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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EW] 친숙한 소재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내며 대학로에 혜성같이 등장한, 원채연 작가

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2023.05.29 | 조회 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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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뉴스레터 MU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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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주 금요일에 발행되었던 뉴스레터에서 예고 드렸던 대로, 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로 데뷔하신 원채연 작가님 인터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작가님께서 정말 세심하게 대답해 주셔서 공연을 보기 전이라면 당장 공연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공연을 이미 보신 후라면 공연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을 거예요!


원채연 작가 제공
원채연 작가 제공

1. ‘신이 나를 만들 때는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밈이었는데요. 어떻게 이 소재를 가지고 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극본을 쓰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 밈에 진심이었던 한 사람인데요. ‘신이 나를 만들 때 뭔가를 빠뜨렸거나 와르르 쏟아버려서 내가 이 모습이 되었다라는 건데, 신이 그런 실수를 한다는 점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보통 하면 떠올리는 모습은 웅장하거나, 위엄 있거나, 자애롭거나... 아무튼 매우 진지하잖아요. 그런데 밈 속의 신은 친근하면서도 어찌 보면 하찮은 모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이참에 정말 인간적인 신, 신 같지 않은 신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신의 재료 배합에 따라 인간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저는 신한테 당장 따지러 가고 싶었거든요. 나한테 경제력 몇 스푼만 더 넣어 주지, 연극 말고 코딩이나 반도체 같은 데 흥미를 갖게 해 주지, 좀 더 순탄한 인생을 살게 해 주지, 그런 것들을 따져 묻고 싶었어요. 나를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마음에 안 드니 환불해 달라고 신의 멱살을 잡는 상상을 하다 보니, 저의 성깔을 닮은 악상 캐릭터가 탄생하고 말았네요. 신님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2. 이 작품을 올리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신 것 같습니다. 하나의 작품이 오늘날 예그린씨어터에서 상연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작품을 구상하고 시놉시스를 쓴 건 2020년 가을입니다. 공연은 2023 4월에 개막했으니 2년 반 정도를 이 작품에 매달렸네요. 가장 첫 단계는 2021년 창의인재동반사업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저의 파트너인 고현정 작곡가님을 만났고, 함께 작품을 쓰기 시작했어요. 여러 번의 피칭(pitching)을 거치고, 멘토님들께 많은 조언을 듣고 아이디어를 다듬으면서 초고를 썼습니다. 넘버 5곡으로 오디오북과 쇼케이스 영상을 제작했고, 감사하게도 우수 프로젝트상을 수상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성과발표회에서 하이라이트 넘버를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창의인재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가 정말 막막했어요. 2022, 이 작품을 찾는 이도 알아주는 이도 없지만, 일단 작곡가님과 열심히 회의하며 작품을 개발했죠. 2, 3, 수정을 거듭하던 중 현재 <신이 나를 만들 때> 제작사인 연극열전에서 감사하게도 연락을 주셨어요. 그 후 함께 지원한 스토리움 우수 스토리 매칭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이 되었고, 9월 쇼케이스를 목표로 타이트한 작품 개발을 거쳤습니다. 계속해서 대본과 음악을 새로 쓰고, 토론 과정을 거쳐 쇼케이스를 올렸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적으로 수많은 회의를 통해 또다시 수정, 보완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끊임없는 수정, 수정, 수정을 거쳐 2023 4월에 본공연을 올리게 되었네요. 그 과정에서 작곡가님, 연출님, 음악감독님, 연극열전 대표님과 차장님, 직원분들, 배우분들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대본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함께해 주셨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깊이 배운 시간이었어요.

 

3. 이번이 정식 데뷔작인데요. 어떤 계기로 뮤지컬 극작가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욕망은 항상 있었어요. 특별한 계기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형태의 공연을 접하고 다양한 파트에서 일해 보며 점점 제가 원하는 것에 가까워져 온 느낌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8년 전 국악 뮤지컬 홍보팀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고, 연습실을 기웃거리면서 연출을 꿈꾸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통 공연과 지역 극단에서 조연출 일을 하며 무대, 조명, 음향, 분장 등 여러 파트의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그 후 연출 전공으로 대학도 다시 다녔는데, 연출을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극작에 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작품을 분석하고 구현해 내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 모든 것의 원형이 되는 텍스트를 창작하는 일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이후 여러 지원사업이나 극단 작업을 통해 연출과 극작을 병행해 왔고, 2020년 창의인재동반사업에서 뮤지컬을 연출해 본 후 음악과 함께하는 텍스트 작업에 욕심이 생겨 본격적으로 뮤지컬 극작을 시작했습니다. 

