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을 준비할 때면 숨가쁜 일정에 성수와 을지로 사이를 헤매는 일이 더해진다. 근사하게 멋을 낸 들뜬 사람들 사이에서나는 커다란 배낭을 맨 채 창밖을 바라보고 서있거나 운좋게 난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는다. 한시간 사십분의 이동거리는 너무 길고 지치기도 하지만 작업대를 떠나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그 시간을 대체로 몸은 쉬고 머리는 쉴 틈없이 굴리며 보내기는 하지만.
뚝섬유원지를 지날 때면 잠시나마 마음에 바람이 불어왔다가도 다음 역인 성수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나는 금세 전투태세가 된다. 두 손으로 배낭을 꼭 붙든 채 쏟아지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달린다. <뛰지 맙시다>는 딱딱한 서체의안내문을 볼 때면 잠시 멈칫하기도 하지만 어딘가를 향해 속으로 외친다. 지금 뛰지 않으면 내일은 날아가야 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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