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뱅크시가 알려준 개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당신에게

2023.04.15 | 조회 6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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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클램프 갤러리 전시장 입구
클램프 갤러리 전시장 입구

“현대 미술관은 소수의 부자들만을 위한 보물창고다. 그리고 미술관 속 관객들은 단지 스쳐가는 이방인일 뿐이다."
“쓰레기 같은 나의 작품을 구입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쓰레기다.”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중에서 뱅크시의 말 

뱅크시가 그래피티(Graffiti, 락카,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이용해 공공장소 또는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 및 기타 흔적을 남기는 행위) 작가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에서는 불법 그래피티를 마음대로 그린 죄, 경찰 모독죄, 박물관과 미술관 '몰래전시회' 사건, 감히 레오나르도 다빈치보다 존경받다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무시한 죄, 팔레스타인 장벽 낙서의 6가지 죄목으로 뱅크시를 고합니다. 그 정도로 화제의 작가입니다.

무료 뱅크시 특별전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았습니다. 최근 그림에 흥미가 생겨 전시회를 기웃거리는 중입니다. 예약을 하면 시간당 5명씩 관람하는 전시회에, 클램프 갤러리 관장님과 친분이 있는 지인 덕분에 우리 셋만 단독으로 관람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더군다나 관장님과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에 관해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영광까지 누렸습니다.

뱅크시 작품
뱅크시 작품

국적 외의 모든 인적 사항이 정체불명인 채 그래피티 아티스트, 사회운동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뱅크시는 남들이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작품을 제작하고 사라지는 퍼포먼스를 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후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그의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터 등에서도 작품을 남기며 반전의식, 탈권위주의, 무정부주의, 현대미술과 아트마켓의 허위의식 등을 주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클램프 갤러리 안내서 중에서

스트리트 아트에 관심이 많은 관장님 덕분에 뱅크시뿐 아니라 존원(Jon One), 제우스(Zevs),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예술관과 그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들의 그림을 얼핏 보긴 했지만 이토록 유명한 작가인 줄 몰랐습니다. 

스트리트 아트를 추구하는 작가들이 주로 개념미술을 주장하는데요. 예술 자체가 하나의 개념이고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생각이라는 개념미술 이야기를 하니 두 사람이 떠올랐어요. 1917년에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한 시도로 남성용 소변기 <샘>을 출품한 마르셀 뒤쌍(Marcel Duchamp)은 기존의 예술 개념을 완전히 바꾸고 개념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낳았어요. 다른 한 명은 2007년 1월 12일 아침, 45분 동안 워싱턴 DC의 한 지하철 플랫폼에서 바흐 곡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Joshua Bell)입니다. 100달러의 티켓을 내고 들어야 하는 그의 연주를 공개 장소에서 연주하니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거죠.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의 현대자본주의 고발과 풍자의 메시지가 다가오나요?

이날 저에게 가장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이 전시의 제목이었습니다.

여기서 보다시피 전시회 제목은 "This is Not a Bansky"입니다. 눈치채셨나요?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두가 아는' 뱅크시라서 "이것은 뱅크시가 아니다"라는 제목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뱅크시(Banksy)가 아니라 뱅스키(Bansky)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전시하는데 아무도 이 제목에 관해 질문하지 않았답니다. 한글로 친절히 뱅크시 특별전이라고 해서 영어 Bansky를 제대로 보지 않았거나, 포스터 이미지처럼 영어 제목에 빨간 취소선 때문에 알아보기 어려웠다고 핑계를 대어 봅니다만 충격이었습니다.

역시나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걸 다시금 느끼며, 저 또한 개념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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