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구석 공터의 '놀면 뭐하니?' 잉여 공간에서 시작되는 '커뮤니티 마을'에 살다

지난 11월 4일, 도쿄 요요기공원 화장실 앞에 한 무더기의 사람들. 근처에 무슨 영화 촬영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반 시게루 설계의 반투명 화장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내부가 보인다는 위험한 콘셉트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화장실의 11월 어느 오후 이야기인데요, '볼 일 급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동시에 많은거야' 생각하게 할 이 장면은 11월 4일과 5일, 지난 해 2020년 8월에 시작해 지난 11월까지 약 3년간 진행된 시부야구에 화장실을 건설하는 'THE TOKYO TOILET' 화장실 순례 투어의 모습이었어요. 본 프로젝트는 저희 레터에서도 여러 번 소개를 했었는데요, 1번 타자로 반 시게루의 반투명 화장실부터, 안도 타다오, 쿠마 켄고, 그리고 그래픽 디자이너인 사토 카시와 씨와 패션 디자이너 니고 씨등 크리에이터 16명이 모두 17개(반 씨가 2곳)의 화장실을 완성하는 골자이고, 지난 달 11월 17일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 씨의 화장실을 마지막으로 '화장실 구상 개발'이 마침표를 찍었어요. 공공 화장실이라면, 없으면 곤란하지만 있어도 좀 곤란한 더럽거나 냄새나 피하게 되는 곳이기도 한데,

이 17곳의 화장실. 하나같이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달리 말하면 '화장실 같지 않은 화장실'의 기획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아무리 화장실이라 해도, 이만큼의 라인업, 아이디어와 애씀이라면 무려 투어 프로그램이 가능해질 일인 걸까요. 여섯 곳의 화장실이 마무리된 2020년 9월부터 순례 투어 프로그램을 시작해, 비정기적으로 지금 도쿄에선 시부야의 화장실을 돌고 있어요. 나아가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의 화장실 프로젝트를 포착한 사진집이 발매되고, 우리에겐 '베를린 천사의 시'로 가장 알려진 독일의 영화 거장 빔 밴더슨 감독은 영화로 본 프로젝트에 참여, 화장실을 배경으로 야쿠쇼 코지를 그곳을 청소하는 남자 주인공으로 영화 '퍼펙트 데이즈'까지 만들었거든요. 지난 칸느에서 첫 상영이 되었는데, 개봉을 앞두는 작품의 카피는 '이런 인생이 있다.' 어딘가, 화장실을 경유해 바라본 우리 삶에의 고찰인걸까요. 나서서 이야기하게 되지는 않는 것. 아마 그런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