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진심은 고객을 열광하게 만든다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백오더를 부르는 세일즈의 진수

2024.04.06 | 조회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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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력이 좋지 않던 저는 안경원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노안이 오니 누진 다초점 렌즈 때문에 더 큰 비용이 들더군요. 렌즈 아래쪽은 돋보기처럼 가까운 곳을, 렌즈 위쪽은 평소 안경처럼 먼 곳을 잘 보이게 만든 기능성 렌즈입니다. 저처럼 눈이 나쁜 사람은 도수가 높아서 3번 압축을 해야 하기에 렌즈 최소 가격이 30만원 선입니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돈이 많이 드니 속상합니다. 그렇다고 가까운 곳을 볼 때 안경을 벗거나, 가까이 대고 보기는 창피하니까 어쩔 수 없이 비싼 렌즈를 사야 합니다.

누진 다초점 렌즈 비용이나 적응과 노안의 슬픔을 지인들과 나누던 중 저렴한 안경원을 소개받았습니다. '다 거기서 거기일 거지. 싸면 얼마나 싸겠어?' 하며 이름만 알아뒀는데요. 어느날 딸이 안경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고 해서 겸사겸사 소개받은 곳에 갔습니다. 1년 전에 맞춘 다초점 안경으로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여 저렴하다면 하나 더 맞출 생각으로 방문했어요. 

명절 뒷날에 가서 한산했어요. 안경사 A는 아주 꼼꼼하게 시력검사를 했습니다. 딸도 시력이 좋지 않아 3번 압축을 해야 하는데 렌즈 가격이 4만원이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집에서 막 쓰는 렌즈는 2만원이지만, 외출을 고려해서 좋은 렌즈로 해서 그렇다네요. 

저도 검사를 받았는데요. 작은 글자가 있는 책으로 가까운 곳 시력까지 잘 보이도록 도수 조정을 해주었습니다. 누진 다초점 렌즈인데 15만원이라고 해서 두 번 놀랐습니다. 당연히 안경을 추가로 맞추었습니다. 시력이 나쁜 저는 바로 렌즈를 받을 수 없어 문자를 받으면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렌즈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가야 하는 곳이라 주말에 찾으러 가려고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일요일은 운영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 토요일 아침에 출발했습니다. 대부분의 가게가 10시면 열기에 10시 30분에 도착했는데요. 셔터가 내려져 있었어요. 당황하여 검색해 보니 11시에 문을 연다고 나와 있더군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가게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과 더불어 긴 줄이 있었어요. 설마 안경원 줄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11시가 되자 셔터가 올라갔고 사람들은 줄을 바르게 서서 좁은 안경원에 들어갔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기다리던 저는 제일 마지막에 입장했고 결국 1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가득 몰려와서 줄이 점점 길어졌고 가게 안은 더욱 혼잡했습니다. 온 가족이 와서 안경을 맞추기도 하고, 한 사람이 안경 3~4개와 선글라스까지 맞춰 가더군요. 저도 혹시나 하고 예전 안경과 선글라스까지 챙겨왔거든요. 가능하다면 독서용 돋보기도 맞추고 싶더라고요.

다음 일정 때문에 동동거리며 1시간을 기다린 후 드디어 제 차례가 와서 안경도 찾고, 돋보기도 상담받아 맞추었습니다. 결국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쳤고, 역시나 또 일주일을 기다려 찾으러 와고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요. 다행히 찾기만 하는 건 바로 해줬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저는 돋보기를 아주 만족하며 사용합니다. 책 읽거나 모니터 볼 때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예전에 어느 보험 세일즈 왕은 고객이 번호표 뽑아 상담을 기다리는 재무 설계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요. 그 말이 뇌리에 박힐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무슨 일을 하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A가 바로 그런 안경사가 아니겠어요? 왜 사람들이 문을 열지도 않은 안경원에 일찍 와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걸까요? 좋은 품질의 안경을, 저렴한 가격으로, 진심을 다해 상담하며 판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케팅이고 광고 홍보고 다 필요 없습니다. 결국은 진심이 통하는 거더라고요. A의 태도에 저를 다시 돌아봤습니다. 

최근 레고의 동물의 숲 시리즈가 공홈에서 매진되어 백오더(Back Oder)를 받는 중인데요. 백오더가 뭔가 했더니 선주문이 아니라, 재고가 소진되어 미리 돈을 주고 주문하고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배송한다는 거였어요. 이 또한 고객이 줄서서 기다리는 것과 같아요. 매장에서 동물의 숲 시리즈를 구매해 경험하니 그럴만 했습니다. 레고만의 아기자기함과 디테일, 미피의 완성도가 고객을 열광하게 하더군요.

A에게 맞춘 안경 2개(좌) 레고 동물의 숲 시리즈 풀세트(우)
A에게 맞춘 안경 2개(좌) 레고 동물의 숲 시리즈 풀세트(우)

작은 안경원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일과 삶의 조화를 누리며(일요일 휴무, 매일 11시 오픈 8시 마감), 고객을 열광케 하는 A야말로 일상의 고수입니다.

A는 세일즈의 진수를 알려줍니다.

첫째, 고객에게 진심으로 대합니다.

둘째, 마진, 매장 확장, 근무시간 연장 등의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셋째, 저렴한 가격(낮은 마진)과 높은 품질(제품과 정성)로 고객을 열광하게 합니다.

넷째, 결국 고객은 하나 살 것을 두 개 이상 구매하고 가족과 지인을 몰고 옵니다.

그리고 이렇게 찬양하는 글을 쓰게 합니다.

제 주변에는 탁월한 분들이 넘쳐납니다. 〈일상의 고수에게 배웁니다〉라는 시리즈로 한 분, 한 분 허락을 구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들로부터 받는 영감이 여러분의 삶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다주길 기대합니다.
일상의 고수 1호 구체적인 실행과 측정
일상의 고수 2호 40년 직장생활의 원동력
일상의 고수 3호 운명을 다시 쓴다면
일상의 고수 4호 열정과 감사가 넘치는 건강한 삶
일상의 고수 5호50대, 안전지대 무너뜨리고 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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