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취향을 찾는 일
오늘은 일요일이다. 나는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하며 창문도 활짝 열었다. 아침 산책을 반려견과 할 때 느꼈던 봄을 알리는 햇살이 집안에도 한가득이다. 나의 집 안 일은 나만 아는 일이다. 말하자면 표 안 나는 일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한바탕 청소를 하느라 이리저리 움직인 후 점점 깨끗해진 주변을 둘러보면 뿌듯함이 있다.
코로나로 세계인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을 꾸미려고 하는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예쁜 접시들에서부터 작은 실내 식물들까지 인테리어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늘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오늘의 그림 칼 라르손의 < 바느질하는 소녀>는 보기만 해도 대리만족이 충분히 되는 광경이다. 그림 속 단아한 블루 원피스의 소녀는 무언가를 바느질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녀 앞에 놓인 조금은 큰 사이즈의 식탁보나 냅킨 같은 것이 쌓여 있는 걸 보아하니 식구들이 많은 집인 모양이다. 탁자 위에 쌓인 천 꾸러미를 보는 순간 내 서랍 안에 접혀져 있는 큰 사이즈의 행주가 생각이 났다. 정말 똑같은 무늬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릇 닦기 행주였다. 거의 10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이런 북유럽 디자인의 행주를 보면 심플한 디자인은 늘 사랑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 라르손은 스웨덴 국민화가라 불리는 작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 이케아의 디자인에 영감을 준 작가이기도 하다. 북유럽의 척박한 날씨 덕에 이케아라는 브랜드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국민들을 위해 최대한 밝은 가구와 실용적인 가구를 디자인했다. 내가 처음 독일에 살게 되었을 때 나의 관심은 온통 프랑스 로코코 풍의 앤티크 가구들이었다. 한창 가구들을 구경하러 다니던 그 시절 남편은 스웨덴 출장만 갔다 오면 내게 북유럽은 실내가 얼마나 밝은데 그리고 가구 색도 밝다고 내게 핀잔을 주기 일수였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심플한 취향과도 북유럽 가구가 더 맞는데 남편의 말에는 청개구리 같은 맘이 생겨서인지 듣는 둥 마는 둥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림 속 실내엔 햇살이 가득이다. 창가에 놓인 토분에 심어진 식물들도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작업대에 놓인 유리병 속 꽃들도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공간은 깔끔한 주인장의 성품과 많이 닮아 있는 듯하다. 그녀의 등 뒤에 배를 짜는 기계도 보인다. 자신이 한 올 한 올 짠 천으로 정성스레 천에 수를 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
치유작가 sue 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12년간 해외 살이로 세계 곳곳의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는 취미를 가졌고 지금은 한국에서 그림 그리는 작가로 글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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