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방황 중입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누군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거치는 거라고 말해줬는데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암담한 몇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지친 하루를 보내고 저를 다독거리며 잠자리에 들며 어떻게 이 과정을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목표를 세워보면 어떨까?'
제가 원하는 바를 빠르면 3개월 이내에 아니라면 내년이라도 거두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혼자 힘으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다른 사람의 지원과 행운이 따라야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조금 편해졌습니다. 어쩌면 저조차도 두려움으로 목표를 밀어내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어떻게라도 잘 안될 거라는 자의식(이 부분은 《역행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때문이겠죠? 저를 먼저 설득한 셈입니다.
'그래 할 수 있어. 안되면 어때. 다음에 하면 되지. 일단 올해를 목표로 해보자.'
'대신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고생한 나에게 큰 선물을 주면 어떨까?'
저에게 어떤 선물을 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스페인 여행을 취소했습니다' 글에서 댓글로 독자분과 소통하며 '언젠가 3주 영어 어학과정을 도전해보고 싶네요.'라고 썼던 '폴케호이스콜레'를 가고 싶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걸 내년에 저에게 선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3주 과정이니 3주 휴가를 내야 합니다. 내친김에 4주 휴가를 내고 3주는 어학과정을, 나머지 1주는 덴마크 여행을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가슴이 뛰면서 제 목표를 향해 마구 달려갈 힘이 생겼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지인이 막 웃으며 그냥 놀러 가지 무슨 어학과정이냐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아마 여러분도 그런 생각을 하시겠죠? 노노입니다. 말이 어학과정이지, 나이,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호기심 가득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서로의 문화를 배운다 생각해 보세요. 영어는 덤이고요. 저만 신나나요? 아무튼 전 상상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좋아, 내년엔 한 달 휴가 내는 거야.'
문득 과거 제가 쓴 글이 생각났어요. '시작은 잘하지만 지속하기 어려운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끈기 있게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박사논문 완성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극복한 비결이었죠. 동기부여의 최면, 작은 목표, 그리고 작은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로 2년 동안 방황한 터널을 벗어났습니다.
비슷한 맥락이죠. 작은 목표가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동기부여의 최면이 아니라 실물로 제공하겠다고 공약을 한 거죠. 어떻게 보면 희망 고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렇진 않습니다. 언젠가를 내년으로 바꾸었을 뿐입니다. 언젠가는 영원히 없으니까요. 내년 한 달 휴가를 꿈꾸며 오늘도 힘을 내어 봅니다.
동료들과 하는 흔한 인사말이 있어요.
“언제 한번 밥 먹어요.”
전 가급적 이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즉시 일정을 확인하여 약속을 잡으면서 말하는 게 더 좋아요.
“이날 우리 밥 먹어요.”
-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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