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스웨덴화가/칼라르손<바느질 하는 여인> #박숙현

나를 닮은 취향을 찾는 일

2024.05.12 | 조회 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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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나를 닮은 취향을 찾는 일

오늘은 일요일이다. 나는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하며 창문도 활짝 열었다. 아침 산책을 반려견과 할 때 느꼈던 봄을 알리는 햇살이 집안에도 한가득이다. 나의 집 안 일은 나만 아는 일이다. 말하자면 표 안 나는 일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한바탕 청소를 하느라 이리저리 움직인 후 점점 깨끗해진 주변을 둘러보면 뿌듯함이 있다.

코로나로 세계인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을 꾸미려고 하는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예쁜 접시들에서부터 작은 실내 식물들까지 인테리어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늘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오늘의 그림 칼 라르손의 < 바느질하는 소녀>는 보기만 해도 대리만족이 충분히 되는 광경이다. 그림 속 단아한 블루 원피스의 소녀는 무언가를 바느질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녀 앞에 놓인 조금은 큰 사이즈의 식탁보나 냅킨 같은 것이 쌓여 있는 걸 보아하니 식구들이 많은 집인 모양이다. 탁자 위에 쌓인 천 꾸러미를 보는 순간 내 서랍 안에 접혀져 있는 큰 사이즈의 행주가 생각이 났다. 정말 똑같은 무늬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릇 닦기 행주였다. 거의 10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이런 북유럽 디자인의 행주를 보면 심플한 디자인은 늘 사랑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 라르손은 스웨덴 국민화가라 불리는 작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 이케아의 디자인에 영감을 준 작가이기도 하다. 북유럽의 척박한 날씨 덕에 이케아라는 브랜드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국민들을 위해 최대한 밝은 가구와 실용적인 가구를 디자인했다. 내가 처음 독일에 살게 되었을 때 나의 관심은 온통 프랑스 로코코 풍의 앤티크 가구들이었다. 한창 가구들을 구경하러 다니던 그 시절 남편은 스웨덴 출장만 갔다 오면 내게 북유럽은 실내가 얼마나 밝은데 그리고 가구 색도 밝다고 내게 핀잔을 주기 일수였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심플한 취향과도 북유럽 가구가 더 맞는데 남편의 말에는 청개구리 같은 맘이 생겨서인지 듣는 둥 마는 둥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림 속 실내엔 햇살이 가득이다. 창가에 놓인 토분에 심어진 식물들도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작업대에 놓인 유리병 속 꽃들도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공간은 깔끔한 주인장의 성품과 많이 닮아 있는 듯하다. 그녀의 등 뒤에 배를 짜는 기계도 보인다. 자신이 한 올 한 올 짠 천으로 정성스레 천에 수를 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 라르손 <바느질 하는 여인>
칼 라르손 <바느질 하는 여인>

 

글쓴이

치유작가 sue 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12년간 해외 살이로 세계 곳곳의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는 취미를 가졌고 지금은 한국에서 그림 그리는 작가로 글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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