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 상실의 시대, 호텔의 '기지개를 켜다.'

여행을 잃은 시절 문득 그만큼의 자리를 떠올려봤습니다. 종종 찾는 공항은 어느새 텅 빈 무인도시처럼 변해있고, 짧은 시간에 뭐라도 사느라 애쓰던 면세점에서의 풍경은 손님을 기다리는 외로운 창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집 떠난 이방인에게 하룻밤을 내어줬던 호텔은, 지금  어떤 하루를 살고있을까요. 코로나 이후 여행은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사치'로 느껴지지만, 산다는 게 사실 적정량의 휴식, 여흥을 필요로 한다는 걸 우린 지금 이 험난한 시절을 지나며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2년, 이제야 지나온 '쉼'의 자리를 돌아봅니다.

 💤 호텔에서 '잠'을 뺏어갔을 때 벌어진 일 

근래 일본에는 수많은 불행한 이야기 가운데 솔깃하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2020의 올림픽을 기다리며 한창 준비했던 것들은 서서히 쓸모를 잃어가고 그간의 노력의 물거품이 되고있지만, 호텔의 자리가 꼭 여행객의 1박을 위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애초 우리는 호텔에서 하룻밤의 수면 만을 원했을까요. 홋카이도에 정중앙에 위치한 후라노 지역 '신후라노(新富良野) 프린스 호텔'은, 눈 쌓인 산 한가운데 사우나 텐트를 펴기도 했어요. 근래 사우나는 일본에서 이레적인 인기거든요, '고독한 미식가'를 연상케하는 드라마 '사도'가 은근히 히트를 하기도 했고, 망해가는 센토(공중 목욕탕)가 다시 활로를 찾는 구세주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은 정원 4명 크기의 텐트를 산 속에 갖춰놓으면서 사우나-밖에서의 '쿨다운'-그리고 사우나라는, 아는 사람 아는 '사우나' 체험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설계되어있어요. 이 지역은 홋카이도 안에서도 홋카이도, 자연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고도 하는데요, 호텔에서의 1박을 잃은 지금 자연에서의 1박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호텔이 할 수 있는 건 '잠자리' 펴는 일 뿐이 아니고, 우리가 호텔에서 했던 건 하룻밤을 자는 것만이 아니었단 이야기에요.

 💍 사치스런 호텔의 그 많던 '사치'는 다 어디 갔을까요. 

관광객을 잃은 지금 호텔은 거대한 위기를 만난 것도 같아요. 하지만 조그만 뒤를 돌아보면 호텔엔 지금같은 '비상 사태'를 대처할 '호텔아닌 호텔'적 요소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한 때 유행처럼 번져갔던 부티크 호텔의 '취향의 숙박'이랄지, 스키장이나 리조트와 연계돼 '쌍'을 이뤘던 레져의 1박이랄지, 볼품없는 비즈니스 호텔이라 해도 말 그대로 그건 짧은 출장(이거나 여행)의 간소한 하룻밤의 자리이기도 했어요. 실제로 일본의 많은 비지니스 호텔들은 '텔레워크'의 사무실로 전환해 운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숙박이 아닌 '딴 짓'속에 그려지는 호텔이 있(었)고, 호텔은 이미 숙박업이 아니기를 선언했다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하룻밤에 몇 십 만원을 호가하던, 별들🌟⭐️ 로 수식되는 호텔들. 그 호텔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한 마디로 그 많은 '사치'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지난 해 말 도쿄에는 '일본 첫 상륙'이란 호사로운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호텔이 있습니다. 바로 매리어트 그룹과 호텔 업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이안 슈레거가 손을 잡고 만든 '에디션'의 도쿄 버젼 '도쿄 에디션 토라노몽'이에요. 이안 슈레거는 뉴욕의 전설적인 클럽이라는 '스튜디오 54'를 만들었던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근래엔 '호텔'과 협업을 하며 '스테이'의 다양한 방식을 실험(제안)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 도쿄에 그 호텔이,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토라에몽' 지역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호텔은 여러모로 '지금의 도쿄'를 상징하는 요소가 여럿 보이는 것처럼 느껴져요. 사실 호텔은, 말이 화려했지만 전체 36층에 달하는 '카이야쵸 타워'의 31~36층까지 단 6층만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단 6층의 디자인을 건축가 쿠마 켄고가 진행했습니다. 불행의 건축이 되어버린 2020 올림픽 경기장을 만든, 그 쿠마에요.

