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모든 게, 사랑에 배불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혼자라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여러 계절을 보냈던 것. 그늘진 벽에 기대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동급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 따위에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했던 낮밤이 없던 것. 사랑,이라는 말에 눈물보다도 코웃음이 먼저 치고 나왔던 것.
새하얀 도화지를 얻은 기분으로 마주한 새 겨울 거리를 걷다가 문득, 부끄러움이 터져 나왔어요.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아서 쉬지 않고 달리던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이 손을 꼭 붙들고 달리던 젊은 엄마의 헝클어진 머리를 보다가 문득. 사랑이 알고 싶어졌어요.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에 날은 너무 춥고, 어린 자식의 손을 꼭 붙든 채로는 전력질주할 수 없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그 마음을 건너편에서 훔치듯 읽던 제가 눈물을 터뜨리고 만 것은, 아마도 어렴풋이 사랑이란 감정의 힌트를 발견했기 때문일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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