿠사마 야요이 씨 역시 그 호박 너머엔 수도 없이 많은 자신과 마주하고 그 세계에 침잠했던 기록들이 남아있거든요. 쿠사마 야요이라고 하면 무한의 도트 무늬와 호박과 같은 조형 작품이 가장 알려져있지만, 사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여타 회화 작가 못지않게 구상(具象), 구체적 사물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 해요. 이를테면 미국으로 건너가기 이전의 스케치나 일본화를 비롯 1970년대엔 콜라쥬 작업을 집중적으로 하기도 했고, 80년대에는 다양한 구상적 표현의 판화를 남겼다 하는데요.

그래서 그 무렵의 쿠사마 야요이를 보면 어딘가 마티스적이기도 하고 또 어느 대목에선 세잔의 정물화를 떠올리게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무쪼록 우리가 안다는 건 무엇을 모른다는 것과 동의의 문장은 아니었을까요. 오는 4월 27일부터 도쿄 와세다에 2019년 문을 연 '쿠사마 야요이 미술관'에서 바로 이와 같은 그의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그림의 생애를 쫓는 전시가 열려요. 제목하여 '쿠사마 야요이, 구상을 그리다(草間彌生、具象を描く).' 1940년대부터 지금, 올해로 세인 현재까지도 작업을 이어가는 그의 시간을 겹겹이 쌓아가듯 쿠사마의 그림, 그 역사를 돌아보는 시도인데요, 재밌는 건 이와 같은 시간순의 쿠사마를 보다보면 구상이 점점 더 추상이 되어가는, 동물이나 식물 사물을 응시하던 그 세계가 어느덧 한없이 확장하는 세계의 추상이 되어감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도 다수 존재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 속 우리는 어떤 추상의 물음표를 하고 있을까요.

💕 이제는 하나의 신종 버라이어티가 되어버린 것 같은 TV 속 다수의 데이팅물. 미디어 친화적 세대의 등장 때문인지, SNS를 비롯 공개되는 사생활이 더이상 눈치볼 필요 없어진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각종 형태의 연애 프로그렘이 봇물 넘치는 상황인데요, 구독자님 즐겨보는 편인가요? 이와 같은 현상은 OTT 글로벌망 속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인지라, 얼마 전 일본에선 인터넷 방송으로 시작된 Abema TV의 '오늘, 사랑에 빠졌습니다(今日、好きになりました。)'가 여고생을 중심으로 대히트, 1950년 창업 반세기 넘게 빵을 만들어온 어느 전통의 빵집은 그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바로 1950년 후쿠오카의 작은 빵집에서 시작, 메론빵의 원조로 알려지기도 한 '키무라야(木村屋)'가 NEC, '일본전기(木村屋)'와 콜라보, 연애의 감정을 바탕으로 특정 상황을 식품과 매칭시키는 다소 난감해지는 실험을 벌였거든요. '키무라햐'라고 하면 일단 이름값만으로 믿고 사먹는 빵이기는 하지만, 반면 지금까지의 판매 채널이 주로 백화점, 또는 고급 슈퍼 마켓 위주였던지라 젊은 층에게의 인지도가 낮다는 건 난점을 품고있는 브랜드이기도 하거든요.

고로 앞으로의 시장을 위한 무언가의 타계책이 필요해지던 시점,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연애 오락프로그램과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빵을 만들어보는 전에 없는 제빵술을 시도한 셈이에요. NEC, '일본 전기'는 이미 AI 기술을 바탕으로 푸딩, 그리고 몇몇 디저트 제품을 개발한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애당초 신제품 개발의 동기가 젊은층의 공략이었으니 연애물의 텍스트를 끌어온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까요. '키무라야'는 콜라보를 진행하며 젊은 층의 '연애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 하지만 연애 프로그램은 인기라는 다소 역설적 사실에 기반해 이번 상품 '코이아이빵(恋AIパン)'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궁금한 건, 연애담에서 구워진 빵은 어떤 맛일까...이잖아요. 일단 네이밍이 재밌어요. '운명의 만남이 느껴지는 맛', '첫 데이트의 맛', '질투하는 기분', '눈물 나는 실연의 맛', 그리고 '엮어질 것 같은 사랑의 맛'까지 모두 5종의 라인업. 뭔가 고백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관건인 건 이를 어떻게 맛으로,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냈을까인데, '키무라야' 일본 내 주요 백화점 체인 안에 모두 입점이 된 빵집이거든요. 역시나 AI 만으로 완성되는 건 최소한 제빵 세계에선 없는 걸까요.