인간을 창조하는 신의 모습 ©연극열전
인간을 창조하는 신의 모습 ©연극열전

4. 신이 뮤지컬 무대 위에 직접적으로 한 명의 인물로서 등장한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 구상하신 세계에는 여러 명의 신이 있고, 그중 창조신은 인간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는 듯합니다. 창조신을 구축하기 위해 참고하신 이 있으실까요? 혹은 작가님께서 구현한 은 어떤 존재인가요?

가장 처음에는 힌두교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힌두교 기반인 인도 신화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신이 등장하는데, 너무 많아서 힌두교 신자들도 대체 몇 명의 신이 존재하는지 잘 모를 정도죠. 그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신은 창조의 신 브라마,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인데요. 이들은 작품 내에서 인간 세상의 여러 업무를 각자 나누어 맡는 다신(多神)체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키를 주었습니다. 그 위에 그리스 로마 신화, 기독교 등 다른 종교 속 신의 이미지도 몇 조각 덧입힌 후 완전히 새로운 성격을 부여해, 그 어떤 종교도 떠오르지 않는 <신이 나를 만들 때>만의 유니크한 신을 만들어 내고자 했죠.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신은 공무원 같은 존재입니다. 매일 창조 업무에 시달리다 자잘한 실수를 하기도 하고, 인간들의 계속되는 불만 리뷰에 상처받고 지치기도 해요. 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미(?) 있는 캐릭터이기를 바랐습니다. 

 

5. 극 중 신의 세계에는 클라우드가 있는데요. 클라우드는 신이 타고 다니는 구름을 의미하면서도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를 연상시켰습니다. 어떻게 해서 클라우드라는 시스템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신이 어떤 곳에서 생활하고, 인간을 창조할까 상상했을 때 구름이 떠올랐습니다. 구름 위에서 사실은 신들이 뚝딱뚝딱 인간을 빚어내고, 인간 세상의 일을 관장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요? 폭신폭신한 구름 위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며 그런 재미난 상상에 빠졌었습니다.

<신이 나를 만들 때> 세계관 속 클라우드는 둥근 지구 위를 덮고 있는 드넓은 구름 그 자체이며, 신들의 공간입니다. 구름에서 인간을 만들어 지구로 내려보내는 과정이 클라우드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원리와 닮았다고 생각해 두 가지를 결합했어요. 원초적 자연물인 구름과 현대적 IT서비스인 클라우드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들면 그 안에서 신과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해 재미있는 비유가 많이 탄생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6. 신이 악상을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듯했지만, 마지막 결말에서는 신이 악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신이 자신을 버린 것 같다고 느끼던 인물에게도 신의 사랑이 있다는 느낌이었는데요. 신에게 악상과 호상, 영은 각각 어떤 존재였을까요?

창조의 신에게는 모든 인간이 소중한 작품이었을 겁니다. 모든 부모에게 자식이 그러하고, 저에게 <신이 나를 만들 때>가 그러한 것처럼요. 그럼에도, 처음에는 신에게 악상이 꽤나 거슬리는 존재였을 겁니다. 클라우드의 룰(규칙)에서 벗어나 삭제도 안 되는 데다, 말도 정말 안 들으니까요. 하지만, 종국에는 신에게 악상이란, 인간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인간의 의지를 응원하게 만드는 존재가 됩니다. 

또 신에게 호상이란, 아픈 손가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불어넣어 준 숨결을 다 쓰지도 못하고 올라온 안타까운 존재니까요. 마지막으로 신에게 영이란, 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고마운 존재이겠지요. 신의 피조물이지만 어느새 신보다 지혜로운 모습으로 투명하게 세상을 바라보는데요. 팍팍한 신생(神生)에 큰 위로가 되는 존재였을 거예요.

