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의 세계가 부서졌던 적은 언제인가요?
부서졌던 조각들에 찔리고 베이더라도 용기를 내어 모아서 얻고 싶었던 이름은 무엇인가요?
금주의 문장과장면들 네 번째 레터의 맨 앞에 남겨둔 글은 저 가랑비메이커의 첫 출발점이자 지금의 문장과장면들을 있게 한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속에 있는 페이지입니다.
쓰는 삶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다년 차 프리랜서 작가에서 어리숙한 출판사 대표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 결심하며 썼던 글이에요. 떨리는 마음으로 출판사 사업증을 받았던 구청의 1층 로비에서 썼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설픈 확신에는 치기 어린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확신에 의심을 더해가며 굳은 확신으로 새 이름을 얻는 일에는 이전의 삶을 뒤엎을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스물 일곱의 봄에 배웠습니다.
그런데 왠걸! 새로운 이름만 얻으면 될 줄 알았는데 새로운 이름과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용기를 필요했어요. 초라해지는 자신을 모른 척하는 용기, 구차하지만 한 번 더 구하는 용기,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작업과 내 삶을 전해야 하는 용기, 그리고 가지 못한 길에 대해 단념하는 용기까지요.
오늘은 원하는 것을 마침내 해내기 위해서 꺼내야 했던 용기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금주의 문장과장면들의 시간만으로는 전부를 담을 수 없을 테지만, 지난 한 주간 냈던 가장 신선한 용기를 여러분들에게 전해줄게요.
1. 내 책에서 우리 책으로 나아가는 용기
어제는 문장과장면들의 올해 마지막 신간, 썸머 작가님의 <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데이터를 넘겼습니다. 2019년 연말부터 논의한 썸머님의 원고를 아주 긴 시간 동안 읽어왔습니다. 단순 독자로서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 대표로서 편집자로서 작가의 원고를 읽는 일은 저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라 참 많은 용기를 내어야 했어요.
함께 만들어갈 책을 이야기하며 작가님의 마음을 열 용기, 원고를 읽으며 다양한 논의를 이어나가며 마침내 우리의 책이라는 좁은 길로 함께 걸어가는 용기. 그 사이사이에 주고받는 수많은 원고와 퇴고에도 지치지 않을 용기, 첫 책에 대한 작가님의 두려움 혹은 어려움을 조금 더 확실한 가이드로 기쁨과 즐거움으로 바꿔줄 용기.
마지막으로 작가로서 존재해온 긴 시간과 습관을 버리고 내 책이 아닌 작가님의 책, 출판사 문장과장면들의 책을 바라보기 위해 새로운 시각과 방향을 다잡을 용기까지요.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지만 나날이 조금씩 용기가 자라나고 일의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척하면 척, 작가님의 활자 너머의 감정들까지 조금은 더 가까이 읽을 수 있게 됐답니다.
수많은 용기가 모여 만든 하나의 세계, 12월 출간 예정작 <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 주말 오전을 민낯의 대화로 채우는 용기
문장과장면들에서는 가랑비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모임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시작되기 전 2018년부터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책방과 공공기관과의 협업 혹은 단독 운영하는 클래스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는 작업실과 서울의 공간 등을 통하여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삶을 나누었지만 현재는 (섭외 진행 외는) 단독으로 운영하는 모임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라이팅과 딥토크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여타의 수업과 달리, 새로운 형태의 모임인 <우리의 2021>이에요. 2021년 달력을 제작하며 모집했던 온라인 모임으로, 월말 정기보고회를 통해 매달 하나의 대화 주제( 예: <11월, 당신이 발간한 위로의 순간들> )를 제공하여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신청으로 인하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오전 10시와 오후 1시 두 차례에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모임과 클래스를 운영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과는 다른 용기를 요하는 일이랍니다. 가장 먼저는 작가로서 혹은 강사로서 낯선 이들을 마주할 용기를 내야 하고, 모임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용기 (매번 존폐의 위기에 대해 지레 겁을 내지만 감사하게도 늘 정원 마감으로 마쳤습니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 일이자 꾸준히 용기를 낼 수 있는 일이에요.), 모임을 진행하며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대체할 용기 등 혼자 하는 일과는 달리, 사람들이 함께하는 일이기에 많은 용기를 내야하고 또 그만큼 많은 힘과 배움을 얻게 되는 일인 것 같아요.