먼저, 호텔이 입점한 '카미야쵸 트랜스 타워'는 '토라노몽' 안에서도 '국가 전략 특별 구역 인증'을 받은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 '도쿄 월드 게이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호텔의 위치상 도쿄의 역사를 아우르는 듯한 인상을 줘요. 고층의 객실에서는 도쿄만과 도쿄 타워를 내려다 볼 수 있거든요. 그래봤자 고작 '뷰'의 이야기이지만, 연호도 바뀌고 또 한 번의 올림픽을 준비하고 100년에 한 번이라는 재개발에 들석이는 도쿄에서 그건 '고작'의 의미를 넘어섭니다. 실제로 쿠마 켄고는 도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일본의 사상이 방 하나에서도 느껴질 수 있게, 에센스를 응축해 구현하는 디자인을 펼쳤어요. 절에서 영감을 받아 공유 스페이스를 제작했고, 수풀이 우거진 로비의 모습은 사원에서 시작된 디자인입니다.

'그 토지의 문화와 미학을 실내 디자인과 서비스, 어매니티 등에 모두 반영햇다. 특별 '주문 커스터마이즈 호텔'이란 명칭이 곧 아이디어가 되어 '도쿄 에디션 토라노몽'이 탄생했다. 호텔에서의 1박 체험을 기사로 한 한 매거진의 감상 일부에요. 호텔은 고도로 만들어진 인공 건축에 지나지 않지만, 코로나 시절 그건 공간의 형태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아울러 자연의 일부가 되는 과정일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오사카의 호텔이라면, 이 쯤은 놀아야지요?! 

홋카이도에 사우나 텐트 호텔부터 오사카의 호텔까지. 오늘은 '非' 도쿄 지역의 이야기가 많은데요,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든 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호는 '발품'을 좀 팔아 일본 곳곳의 이야기를 전할까 생각해요. 다음 타겟은 바로,오사카에 지어진 W 체인의 오사사카 지점  'W오오사카'에요. 이 호텔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기도 한데요, 근래 도쿄(를 비롯 일본)의 건축을 보면 대부분 쿠마 씨의 '열일'로 도배된다고 느끼지만, 와중에 안도 타다오, 그리고 하라쥬쿠의 '위드 하라쥬쿠'를 만든 이토 토요 등, 3~4세대 건축가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W 오오사카'는 이 시절에, 이 난국에 무려 '웃음', '유흥', '쾌락'을 어필한는 콘셉트 호텔로 만들어졌어요. 오사카라면 만담의 도시, 개그의 왕국이라고 하듯이, 그의 반영이라고 호텔 총지배인 콘도 타케시 씨는 이야기합니다 . 

코로나는 에도 시대, 그 무렵 상인들의 '몰래 놀이'를 W오오사카가 재현했다는 이야기...인거죠?! 저, 웃어도 될까요.😂🤣 그리고 W오오사카는, 하나 많은 '오'에서 보이듯 부러 카타카나로 オオサカ라고 쓰고있어요. 그러니까 Wオオサカ처럼요. 전 처음 무슨 이모티콘인 줄 알았고요.😆

그리고 이 호텔의 콘셉트는 일단 '잠만 자는 호텔이 아닌, 크리에이티브를 방출하는 어른의 놀이터'에요. 브랜드 W답게 개성을 대범하게 표출한 디자인이 코로나 시절, 새삼 눈길을 끕니다. 인테리어는 W런던, 스위스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네덜란드의 '콘크리트'에서 맡았고요, '오사카 상인의 유흥'을 테마로 검정을 기반으로 한 심플하고도 스타일리쉬의 장소가 그려졌어요. 특징 중 하나라면 도톤보리나 신사이바시 거리(간판)에서 연상되는 화려한 네온빛이 곳곳에 콘트라스트를 그리며 텐션을 한껏 올려줘요. 심지어 호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3층 로비 플로어엔 리셉션과 바, 그리고 스테이지, 다이닝이 마련되었는데요, 공유 스페이스인 '리빙 룸'엔 DJ 부스가, 그리고 만담을 할 수 있는 스탠드 마이크도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역시나 '흥'을 잊지않는 '오사카에서의 설계'네요.

그리고 콘도 지배인이 뭐라고 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전 그말이 알송달송 하면서도 맘이 설레고 묘하게 지금 이 시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호텔이 아닌 목적지로서의 '개업.' '신장 개업'이란 이런 기대와 흥분의 말이었던가요?!

 💊 캡슐 호텔 2대가 생각하는, (도시의) '9시간 설계' 

그런데 말이에요. 쿠마 켄고 씨의 '토라노몽 에디션'은 스탠다드가 1만 4천 엔, 스위트는 10만 '엔'이 넘고, 안도 씨가 만든 W의 오사카 버젼도 아무리 아껴도 지갑 동나기 십상이에요. 그렇다면, 쓸만큼 벌고 벌만큼 쓰고 사는 우리같은 사람에게 '호텔'의 새 둥지는 어떤 그림일까요. 2009년부터 도쿄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로서의 호텔, 신세대 '캡슐 호텔' 9HOURS를 운영하는 유이 케이스케 씨는 '조깅과 호텔'을 묶어내는 패키지를 선보였어요.