신과 영의 모습 ©연극열전
신과 영의 모습 ©연극열전

7. ‘이라는 인물이 전하는 메시지가 작가님이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말이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오기, 똘기, 객기, 독기, 바이러스 등 평소 부정적 용어를 긍정적 시선에서 다시 돌아보게 하는 가사들이 인상 깊었는데요. 작가님이 보시는, 또는 보고자 하시는 세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영은 신보다 더 신 같은 인물, 악상과 신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로 구상했기에 영을 통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게 되었어요. 특히 영이 악상에게 위로를 건네는 장면을 통해서는,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마냥 낭만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살다 보니 그만한 답이 없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힘든 환경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던 순간들이 버겁고 싫었는데, 그 덕에 어느새 쌓여 있는 경험, 능력치 같은 것들을 느낄 때 이게 뭐지?’ 싶었던 적이 있어요. 내가 싫어하던 환경이나 모습들이 오히려 나에게 선물을 줄 때가 있구나. 그래서 내가 부러워하던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부러워할 때가 있구나. 그런 걸 깨닫는 순간이 쌓이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내가 악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가 호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그 불공평함이라는 게 꼭 나쁜 것일까? 싶더라고요. 생각을 뒤집어 보면, 좋은 점도 많은데 말이죠.

그런데요 사실은, 저도 분노와 푸념을 많이 한답니다. 영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썼지만, 저의 본체는 악상 같은 순간이 더 많은 듯해요.^^ 그래서 영과 악상은 저의 두 개의 자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쪽이 화내면, 한쪽이 달래주는 거죠. 마음속에 악상이 살더라도, 종종 튀어나와 달래줄 수 있는 영도 살고 있다면 꽤 괜찮은 인생 아닐까요?

 

8. 본 작품은 인물들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B급 코미디의 맛을 살리셔서 보는 내내 정말 즐겁게 웃으면서 봤습니다. 이렇게 웃기면서도 메시지를 주는 극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혹시, 어려움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그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극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관객분들이 공연 내내 즐거우셨으면 했고, 공연 이후에는 은은하게 마음에 남는 위로와 생각거리가 있는 공연이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코미디와 메시지를 둘 다 잡으려다 보니,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한쪽으로 쏠려 중요한 흐름이나 전체적인 콘셉트가 흐려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했고요. 웃음도, 메시지도 결국은 장면의 흐름이 너무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은 작가 혼자 해낼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연습실에서 장면을 만드는 창작진, 배우분들께서 센스를 많이 보태주셔서 밸런스가 더욱 잘 맞춰진 것 같습니다.

악상과 영의 모습 ©연극열전
악상과 영의 모습 ©연극열전

9. 극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나는 나의 삶을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이 불공평한 인생, 다들 맘에 안 드는 것 한두 개쯤은 있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누구에게나 불공평하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신에게도요. 그렇다면 이 불공평함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즐겨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내가 가진 재료들을 찬찬히 뒤집어도 보고, 아직 발견 못 한 것이 있는지 뒤적여도 보고, 끝까지 한번 확인해 보자고요. 신이 나를 잘 만들었는지!

 

10. 관객들이 이 부분은 꼭 주목해서 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불쌍해 넘버의 가사를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1. 앞으로 써보고 싶은 소재나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찰나의 순간에 예지몽을 꾸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순간의 희망, 찰나의 불안에 얼마나 많은 미래를 배팅하는가?”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원채연 작가 제공
원채연 작가 제공

12. 뮤지컬 극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저도 작품을 이제 한 편 올리고, 여전히 꿈꾸는 입장이라, 어쩌면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단히 대단한(?)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일단 어깨를 두드려 드리고 싶어요. 결코 쉽지 않은 길임에도, 나만이 가진 재료를 찾으며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내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나누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공들인 만큼, 기다린 만큼 그 작품에 담긴 세계는 아름다울 겁니다. 당신의 손에서 애타게 갈고닦아지는 그 이야기들을 어서 관객으로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날이 올 때까지, 주먹 꽉 쥐고 한번 가 보자고요!

, 제발 건강은 잘 챙기세요. 우리... 오래 달려야 하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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