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문우가 "도서관에 더 많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서 더 많은 모임을 개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능기부 하실 분, 세미나를 이끌어 갈 분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자."라는 글을 보고 무작정 손을 들었습니다. 뭐라도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요즘 저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동하면 선뜻 손을 듭니다.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읽었습니다. 2018년 연신내에 독립서점을 시작한 사회학자의 운영기인데요. 서점 위치를 알아보는 것부터 상세히 알려줘서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다 실제 니은서점이 아직도 있는지 확인해 봤을 정도로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계속 미래의 책방을 상상하고 시뮬레이션해 봤습니다. '이러다 나도 책방 열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방을 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엄청 말립니다. "커피머신 값이 얼마나 비싼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며, 월세는 어떻게 내고, 관리비도 감당이 안 된다. 그냥 온라인으로 모임이나 하며 편하게 살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게요. 괜히 나이 먹어 일 벌였다가 노후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쫄딱 망하지는 않을까 싶더군요. 한때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겠다고도 선언했지만, 값비싼 커피머신 값에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니은서점은 월세가 저렴한 은평구에서, 오로지 책만 판다고 하니 희망이 조금 보였습니다.
왜 제가 책방지기를 꿈꾸는지 깊이 생각했습니다. 분명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가 부자여서 운영비를 쏟아부으며 운영할 순 없습니다. 최소한의 관리비를 감당한다는 전제에서 왜 책방을 열고 싶은지 고민했어요. 책 속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열망이더군요. 여기에 더해 가진 책을 나누고, 가능하다면 제 책도 팔고, 작가가 되고 싶은 분의 책도 내어주고 판매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게 꼭 제 책방을 열어야만 가능할까요? 책 속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려면 다른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도 할 수 있습니다. 가진 책을 나누는 건 언제든 가능하죠. 제 책도 팔고, 작가가 되고 싶은 분의 책도 내어주고 판매도 하는 건 쉽지는 않지만 단지 그것을 위해 많은 걸 희생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씩 준비해 가며 고민해야겠죠.
독립서점과 관련된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좋고, 실제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부딪혀 보는 겁니다. 재능기부에 손들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내 책방이라 생각하고 독서토론도 하고 글쓰기 모임도 운영하는 거죠. 투자 하나 없이 온전히 원하는 삶을 누리는 거니까요. 그렇게 '고래이야기에서 독서토론하고 글도 써요! (고독글)'이 탄생했습니다.
고래이야기는 사립 작은도서관으로 동네 주민들의 후원금으로 임차료와 전기세를 감당한답니다. 회비는 고래이야기 마을도서관으로 가고 저는 100% 재능기부합니다. 직장인이 격주로 토요일에 1시간 걸리는 거리를 이동해서 2시간의 시간을 보내고 또 1시간 걸려 돌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작은 도움이라도 손을 내밀 수 있어 감사하고, 제가 그렇게 꿈꾸는 책 속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거니까요. 현장 글쓰기도 말로는 많이 들었는데 직접 해보지 않아 기대됩니다. 도서관을 빌어 원하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 욕심이 더 생기면 그때 책방을 열어도 되니까요.
차곡차곡 책방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동네 책방이나 작은 도서관에 간다면 어떤 경험을 하고 싶나요? 의견 주시면 잘 기록해 뒀다가 일과삶 책방을 오픈하면 적용할게요. 그동안 계속 책 읽고 글 쓰며 놀겠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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