🐷 가을 겨울 지나고 봄이 성큼 찾아온 마당에, 여태 끝나지 않고 곁에 있는 고물가 시대. 어쩌면 이젠 그렇게 부쩍 높아진 생활 물가와 적응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해지는 건 아닐까요. 지난 3월 도쿄에선 좀 색다른 고기값이 화제를 모았어요. 바로, '연습생이 커팅한 고기이기 때문에 싸게 판매합니다'라는 매장 정육 코너에 나붙은 이 브랜드 특유의 손글씩 POP 한 장. 말 그대로 이제 갓 연수를 시작한 직원이 고기를 손질, 커팅한 탓에 가격을 정가 이하로 낮추었다는 말인데요. 일단, 굳이 말할 필요 있는 얘기였을까요. 하지만 그래서 고기값이 얼마나 싸졌냐고 하면 돼지의 등심 부위가 100g에 소비세 별도 128엔에서 98엔으로, 일단 원코인 가격대로 내려왔죠? 그에 더해 일본의 한우, 소위 명품 소고기라 불리는 마츠자카규의 경우 100g 본래 1천엔 이상을 육박하던 게 소비세 포함 430엔으로 사먹을 수 있게 됐어요. 이 또한 원코인 가격대죠? 그야말로 고물가 시대 예기치 못했던 시장의 발견인데요. 이와 관련 소식이 구 트위터(X)에 올라오자 '응원할게'랄지 '연수생 힘내요'란 코멘트가 붙기도 했다 하는데요, 이 대차고 도발적인 가격대의 주인공은 발 '돈키호테'에요.

시부야 도겐자카 도오리와 마찬가지로 메가급의 '돈키', '메가 돈키'를 지난 3월 10일 도쿄 이타바시구 나리마스역(成増駅) 인근에 오픈한 '돈키호테'는 동시에 전에 없던 새로운 판매 시스템을 시작했거든요. 그게 바로 '나리마스 미트 연수 센터(成増ミート研修センター') 마트 장 보다 갑자기 사내 연수 다녀오는 듯한 네이밍인데, '돈키'는 사실 최근 앞으로의 성장 카테고리로 4대 신선 부문에 힘을 쓰고 있기도 하거든요. 청과물, 수산물, 정육, 그리고 꽃과 식물들. 그 중에서 정육의 매출 비중이 40%를 웃도는 수준이라 하고, 그래서 곧 매장 내 보다 본격적인 고기 코너를 가꿔가고 있는 중이고 그 중 이번 나리마스 지점이 하나의 시작점이 되는 그림이에요. '돈키'는 이번을 계기로 실제 정육 관련 기술을 연수하는 직원들을 양성하겠다고도 밝혔거든요. 월 152시간 실습과 이론 16시간의 수업을 3개월 마치고 나면 현장에 파견되는 시스템이고, 그 이후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조금 저렴한 고기를 손질해 손님에게 건네는, 고물가 시절 '착한 고기집'을 완성하게 돼요.

말하자면 하다하다 이제는 정육업, 나아가 도축 지근거리까지 확장하려고 하는 게 현재의 '돈키'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리테일 관련해서는 슈퍼마켓 매장 확장하는 '무인양품'을 보아도 확연히 먹거리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는데, 아마 '돈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겠죠. 그리고 이는 곧 격하게 싸다를 추구하는 '돈키' 물가의 먹거리가 지속적 공급된다는 말이 되어주기도 하잖아요. 연수생이 끊이지 않는 한 돈키의 원코인 마츠자카규도 마르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가격 할인을 하며 이와 같이 귀여운 고백, 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되어주니까요. '나리마스 미트 연수 센터'의 요시무라 에이코 씨는 '철저히 정직한 장사에 충실하다'란 기업 이념을 따랐을 뿐이라 하는데요, 그와 같은 정직함으로 다소 어리숙한, 미숙함까지 하나의 마켓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이디어. 요시무라 씨는 이번 연수생 코너는 추후 현재 일본 내 7곳의 '메가 돈키'에서 확장 실행할 거라고도 했어요. 그리고 못난이 사과가 맛이 없던 건 아니었던 것처럼, 사실 맛에서는 별 차이 없다는 게 이 신입생 고기들이 말해주는 일사의 숨은 교훈은 아닐까요.

