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벌써 4월이 다 가고 5월이 왔습니다.
뮤비는 4월의 마지막 날,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궁중문화축전
<고궁뮤지컬 세종 1446>에 다녀왔는데요.
특별하면서도 정말 좋은 경험이어서
구독자님께 그 경험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 경복궁 개방 이후 최초의 공연
프로듀서 | 한승원, 김종석 극본 | 김선미 작곡/연출 | 김은영 작곡/음악감독 | 임세영
세종 역 | 박유덕, 정상윤 태종 역 | 남경주, 김주호 소헌왕후 | 박소연, 김지유
전해운 역 | 이준혁, 장지후 양녕 및 장영실 역 | 황민수, 김준영
'2023 봄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경복궁 개방(1954년) 이후 처음으로 경복궁 근정전에서 뮤지컬 공연이 이뤄졌다. 작품은 HJ컬쳐에서 제작한 뮤지컬 <세종 1446>이었다.
뮤지컬 <세종 1446>은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한글 창제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세종의 시련과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2017년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시험공연을 시작으로, 2018년 영국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제작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디 아더 팰리스(The Other Palace)' 극장에서 시범공연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2018년 초연되었으며,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4월 28일(토)부터 5월 2일(화)까지 4일 동안 진행되며, 관람료는 좌석에 따라 R석 2만 원, S석 1만 원이다(사전 예매자만 관람 가능).
🖋 공연을 관람하면서
공연 시간은 오후 7시 30분. 티켓 배부가 6시 10분부터 이뤄졌고, 7시부터 근정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700여 석이 매진된 만큼 사람들이 무척 많아 차례를 지키며 줄을 지어 입장하는 과정에서 꽤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안내하시는 분들이 성균관 유생의 복장을 하고 안내를 해주시고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그 시간 또한 즐거웠다. 근정전으로 들어서는 순간 밤에 보는 경복궁의 근정전의 모습에 경탄이 뿜어져 나왔다. 조명과 노을, 그리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근정전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설치된 조명과 콘솔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형성했다.
근정전을 배경으로 앞에는 커다란 어좌를 두고, 가장 아래층에는 평평한 임시 무대를 설치했다. 배우들은 월대의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조정의 어도를 지나다며 궁 전체를 무대로 활용했다. 기존 37명의 배우 출연진을 80명으로 늘려 웅장함과 사실감을 더했으며 배우들의 화려한 무술과 군무 또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또한 이번 공연에는 이봉근 소리꾼이 도창 역을 맡음으로써 공연에 창을 더해 우리나라 고유 음악의 멋을 더했다.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만들어진 배경이 아닌, 문화재 그 자체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극이 전개되니, 마치 과거로 돌아가 조선 조정의 모습과 그 당시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마치 한 명의 백성이 되어 조선의 궁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비록 단차가 없어 시야가 좋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더불어 30일 공연의 경우 시작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차 장대비로 바뀌어서 관객들이 자리를 이탈하여 뒤로 가서 서서 공연을 관람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열연은 멈추지 않았으며, 자리를 이동하기는 했으나 공연장을 떠나는 관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텝들 또한 비를 맞아가며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여 관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노력했다.
"난 들판의 이름 없는 꽃들을 부르고자 이 글자를 만든다"
태종(이방원)은 사람들을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지만, 세종(이도)은 사람을 살리고자 한다. 하지만 고려를 지지하는 세력과 선왕의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반대하는 사람들 틈 속에서 그는 극도로 고심하며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져버리지 못함을 털어놓는다. 백성들을 위하는 애민 정신이 절실히 느껴졌으며, 한 나라의 왕으로서의 위엄보다는 왕이기 이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더 잘 느껴졌다. 대개 세종의 모습을 매체에서 그릴 때 세종과 집현전, 장영실 등 신하와의 관계 속에서 많이 그려내는데, 본 작품에서는 그러한 관계를 매우 축약시키고 세종대왕 그 자체의 모습을 그려냈다.
원치 않았지만, 세자가 되어 왕위에 오른 세종을 따라 소헌왕후는 왕비의 자리에 올랐지만, 소중한 가족들을 태종에 의해 모두 잃고 만다. 이런 애달프면서도 그럼에도 세종을 끝까지 믿고 지지하는 그녀의 모습이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소리와 그 속에 섞인 애환적인 목소리가 섞여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짓게 했다.
