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매니저

탑다운에 지쳤나요?

탑다운에 휘둘리는 프로덕트 매니저를 위하여

2024.10.01 | 조회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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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경

글쓰고 싶은 사람들의 미완성 뉴스레터

AC2 커뮤니티의 글쓰기 프로젝트

“바텀업 프로젝트는 퇴사해서 해야되나봐요.” 몇 달째 탑다운 프로젝트만 쳐내던 동료는 자조섞인 말을 꺼내고야 말았습니다. 분명 얼마전에 ‘위기상황'이 해제되었다고 했는데, 또 ‘위기상황' 이라고 합니다. 결국 또 탑다운(Top-down) 프로젝트가 주어졌습니다. 우리, 그냥 월급쟁이 직장인처럼 주어진 일이나 해야할까요?

이런 일들은 종종, 아니 그보다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데이터와 가설을 기반으로 검증하는 경험은 커녕 이미 야근으로 지쳐가는데도 불구하고 개발일정은 앞당겨야 할 때가 있습니다. 프로덕트 백로그는 플래닝에 끼우지도 못한 채 제품의 방향성과 역행하는 로직을 끼워넣어야 할 때도 있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프로덕트와 관련된 프로젝트만이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일까요? 탑다운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조금 더 나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바꿀 수는 없을까요? 이왕이면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자존심도 지키고 목표 달성도 할 수 있으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탑다운 프로젝트를 더 위에서 본다면

자, 지금부터 탑다운 프로젝트를 내려주는 리더의 머리 위에 올라가봅시다. 그러면 우리에게 유리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탑다운 프로젝트는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요? 

첫번째는 주로 위기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 예상치 못한 경쟁사의 움직임,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회사가 빠른 대응을 해야할 때 등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의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위 결정권자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지정하게 됩니다. 

두번째는 리소스나 역량이 부족해 회사의 기대보다 조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딱히 감지되는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조직에 챌린지가 부여된다면, 해야될 일에 비해 팀원이 턱없이 부족한지 한번 살펴보세요. 인원이 충분하더라도 시니어 없이 주니어로만 구성된 조직일 수도 있고, 최근에 신규입사자가 많아 충분히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겁니다. 새로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비즈니스가 요구하는 기능을 만족스럽게 제공하고 있지 못하는 단계일지도 모르겠군요. 

세번째는 리더가 마이크로매니저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큰 그림을 제시하기보다 작은 것에 집착하는 성격일 수도 있고, 그런 스타일의 일처리를 선호하거나, 실무를 내려놓지 못한 채 관리자 자리에 올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상황도 있을 수 있겠지만, 탑다운 프로젝트를 딱 받았을 때 그것이 왜 내려오게 되었는지 잘 한 번 생각해보세요. 어떤 상황이든 탑다운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결정하기 전에 그 프로젝트가 발생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프로젝트 상황이 해제되는 조건을 알 수 있게 되니까요. 이를 통해 우리는 탑다운 프로젝트로만 제품이 굴러가는 상황을 탈출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위기상황 때문에 탑다운일 때

위기 상황에서 발생한 탑다운 프로젝트에 대처할 때는 전략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 프로젝트의 결론보다는 그 배경에 주목해야 합니다. 왜 이 프로젝트가 중요한지, 어떤 심각성을 가지고 있는지, 프로덕트가 어느 수준까지 완성되어야 이 심각성이 낮아질 수 있는지 말입니다. 

만약 그것을 이해했다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지 신중하게 결정해보세요. 이는 회사의 긴급한 요구에 부응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참여를 결정했다면 속도를 최우선으로 여러분의 역량을 쏟아부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평상시 업무의 3배 쯤 해내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다른 팀원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에는 일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이 되도록 판을 짜야합니다.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고려하여 향후 필요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미리 준비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움직여보겠다는 전략이지요.

탑다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과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는 것도 챙겨주세요. 이미 계획된 것들이라고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입니다. 언급되지 않은 프로젝트들에 대해 다시 한번 리더와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목표를 수정하여 새로운 프로젝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일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죠. 특히나 우리 팀의 프로젝트가 아닌 타 팀의 프로젝트의 경우는 탑다운 프로젝트에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친절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고요. 