아참! 주말 오전 온라인으로 하는 모임에서는 한가지 더, 민낯의 얼굴을 보여주는 용기까지 배웠답니다. 서로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삶을 공유하는 일이 올해에 제게는 또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된 계기였어요.
3.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드는 용기
문장과장면들은 책 외에도 다양한 걸 기획하고 기획에서 그치지 않고, 손바닥 위의 제작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걸 다 직접 만드신 건가요?"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지만, 책과 마찬가지로 무언가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늘 작은 두려움이 고개를 들어요.
"나만 좋아하는 거라면 안될 텐데, 우리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문장과장면들의 모토 중 하나는 우리만의 색과 감성을 가지되 그것이 정말 우리만의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는 것인데요. 그렇다 보니 늘 책과 여러 기획물을 제작할 때마다 새로운 용기를 내어야 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더 근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이게 얼마나 실용적일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작업물이 문장과장면들의 책을 만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만 해요. <책과 그 너머>의 것을 만들지만 그 너머는 언제나 책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용기에 대한 응답처럼 조금씩 더 많은 분들이 문장과장면들의 책과 그 너머의 기획들을 좋아해주시는 것을 몸소 느끼는 중에 있어요. 모든 건 흐르고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러한 시선과 응답들에 기뻐하고 용기를 충전하는 시간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하여 몇 가지 소식을 전할게요. 현재 문장과장면들의 2022달력 <당신의 평안한 시절>이 텀블벅을 통해 오픈됐습니다. 이번 달력은 문장과장면들의 책 속 문장과 장면이 함께하는 것으로 열두 달 내내 우리의 책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습니다. 기쁘게 찾아주시기를 바랄게요.
또한 다가올 12/3-5 퍼블리셔스 테이블에서 아주 처음 선을 보일 굿즈와 책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많관부!
4. 쉬지 않고 해내갈 용기! (feat, 2016-2021 인터뷰)
얼마 전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매일 야근을 하던 탓에 꽉 잠긴 목소리로 받았던 전화는 인천일보 인터뷰 섭외 전화였습니다.
"작가님, 20대 여성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로서 그리고 때때로 강연과 다양한 일을 진행하시는 삶에 대하여 취재를 하고 싶습니다."
전화를 받고 마음이 참 묘했어요. 저의 첫 인터뷰가 바로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였거든요. 첫 책을 내고 모든 게 어리둥절했던 2016년 대학 재학 시절에 한 번, 작가에서 이제는 출판사 대표가 된 2021년에 다시 한 번 같은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5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며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저는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과중한 업무로 지쳐 있던 제게 큰 용기가 됐어요.
2016년에는 이제 막 첫 책을 낸 스물넷의 순수한 열정과 어리숙함으로 인터뷰를 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진중한 마음으로 가지고 있는 비전과 신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기자님께서 열심히 준비해주신 질문들을 보며 내가 참 많은 걸 해왔구나, 새삼 느끼며 그 힘이 다 어디서 온 것인지 다시 한 번 상기 시킬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문장과장면들을 이끌어주시는 하나님과 또 우리의 걸음들을 함께 지켜봐주시고 읽어주시고 찾아주는 독자분들에게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참 감사했습니다.
기사가 오늘 올라왔더라고요. 뉴스레터 요일과 맞아서 더 기뻤답니다. 링크를 공유해드리니 기쁘게 문장과장면들의 오늘을 읽어주시기를!
금주의 문장과장면들이 마주한 용기를 전합니다. 늘 같은 오늘 속에서 새로운 용기를 내는 모든 구독자분들을 응원합니다. 오늘 당신이 발견한 용기는 무엇인가요?
댓글 6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Kai
매주 메일 인박스로 반가운 소식이 들어올 때마다 달리던 마음을 내려놓고 쉼을 얻습니다. 오늘은 그 쉼에 대한 감사의 답신을 댓글로 남기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 작가님도 바쁜 삶 가운데 긴 호흡이 허락되는 쉼이 주어지길 바라요.
문장과장면들
제가 좋아서 시작한 뉴스레터지만, 이렇게 따듯한 응원을 받으면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무척 숨가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부지런히 떠나 보내는 소식들에 달리는 댓글을 읽는 이 순간이 저에게는 또 다른 쉼이자 힘이네요. 늘 감사해요. 카이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평안한 밤이시기를. :-)
의견을 남겨주세요
파수꾼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남긴이 볼 수 있어요)
문장과장면들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남긴이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까눌레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남긴이 볼 수 있어요)
문장과장면들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남긴이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