먼저 이 호텔은 '캡슐 호텔'의 신풍을 일으켰다는 평을 받고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본래 대표인 유이 씨는 40년 전통의 캡슐 호텔을 운영하던 집의 장남이에요. 그러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돌연 유산을 상속받던 중 호텔이 어마어마하 부채를 안고있다는 걸 알게됐고요, 그걸 탕감하자고 시작한 게 '9hours'입니다. 참 묘하고 신기하죠. 사람 사는 이야기 새삼 흥미있다 생각해요. 그렇게 9hours는 기존의 낡고 지저분하고 막차를 놓친 취객이나 갈 곳없는 이들의 짤막한 밤자리가 아닌, 도시에서의 시간, 9시간을 궁리하는 곳으로 탄생하게 돼요.  이 9시간의 계산은 들어와 씻고 잘 준비(1h) + 수면(7h) + 나가기 전 준비(1h), 이렇게 =9h인 거죠. 물론 이건 양질의 9시간을 제안하는 하나의 샘플일 뿐이고요.

그리고 코로나가 터지고 6개월 쯤, 새로 오픈한 도쿄 '오테마치' 지점에서 '러닝 코스' 패키지 플랜을 시작했어요. 근래 붐이었던 조깅의 시간을 고작 하룻밤 장소였던 '캡슐 호텔'과 엮어낸 거죠. 9hours 는 이 '죠깅 이후의 stay'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어요.

샤워, 어메니티, 로커. 어느 하나 특별한 건 없는데요 단 9시간의 '질'을 생각하는 호텔에서 이건 그들만의 고집, '자산'이기도 해요. 이곳은 일본의 전통 비누 브랜드 TAMANOHADA와 협업으로 호텔 한정 샴푸, 콘티셔너, 보디 솝 등을 제공하고 있고요, 타올은 UCHINO 사의 초 롱파일 타올을, 샤워실에는 모든 부스에 TOTO의 고성능 샤워기 '웜필라'가 구비되어 있대요.  그리고 이곳은 코로나 이후 '하이진'을 가장 큰 축으로 새로운 전략을 발표하기도 헀는데요, 캡슐 하나하나 매일같이 레이저 광선을 활용한 소독이 꼼꼼히 이뤄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훼손되지 않은, 잘 매만져진 나의 9시간을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저는, 술에 취해있던 몇 해 전 나리타 공항의 '9hours'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요, 알딸딸 때문인제 실제 체재 (느낌적) 시간은 1시간은 됐을까 모르겠어요. 첫 차 뜨는대로 나오기 바빴거든요. 😂 😂 .

오늘은 우리의 호텔(아닌 호텔), 앞으로의 호텔, 호텔의 내일같은 이야기를 해봤어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남는 건 별 특색 하나 없는 신주쿠 카부키쵸 뒷골목의 비지니스 호텔같은 거더라고요. 고작 그만큼의 자리가 왜 그리 귀했을까요. 올림픽은 관광 산업의 텃밭이라 근래 도쿄엔 새로 생겨나는 호텔이 수도 없이 많은데요, 이런 난국의 시절을 지나며 그 많은 새로움은 어떤 내일이 될까 기다려지기도 하는 '오늘'입니다.  

여행은 아직 좀 조심스럽지만, 우리들의 HOTEL과 hotel이야기, 어떠셨나요? 😊

그리고 오늘은 후루우치 토오코의 98년 노래를 남겨놓을까 해요. 쇼와의 낭만이 물컹하던 시절, 제목은 '大丈夫, 괜찮아'입니다. 🎶 그럼 우리 또 보아요.🙋‍♂️🙋🏻‍♀️ 그러니까, 아마..괜찮아요.🌳

 👨🏼‍🏫 그리고 오늘의 일본어 한 마디 👩🏼‍🏫

콘도 지배인 님의 이야기에서 가져왔어요.💆🏽‍♂️

 ホテルを開業するのではなく、目的地を開業したという思いがある。

➣ 호텔을 개업하는 게 아닌, 목적지를 개업했다는 느낌이 있다.

開業する : 카이교스루, '개업하다.'

ではなく : '~는 아니고', 'では'가 '~것이, ~는' 등의 접미사, 'なく'는 아니다(ない)의 연결형이에요.

目的地 : 모쿠테키치, 목적지. * 모쿠테키'는 네 음절이지만 두 음절처럼 발음합니다. 

문장 전체를 읽으면

➣ '호테루오 / 카이교스루노 / 데와나쿠, / 모쿠테키치오 / 카이교시타 토유~ / 오모이가 아루.' 입니다.

그럼, 정말정말 다음에 보아요. 🖐🏽🖐🏽

山手線’s 뉴스 배달부

SNS's and more

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가장 개인적인 글의 아카이빙, 혹은 brunch 

퍼블리에서의 작업들 

'폴인'에 기록한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2021' 

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 monoresqu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