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은 이제 일상입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으로 아들이 받았는데요. 저는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5회 받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심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했고, 알아차리지 못한 내면의 자아를 달래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첫 오리엔테이션 미팅을 했는데요. 상담실 벽에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이 있더군요. <키스>만 알았는데 이런 풍경화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세 그림을 바라보며 제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그림이 무엇일지 살펴봤습니다. 그림이 먼저 상담을 건넸네요.
저와 대화를 나눈 분은 상담심리사는 아니고 상담대학원 석사 이상의 수련 선생님이었습니다. 무료 심리상담으로 수련하는게, 무료 코칭으로 실습하는 방식과 유사했어요. 우선 선생님은 제 마음의 문제를 풀어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저 스스로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라고 말했습니다. 코칭 역시 도움을 줄 뿐 직접적인 솔루션을 주는 건 아니어서 그 차이가 뭐냐고 물었는데요. 심리상담과 코칭은 비슷한데 심리에 좀 더 집중하는 거라고 합니다. 개인정보보호와 비밀보장,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안내 역시 코칭과 동일했습니다.
주제와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부분 역시 코칭과 유사했어요. 딱히 어려움이나 문제가 없이 참여한 저에게 선생님은 질문과 대화로 다듬어 나갔는데요. 그 과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좀 부끄러웠지만,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제가 느낀 생각과 감정을 말했습니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 없이 차분하게 들어주니 마음이 편안해 지더군요. 오히려 말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과 저는 주제의 방향성에 조금씩 다가갔어요.
상담으로 바라본 저는 원래도 욕구 표현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욕구를 빠르게 알아차리지 못하니 표현하지 못하고, 나중에 돌아보고 후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뭔가 느낌이 오나요? 그렇습니다. 바로 비폭력대화입니다. 나를 찾아가는 대화법으로 비폭력대화 책을 읽고, 수강도 하고, 후속 모임에도 참여했더랬는데요. 아직 부족했습니다. 저를 관찰하고, 느끼고, 욕구를 알아차리고, 표현(부탁)하는 데 여전히 서툽니다. 그로 인해 내적 갈등이 생겨납니다.
남은 4회기 동안 어떤 대화를 나누고, 욕구 표현이라는 목표에 잘 다가갈지 기대됩니다. 심리검사도 MMPI(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엠엠피아이)-2와 SCT(Sentence Completion test, 문장 완성 검사) 2가지를 하는데요. 다면적 인성 검사로 널리 알려진 MMPI-2는 정신과 병원이나 상담센터 등에서 주로 실시하는 검사입니다. 다른 검사에 비해 매우 체계적인 해석이 가능해서 객관적인 성격검사라네요. SCT는 미완성의 문장에 응답자가 자신의 이야기(story)를 추가하여 적절한 문장을 완성하게 하는 투사적 검사(projective test) 중 하나입니다. 저처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검사가 아닐까 싶어요. 심리검사 결과도 흥미로울 것 같아 기대됩니다.
576문항의 MMPI와 50개의 문장 완성을 하느라 바쁜 한 주였습니다. MMPI에 답하며 '또라이네'를 수없이 외쳤습니다. 문장 완성 검사는 평소 제 생각과 가치관을 확인하는 느낌이었어요. 심리상담이 비폭력대화를 일상화하고, 저의 코칭 여정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오늘 2회기 심리상담을 받으러 갑니다. 저의 어떤 모습을 바라볼지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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