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난생처음 배우인 언니와 감독님과의 우정에 기대어 우정출연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어요. 며칠 전부터 첫 데뷔라며 언니의 호들갑스러운 응원과 농담을 들었을 때는 조금은 무덤덤하게 (늘 그래왔듯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성북동의 좁고 좁은 골목을 파고들고 난 후에야 마주한 커다란 조명과 낯선 촬영 장비들에 콩콩 가슴이 뛰더라고요. 어수선한 가운데 나름의 질서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니 일순간 조용해지는 그 정적 안에 제가 서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늘 앵글 밖에서, 아니 그보다도 더 멀리 스크린 밖에서 긴장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한 컷 한 컷 눈에 담기 바빴던 열혈관객에 불과했는데, 앵글 안으로 불쑥 들어오게 된 나의 작은 몸은 그야말로 몸둘바를 몰랐어요. 영화인들 사이에소 홀로 비영화인이라고 하여도 오늘의 나는, 작가도 관객도 아닌 일일 배우. 빨라지는 숨을 고르고 지난밤에 읽었던 몇 줄의 콘티를 기억해 내며 자세를 고쳐 잡았어요.
작은 책방을 가득 채운 카메라와 사람들 속에서 대사 없는 배역, 손님4를 맡은 제가 촬영이 시작되고 8초 후에 뱉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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