그 외 태종, 전해운, 양녕대군, 장영실 모두 탁월한 노래와 연기를 보여주었다. 비가 많이 와 리허설 상황과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큰 실수와 사고 없이 극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앙상블의 수였다. 73명의 앙상블은 과거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무관들이 장면을 펼칠 때는 근정전의 앞 어도(왕의 길, 중앙 길)를 빠르게 가로질러 등장하여 무술을 펼쳤는데 이런 연출이 자객이 궁궐에 침입하는 느낌을 물씬 형성하여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동시에 태종이 죽음을 맞이할 때 모든 신하들과 무대에서 이 어도로 행차하여 퇴장함으로써 한 명의 왕의 시대가 끝났음을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표현했다. 이렇게 퇴장한 배우들은 뒤로 돌아서 근정전 옆으로 향했는데, 모든 배우들이 뛰지 않고, 천천히 걸어감으로써 극에 대한 몰입을 깨지 않았으며, 극의 연장선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야외에서 뮤지컬처럼 큰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변수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음향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마이크에 바람 소리가 들어갈 수 있고, 30일 공연 후반부에서처럼 하울링이 심하게 일어나 메아리가 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와 창작진의 열정과 단단한 준비로 이 또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냈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에 궂은 날씨에 비를 온전히 맞으며 극을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곳곳에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보였으며, 다양한 연령대와 한국인, 외국인들이 함께 모여 공연을 즐겼다. 퇴장하는 길에는 여러 명의 안내원들이 손전등을 비추며 계속해서 안내를 해주어 안전하게 궁궐을 나설 수 있었다.
💡 장소특정적 공연?
공연을 예매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근정전'이라는 공연이 펼쳐지는 배경 때문이었으며, 공연을 보는 내내 특별하게 느껴지고, 인상 깊었던 이유 또한 근정전이었다.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아무리 사실적으로 배경을 구현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역사적 공간에서 무대를 펼치는 것만큼 그 감동은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경복궁 근정전에서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공연이 진행된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공연들이 프로시니엄 공연장을 벗어나 익숙한 공간 또는 역사적 공간, 사회적 의미가 담긴 공간에서 이뤄지고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장소특정적 공연'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장소 특정적'이라는 말은 1960년대 미술계로부터 대두되었다. 모더니즘 미술의 상업화와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하는 미술제도에 저항하는 입장에서 오브제의 '탈 물질화'나 '대안 공간전시' 등을 모색한 장소 특정적 예술은 큐브형 전시공간인 갤러리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장소 특정적 공연은 "공간의 장소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연예술 매체와 함께 하는 복합다원예술 공연이다. 예술가와 관객이 고정된 무대와 객석에서 만나는 것이 아닌, 연출과 참여 예술가들이 만들어 놓은 연극적 공간에 초대되어, 관객 또한 작품 및 공간의 일부로 참여 해 공연을 관람하는 퍼포먼스를 말한다(김도일).
물론, 본 공연은 관객 참여가 없었기 때문에 장소특정적 공연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공연장이 아닌, 역사적 공간에서 공연을 함으로써 장소가 특정한 의미를 가졌다는 점에서 이 공연 또한 관객 참여의 형태를 더한다면 장소특성적 공연으로 변모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소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궁궐 안에서 장소로 옮겨가며 공연을 진행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연극 <낭만궁궐 기담극장>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본 연극은 창덕궁 낙선재의 역사와 낙선재본 소설(낙선재에 소장되었던 조선 왕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동형 연극 프로그램이다. 관객 몰입형 공연으로 꾸며졌으며 창덕궁, 수강재, 석복헌, 낙선재 등을 이동하면서 관람객이 연극의 한 장면에 속해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총 3편의 연극으로 (1) 방자와 별감 사이에 주고받는 연애편지를 주제로 한 '방자별감 연서' (2) 노비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삼구일두귀', (3) 낙선재본 소설 '현씨양웅쌍린기'를 바탕으로 창작한 현씨 가분의 두 형제와 아내들의 좌충우돌 혼인사를 다룬 이야기로 구성됐다.
앞으로 더 많은 뮤지컬 공연들이 프로시니엄 공연장에서 나와 장소특정적 공연의 형태로도 진행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자연스럽고 즐겁게 향유할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매년 여름,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 궁전(엘리자벳과 프란츠 요제프가 생전에 살았던 궁전) 앞에서는 뮤지컬 <엘리자벳> 콘서트가 열린다. 가장 좋은 자리의 티켓이 300유로에 임박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뜨거운 열기로 매진된다. 한국의 더 많은 창작뮤지컬이 더 많은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드길 진심으로 바란다.
참조
김도일, '장소특정적 연극으로서의 <광청시민아파트 가,나,다>와 <ONE DAY, MAYBE. 언젠가> 연구', 한국드라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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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항상 힘이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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