🍺 여행이 점점 더 일상 가까이에서 지금은 어쩌면 평범함 속 비범함을 마주하는 시간일까요. 코로나 이후 누구보다 지근거리의 여행에 앞장서온 리조트 그룹 '호시노야'가 자사의 도심 호텔 라인 OMO를 이번엔 도쿄 한복판 고탄다(五反田)에 오픈했어요. 그런데 고탄다, 구독자님 가본 적 있나요? 사실 이곳은 신쥬쿠, 시부야와도 교통이 편리하고 바로 옆옆 역이 터미널역인 시나가와와 오사키(大崎)인 터에 위치 만으로는 전혀 모자랄 게 없는 지역이기도 하거든요. 다만, 근래엔 풍속업이 골목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치안이 좋지 않기로 악평이 자자하지만, 그 또한 오래 전에는 다양한 것들이 자유롭게 뒤섞여 공존하는 소위 시타마치다운 풍요로움으로 이야기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오사카의 슬럼가라 불리는 니시나리 지역에 OMO 7을 개관하기도 했잖아요. 그곳 역시 이미지는 좋지 않아도 교통 요충지인지라, 당시 호시노 회장 왈, '앞으로의 잠재성이 가득한 곳'이라 했거든요. 그러니까 곧, 호텔이 새로 문을 여는 동네란 앞으로의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는 말이기도 할까요.

아무튼, 이번 '호시노야'의 OMO는 숫자 5를 달았는데요 이는 곧 시설이 보유한 액티비티의 가지수. 그 중에서도 고탄다에서는 무엇보다 먹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더불어 밤의 시간을 방이 아닌 밤을 맞은 거리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해요. 호텔의 콘셉트가 '야경와 만찬(ご馳走)의 파라다이스'이거든요. 지배인 오키 타쿠토 씨는 '고탄다의 특징은 밤 시간대를 즐기는 다채로운 방식과 먹거리의 매력. 호텔에서의 숙박은 물론 고탄다란 마을에서도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궁리한 게 이번 호텔 플랜의 요지였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객실을 포함 관내는 네온 사인 번쩍이는 조명으로 밤의 무드를 연출하고, 이전 존재했던 상점가의 역사를 이어가듯 다양한 요소들이 뒤범벅 뒤섞여 혼재하는 스타일의 객실도 존재해요. '고탄다는 신구(新旧) 다양한 가게들이 뒤섞여 있어 좋은 의미에서 뒤죽박죽한 이미지에요. ' 오키 씨의 이야기인데요. 그리고 이는 객실에도 투영돼 패치워크와 다양한 컬러와 소재를 활용한 '마을스러움'이 완성되게 돼요. 무엇보다 이번 호텔이 들어선 자리는 오랜 세월 고탄다의 지역 쇼핑몰이었던 (旧)유우토(ゆうぽうと) 부지거든요.

지역 재개발과 함께 재건축이 진행, 20층 높이 '고탄다 JP 빌딩'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 중 14층부터 20층을 고탄다 OMO5가 사용하는 셈이에요. 그러니까 앞서 이야기한 시타마치 상점가 느낌 물씬 풍기는 모든 것들이 고층 빌딩 높은 하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고탄다, 이제 좀 알 것 같을까요. 더불어 액티비티로 '근처 액티비티(ご近所アクティビティ)'를 제공, 스태프가 추천하는 곳에서의 식사를 할 수 있는 옵션이랄지, 약 40곳의 음식 술집이 즐비한 '고탄다 힐즈'를 먹고 마시며 투어하는 '고탄다 힐즈 투어', 고물가 시대 요즘 잔술이 팔려나간다는데 단 한 접시의 즐길 수 있는 '히토사라(ひとさら) de 만찬' 서비스도 있어요. 곧 상점가 일상을 그대로 '액티비티化’했달까요. 참고로 이번 고탄다의 OMO는 15번째 도심 호텔이고, 먹고 노는 시설 뿐 아니라 짐이나 카페, 라운지와 간단히 사무를 볼 수 있는 집무실도 그러니까 일할 수 있는 자리도 갖추고 있어요.

