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단일 의약품 기준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은 여전히 휴미라입니다.
휴미라는 2002년 FDA 승인 이후, 작년 미국에서만 무려 186억달러(24.1조원) / 글로벌로는 212억달러(27.6조원)라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렸습니다.
- 현재 한국시장에서 가장 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전년도 매출은 각각 3조, 2.3조입니다 (연결기준).
이러한 휴미라의 시장을 나눠먹기 위해 수많은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이 이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올해 1월 암젠Amgen의 암제비타Amgevita를 필두로 7월부터는 전격적으로 많은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었고,
가격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아래 기사를 통해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6,576(850만원) vs. $1,038(130만원)
싼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으로서, 오리지널 약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통상 30%의 약가를 인하해서 판매한다고 알려져있죠.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의 벽은 높았습니다.
생각보다 이 문제가 매우 까다로웠는지,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은 2가지 가격 전략을 착안하게 됩니다.
일명 리베이트와 사전 할인입니다.
1. 지금까지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은 가격은 5%정도로 조금만 낮추되,
PBM이라고 하는 보험사와 약국을 중개하는 중개처와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특성 때문입니다.
의사가 처방을 해줘도 약국에 갔는데 약이 없거나(!),
보험적용이 안돼서 약이 너무 비싸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 오리지널 약 역시 보험이 적용되어 할인을 받고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이 보험 적용을 통한 소비자 약가 결정 및 약국에 등재되는 목록을 보험사와 약국을 중개하는 중개사, PBM이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우리약이 오리지널보다 싸지만, 보험적용이 안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비싸지거나, 약국에 없는 사태도 생기는거죠.
결국 가격할인보다는 PBM의 목록에 등재되는것이 더 중요하기에, PBM에 충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등재되기를 원하는 것이죠.
이러한 전략을 취한곳이 셀트리온, 프레세니우스, 베링거인겔하임 등입니다.
2. 반면, 이러한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약가를 낮추겠다고 작정한 곳도 있습니다.
약가를 대폭 낮추면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더라도 직접 찾아서 약을 처방받을것이라 믿는것이죠.
대신 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절감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는지, 무려 기존약가의 -85%를 깎습니다.
사실상 제조원가수준의 판매를 선언한것이죠. 대표적인 회사가 오가논(삼성바이오에피스)과 코히러스입니다.
3. 그리고 선두주자였던 암젠과, 산도즈(노바티스), 바이오콘은 2가지 전략을 모두 취했습니다.
즉, 동일한 제품이지만 -5%의 고가제품과 -85%의 저가제품이 모두 존재하는 거죠.
어느쪽이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열어둔 것입니다.
- 베링거인겔하임도 24년에는 양쪽 전략을 모두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미국 3대 PBM 중 두 곳에서 암제비타, 실테조, 하이리모즈를 등재 목록에 추가하기로 결정한 상황입니다.
- Express Scripts(Cigna Healthcare의 PBM)와 Optum(United Healthcare의 PBM)
남은 하나인 Aetna의 CVS caremark는 아직 검토가 진행중입니다.
결국 PBM 등재를 실패한 제품들은 자연스레 저가전략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20년간 쌓아온 장벽을 무너트리려면
브랜드 이미지, 고농도 제형, 대체조제
이처럼, 복잡한 가격 전략 외에도, 휴미라의 아성을 무너트리기 어려운 장벽이 또 존재합니다.
4. 바로 휴미라가 20여년간 쌓아온 브랜드입니다.
한 애널리스트가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건선치료를 위해 의사들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후속제품인 스카이리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카이리지는 애브비가 휴미라의 후속제품으로 내놓은 약물로서, 매출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죠.
- 해당 애널리스트는 "가격이 걸림돌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로서의 애브비/휴미라는 예상보다 더 끈질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아무래도 같은 가격이면 기존제품의 복제약보다는 새로운 제품을 선호할 수 있겠죠.
또한 환자 입장에서도 이미 수년간 복용해온 약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가면역질환 특성 상 수년-수십년 동안 약을 맞게되며, 이들은 대부분 PBM의 formulary list에 남아있게 됩니다.
따라서 신환이 아닌 이상에야 시밀러로의 전환은 여러 걸림돌이 존재하고, 어떻게 보면 작은 시장을 여러 회사나 나눠가져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5. 여기에 더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는 스위칭 여부, 대체조제 가능성 등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베링거의 실테조라고 불리는 베링거의 약품은 지금까지 '상호 교환 가능', 즉 특정 처방 없이 약사가 직접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로 승인된 유일한 제품입니다.
의사가 휴미라를 처방하라고 했더라도, 실테조로 처방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되면 의사들의 처방을 설득하지 않아도 되기에 문제를 단순화 할 수 있죠.
그러나 그만큼 돈과 시간을 들여 임상 3상을 진행해야하는 부담감이 있고, 현재 소수 회사들만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6. 또한 휴미라는 저농도와 고농도 (+구연산 제거) 제품이 나눠져 있습니다.
기존의 저농도 제품은 주사 시 주사부위의 통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원 제조사인 애브비는 이를 제거하고 주사용량을 줄인 고농도 + 구연산 제거 제품을 2015년에 출시했습니다.
기존 저농도 제품만 바라보고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던 회사들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죠.
- 2주에 한번, 평생 맞아야 하는 주사를 굳이 아픈 주사로 맞을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결국 자본과 시간이 있는 일부 회사만 고농도 + 구연산 제거 제품까지 공정을 바꿔가며 개발했고,
이 또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향후 휴미라의 미래는?
이러한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은 휴미라가 최초는 아닙니다.
- 다만 휴미라처럼 단기간에 많은 시밀러(약 8-10개사)가 한번에 튀어나오는 경우는 없긴했습니다.
그렇기에 매출감소는 필연적이나 그 폭은 어떨지, 원인이 가격에 있는지 등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사안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바이오시밀러 출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J&J의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중 하나인 인플렉트라의 초기 매출은 미미했었으나,
결국 인플렉트라가 출시된 지 거의 7년 만에 레미케이드와 그 바이오시밀러의 평균 판매 가격은 68% 하락했습니다.
- 인플렉트라 제조사인 화이자는 J&J를 반경쟁적 관행을 빌미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2021년에 소송 완결).
또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는 이제 관련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 특히 암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는 면역 관련 질환 치료제보다 더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 예를 들어, 로슈의 항암제인 아바스틴과 허셉틴은 복제약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10~15%까지 낮아졌습니다.
참고사항
참고로, 휴미라의 미국 특허는 아직 만료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애브비가 여러 환경을 고려해 바이오시밀러 회사들과 협상을 통해 올해 1월, 7월에 출시를 하기로 한 것인데요,
이러한 협상에 응하지 않고 휴미라의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바로 알보텍입니다.
이 회사는 아직도 애브비의 휴미라 특허가 무효이고, 끝났다는 소송을 진행중에 있으며,
해당 소송의 결과에 따라 미국 출시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