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신생 브랜드의 만년필 두 자루

비교적 최근에 생긴 브랜드의 만년필들을 사봤어. 하나는 레오나르도 오피시나 이탈리아나(Leonardo Officina Italiana)의 모멘토 제로(알가), 다른 하나는 나왈(Narwhal)의 스퀼킬(애스퍼 브론즈). 괄호 안은 색깔이야.

둘 다 스틸닙이어서 비싼 펜들은 아니야. 레오나르도는 178,000원, 나왈은 59,800원 줬어. 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레오나르도 가격 정도도 비싸게 느껴질 수 있고 그렇겠지? 그리고 저 가격대는 아마 계속 변동이 있을 거야.

레오나르도는 지금은 없어진 ‘델타’라는 이탈리아 만년필 브랜드의 기술을 이어받았다고 해. 하지만 닙은 독일 ‘요보’사에서 제작한 것을 쓰고 있지. 모멘토 제로 모델은 이번에 처음 써보는데 기대 이상이었어. 밸런스가 좋은 펜이라고 하더니 정말 손에 쥐었을 때 착 감기는 느낌이더라. 내 손이 작은 편이 아닌데 굵기도 적당하고.

닙도 올해 모델부터 잉크 흐름이 더 좋게 개선했다고 하더니 손에 힘을 착 빼고 써도 부드럽게 써지네. 레진으로 만든 바디의 색깔, 패턴 모두 고급스럽고, 나는 은색의 로듐보다 골드나 로즈골드 트림을 선호하는데 그것도 취향에 딱 맞고 말이지. 이 가격에 이 정도 성능과 디자인이라면 스틸닙임에도 아주 만족스러워.

나왈은 미국에 있는 몇 년 안 된 브랜드야. 만년필 장인들이 모여서 만들고 있다고 하지. 특이한 건 닙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건데, 자체적으로 닙을 만드는 만년필 브랜드는 전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는데 말이야. 그걸 많이 홍보하고 있긴 하더라. 6만원 정도의 펜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는 피스톤 필러까지 갖춘 완성도 있는 펜이야.

다만, 자체제작 닙이라고 해서 기대를 좀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단단한 느낌보다는 좀 무르게 써지는 필감이어서 자주 쓰게 될 것 같지는 않아. 그에 비해 레오나르도 닙은 내가 좋아하는 정도의 단단함이었어. 부드러운 필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왈이 잘 맞을 수도 있고.

(가격은 둘째 치고) 둘 중에 어느 펜을 추천하겠냐고하면 나는 레오나르도 모멘토 제로 추천. 이십만 원 이하의 만년필 중에서는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러운 펜이야. 국내 만년필 대중화에 기여한 브랜드가, 나도 여러 자루 가지고 있는 라미(Lamy) 아닌가 싶은데, 솔직히 라미 살 돈에 좀 모으고 보태서 레오나르도 같은 펜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단, 이십만 원을 넘어가는 펜부터는 개인 취향에 따른 결단이라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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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외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