 🤔 효율적이지만 쓸모 없음과, 쓸모 없음에도 어쩌면 실효성의 

👨🏻‍🚀 잠을 미루는 호텔, 불이 꺼지지 않는 밤. 산다는 건 아무래도 비용 대비 최대한의 가치, 이윤을 추구하는 날들일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 곳에 쉼이 없다면, 실용성이랄지 가성비, 활용도가 현격히 부족한 무언가의 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불을 끄고 싶은 밤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요. 앞서 고탄다의 OMO가 호텔, 곧 여행이라 필터로 일상을 잠시 비일상의 자리로 데려다 놓는 것처럼, 세상은 어쩌면 보다 비실용적이고 쓸모 없는, 굳이 필요하지 않는 것들이 움직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일본에선 특히나 오사카의 엑스포 준비, 기한은 점점 다가오는데 참가국 파빌리온 설계 상황은 미진하다는 등 불안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데요, 얼마 전에는 그 메인 스태디움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 씨의 작업, 대형 링 구조물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해요. 후지모토 씨는 전 세계가 모두 이어져있는, 연결된 연대감을 표하기 위해 각국의 참가 시설을 아우르는 광장, 그리고 그 위에 대형 지붕을 얹는 작업을 진행중이거든요.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위 현실의 입장에서는 '굳이 필요해?'랄지 '딱히 용도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붕 만으로 건설비가 344억엔, 비용이 막대하게 늘어나 버렸다는 등 볼멘 소리가 어김없이 나오고 있어요. 물론 모두가 맞는 이야기겠죠? 건축에서 예산이란 결코 지엽적인 문제가 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후지모토 씨도 이에 대해 맞설 생각과 계산이 있는데요. 그가 말하길 용도에 관해서는 '전망대로서의 기능, 회유로(回遊路)써의 역할, 더불어 이후 이벤트 광장으로 쓰일 수도 있고 실은 다양한 기능이 집약된 구조물로써의 링'이라고 했어요. 역시나 맞는 말, 다만 어딘가 어감이 좀 다르게 느껴질까요. 전 얼핏, 얼마 전 2020 도쿄 올림픽의 메인 스태디움을 설계했던 쿠마 켄고 씨의 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당시에도 경기장의 실용성에 대한 회의스러운 비판이 제기되곤 했거든요. 그러니까 어쩌면 필요와 실용성, 그 자리에 대한 기질적 차이의 이견은 아닐까요. 후지모토 씨는 이런 이야기도 했어요.

'최대한 짜고 또 짜서 실용성 만으로 사회를 건설해온 결과가 지금의 잃어버린 30년, 현재의 일본이 아닐까 생각해요. '설레인다', '이곳에 있는 것 만으로 즐거워지는 기분'을 능가하는 실용성이란 사실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이에요. 그러니까 전망대다 회유로다 비판에 대한 여러 구실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실은 그를 초월하는 보다 미래적인 실용성과 필요를 압도하는 내일의 제시란 아마도 가능하지 못할 것도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엑스포란, 미래를 꿈구고 제시하는 장 그 너머의 세계 아니었던가요.

 ⏱ 배속으로 보는 '타이파' 초효율 시대에, 공공재로써의 아날로그 종이 잡지 

💰 그리고 또 하나의 비영리(?)적 공간의 활용. 아마 지금 도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라 한다면, 지난 4월 17일 대대적 리뉴얼 후 문을 연 (구) '도큐 플라자 오모테산도', 현 '도큐 플라자 오모테산도 하라카도(ハラカド)'일 것 같은데요. 그 안에는 기존 상업 복합 시설에서 결코 생각하기 힘들었던 노포 센토가 들어서는가 하면, 유행과 트렌드, 구루메로 채워지기 마련인 각 플로어는 미래 세대와 새로운 시대를 예감하듯 '창조'를 모티브로 짜여졌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 또 하나의 '비효율적' 잉여 공간의 활용과도 같은 공간이 만들어졌는데요, 바로 저희 레터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일본의 최대 유통사이자 책방 관련 다양한 크리에이티브적 활동을 하는 '일본출판협회, aka 닛판(日販)'의  자회사 '히라쿠(ひらく)'가 프로듀싱하는 잡지의 열람실 곧 COVER에요. 새로운 문화를 창조 발신하는 상어 시설 '하라카도' 내에 약 3천 권의 잡지를 갖추고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기회이자 장소, 나아가 종이 잡지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각도의 기획을 실시하거나 관련 전시도 개최할 예정인데요.

