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그룹이나 페이지에 마구잡이로 가입했더니 뉴스피드에 노이즈가 너무 많아서 아이디를 새로 만들어서 쓰고 있어. 지금은 친구, 페이지, 그룹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지. 최근 오랜만에 가입한 곳은 🖋'만년필을즐기는사람들' 그룹이야. 다른 곳도 그렇지만 여기도 주로 본인의 만년필 사진, 만년필로 쓴 글이나 그린 그림 등이 올라와. 입문용 만년필 추천해달라는 사람, 만년필을 처음 써봐서 조심스럽다는 사람, 만년필을 떨어뜨려서 펜촉이 휘었는데 수리할 곳을 찾는 사람 등등 익숙한 모습이지.
만년필 종류가 참 많지만 제일 많이 올라오는 사진은 몽블랑과 라미 만년필이야.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의 힘이랄까. 써 본 브랜드는 몇 개 안 되지만, 난 닙(nib, 펜촉)이 단단하면서 종이에 긁히는 느낌을 즐기는 편이야. 잉크가 잘 흘러 나오지 않아서 긁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만년필이 오로라(Aurora)여서인 것 같아. 강성닙이 특징으로 꼽히는 브랜드야.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좋다고하는 몽블랑 146은 너무 미끄럽게 느껴져서 나한테는 안 맞더라고(개인 취향). 그래서 아내 쓰라고 줬어.
만년필을 쓸 때의 이 묘한 즐거움을 내 아이들도 느껴봤으면 싶어서, 이번에 고등학생이 된 첫째 아이에게 만년필을 하나 사줬어. 내가 쓰던 것 중에 하나를 줘도 됐지만, 고등학교 새출발이니 새 만년필로 시작하라고 새것으로 사줬어. 뭘 사줄까 생각하면서 몇 가지 기준을 세웠어.
- 예쁠 것. 팬시상품처럼이 아니라 품위 있게.
- 잃어버려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가격대.
- 0.5 샤프나 볼펜을 쓰던 사람들이 너무 굵게 나온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세필. 그래서 EF (Extra Fine) 닙으로 선택(결국 만년필을 오래 쓰다보면 굵은 것 찾게 됨).
- 학교에서 잉크가 떨어져도 바로 교체할 수 있는 카트리지 방식.
- 마케팅 거품이 없는 브랜드.
이 기준들로 선택한 제품은 카웨코 스튜던트 60's 스윙 만년필이야(특정 판매업체 광고가 될까싶어 공식홈페이지로 링크함. 국내에서 많이 팔고 있음). 복고풍 디자인에 단단하고 쥐기 편해 보이는 구조 때문에 고르게 됐어. 카웨코는 한 번도 안 써봤으니 운에 맡기는 부분도 있었지. 검색을 해보니 기본은 하는 곳 같더라고.
물건을 받고 시필을 해봤는데 예상보다 괜찮았어. 휘청거리지 않는 단단한 느낌, 스틸 닙이지만 14K 닙보다 조금밖에 안 떨어지는 필감, EF 굵기임에도 잉크 흐름이 좋았어. 최저가가 6만원 대이니 입문용으로 충분히 잘 고른 것 같아. 첫째 아이에게, 이거 엄청 좋은 만년필이라고 생색내며 줬었는데, 아까 가서 요즘 만년필 쓰냐고 물어봤더니 쓴다더군. 좋아, 걸려들었어. 열심히 써라. 아빠 비싼 만년필 다 쓰게 해줄게(몇 개만 빼고...).
댓글 4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골룸
수타로 면을 뽑는 게 진풍경이 된 것처럼, 손글씨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골룸
아무튼 그래서 의식적으로 하루에 한문장이라도 손으로 써보고 있어
서울외계인
도 닦는 마음으로 필사 같은 거라도 해봐. 원하면 내 만년필 중에 하나 줄 수 있어(안 비싼 거....).
골룸
라미 두 개나 있어 ㅎㅎㅎ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