이러한 태도는 단기적인 성과 달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팀워크와 조직 문화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탑다운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면서도 기존의 프로젝트들과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은 뛰어난 프로덕트 매니저로 평가받을 기회라고 할 수 있어요. 불확실성이 높은 순간에서 안정을 빠르게 찾아주는 프로덕트 매니저라면, 회사의 긴급한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줄 수 있기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어낼 수도 있겠죠? 

조직역량때문에 탑다운일 때

위에서 탑다운의 두번째 조건으로 조직역량의 부족을 꼽았었죠. 해석을 좀 더 추가하자면 이러한 챌린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여러분의 프로덕트가 회사에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리더가 여러분의 프로덕트와 팀에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것을 이용해 오히려 팀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탑다운 프로젝트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회사가 여러분의 프로덕트에 거는 기대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팀에게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가로 리더가 챌린지를 주는 이유를 이해하려 노력해보세요. 단순히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팀 구성원들의 역량 성장이나 프로덕트의 장기적인 발전 등 복합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 리더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셔도 됩니다. 리더가 모두에게 말하지는 못하는 숨은 요구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면, 정량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팀의 성장이라는 정성적 성과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회는 특히 작은 팀일수록 빛을 발하죠. 이러한 상황에서 팀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리더로 올라설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결과가 항상 성공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입니다. 팀의 현재 역량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거나, 프로덕트의 규모가 작아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으며, 외부 요인으로 인해 실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 결과에 집중하고 평가하기 보다는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반드시 회고를 통해 이를 팀의 노하우로 내재화시키는 단계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과 지식은 다음에 더 큰 챌린지가 있을 때에 쉽게 좌절하지않고 극복해내는 힘을 키워둘 수 있어요. 이번 한번에 성공과 실패를 재단하고 좌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에 성공하게 되면, 그것 또한 성공이니까요.

마이크로매니징 때문에 탑다운일 때

마이크로매니징으로 인한 탑다운 상황에서는 리더와의 신뢰 관계가 핵심입니다. 이는 단순한 신뢰를 넘어선 '신뢰자본'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리더가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하고 간섭한다면, 이는 현재 신뢰자본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리더가 요구하는 자신의 역량 또는 팀의 역량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뢰자본을 쌓기 위해서는 리더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동시에 자신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이크로매니저의 행동 근원에는 대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됩니다. 리더가 어떤 상황에서 불안해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투명하고 신속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와 그에 대한 대응 계획을 선제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의 탑다운에서 주의할 점은, 단순히 "내가 다 하겠다"는 태도는 오히려 마이크로매니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이 답답하겠지만 리더가 요구하는 것을 하나씩 착실히 수행해보세요. 그러면서 어떤 것들을 칭찬하고 인정해주는지 잘 감지해보세요. 이렇게 점진적으로 신뢰자본을 쌓아가며 리더의 불안을 완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천천히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렇게 축적된 신뢰자본은 향후 프로젝트에서 더 큰 재량권을 얻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겁니다.

휘둘려야할 이유는 없어요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은 단순히 제품 관리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의 성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하는 포괄적인 위치입니다. 비즈니스는 종종 기술적 제약이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숫자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품의 방향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거나, 충분한 준비 없이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거죠. 다만 조금 마음이 쓰이는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보다 회사가 기대하는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때지요.

그러나 시급한 프로젝트들이 아무리 넘쳐난다고 해도 휘둘려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전문성을 쌓고 역량을 키우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니, 여러분에게 더 가깝게 문제를 끌어당기세요. 만약 지금도 계속해서 탑다운 프로젝트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 회사의 입장에서 이 일을 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일을 성공한다면 나에겐 어떤 의미가 될까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회사의 방향과 개인의 방향이 일치할 때 가장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면, 커리어의 성장은 여러분의 진짜 성과입니다. 지속적으로 회사의 방향과 다른 생각을 하다가 성장 속도가 느려지거나 도태되는 실수는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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