장소 이름인 COVER란 네이밍은, '덮다, 지키다, 채우다, 그리고 화제를 꺼내들다와 같은 복합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를 모두 모아 한 권으로 담아내는 잡지의 커버, 표지를 일컿기도 해요. 종이 책은 물론 잡지의 시장이 점점 협소해지는 시절에 이게 웬 오래되고 비효율적 시도일까요. 다만, 공간을 기획한 '히라쿠'의 담당자는 잡지란 지금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트렌드와 문화를 선도해온 유일한 미디어'라며, 본 공간에 담긴 미래 지향적 자산의 가치를 언급했어요.

공간을 채우는 약 3천 권의 잡지는 이와 같은 마음에 공감하는 출판사의 제공이나 일반 시민들의 기부로 구축이 된다고 하는데, 그건 곧 그만큼의 다양성을 확보해내는 일일 것도 같아요.출판사나 책을 사랑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 각자의 흥미와 관심사가 그야말로 다종다양하게 꾸려가는 라인업의 잡지 아카이브, 도서관일 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츠타야 시부야'의 '타치요미'가 사실상 멸종되어 버린 것만 같은 시절에,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뉴스라 느끼는데요. 도시에 책이 어딘가 숨쉬고 있다는 것, 어떤 내일은 그 만으로도 그냥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더불어 로고는 주로 책방이 사용하는 청색을 변형한 퍼플 블루 빛. 서브 컬러로는 하라쥬쿠와 요요기 고원, 그리고 오모테산도를 연상시키는 녹색을 이미지화 했다고 해요. 어쩐지 절로, 친환경적 책과의 내일이 그려지나요. 오늘은 오랜만에, '주말엔 잡지'에요.

 🎼 때이른 여름 반바지와 그 계절의 연습곡 

구독자님, 비 오는 주말 오전 혹은 오후, 무엇 하고 있나요. 얼마 전까지는 기온이 요동치며 봄이야 아직 겨울이야 설왕설레했던 것 같은데, 덩달아 이제는 지금 내리는 비가 봄비일지 아니면 그저 변덕스러운 기압과 습도의 작용 반작용에 의한 물방울일지, 점점 더 계절의 흥취가 사라지고 있다는 기분도 드는데요. 그리고 더 중요해지는 건, 그래서 옷 정리 해야해/말아야 해의 문제일 것 같아요. 아무리 대중 없이 사는 것 같아도 우리의 일상이란 그래도 최소한 계절 흐름대로 정돈되곤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럼에도 나의 중심을 잡는 일. 전 어제 밤에도 별 맘없이 편의점에 들렀다 + 행사 간판을 보고 생각도 없던 맥주를 사들고 돌아왔는데, 어제밤이 좀 여름밤 느낌 나기도 했잖아요. 계절은 지금 우릴 시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밤이 되면 잠에 들고 해가 뜨면 나의 두 눈도 뜨어지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어젯밤 제가 만난 사카구치 안고는 '심야에 모두가 잠에 든다는 건 신이 부린 마법에 다름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던데, 사실 이 모든 거 나를 중심으로 돌이켜본다면 매우 조화로운 때 이른 여름 밤이거나 늦다 못해 점심이 되어버린 주말 아침은 아닐까요. 기다리고 있던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앨범이 출시된 날, '파미마'가 출시한 '콘비니엔스-웨어' 24년 여름 반바지를 입고 그를 장바구니에 슬쩍 담으며, 인생 사는 거 사실은 다 연습곡같은 거일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말아요. 물론 후대 위대한 작품이 되어버린 그와 그들의 연습곡은 좀 난감할 따름이지만, 그래도 주말엔 주말에 주어진 음악이 분명, 필요할 거에요. 그리고 참고로, '파미마' 베이쥬 쇼트팬츠는 새로 등장한 뉴-컬러에 주름도 지지 않는 소위 쏠쏠한 여름 한 벌이에요.

📫 오는 화요일, 4월 23일에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135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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