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도 무너졌다…지금은, 투자 집중력을 높일 때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

은행의 파산이 2주 연속 레터의 주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다른 은행인데요. 사실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이니까요. 지난 레터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와 우려할 만한 부분을 짚었습니다. 다행히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르고, 정교했는데요. 결과를 단언하긴 이르지만 공포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SVB 사태의 봉합을 고심하던 14일 유럽에서 더 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설이었습니다. 사실이었고, CS의 주가는 사흘 연속 폭락했습니다. 은행발 위기가 대서양을 건너 다시 불이 붙은 거죠.

SVB보다 훨씬 큰 공포로 다가오는 건 CS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텐데요. CS는 170년에 가까운 전통, 규모로도 스위스 2위, 세계 10위권의 투자은행입니다. 관리하는 자산만 2000조원이 넘죠. CS는 단순한 상업은행이 아닙니다. 예금을 주로 취급하는 상업은행은 각국의 엄격한 규제와 지원 속에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지만, IB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죠. M&A나 파생상품 같은 리스크 있는 투자에 특화돼 있습니다.

SVB가 급격한 금리인상의 폭풍을 피하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면 CS는 좀 다릅니다. 결정적인 투자 실패 때문이죠. 약 2년 전 월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빌 황 사건’입니다.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운용하는 아케고스캐피탈은 당시 100억 달러 정도의 자산을 굴리고 있었는데 CS 같은 글로벌 IB도 많은 돈을 투자했죠. 빌 황은 5~10배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고위험 투자를 주로 했는데요. 워낙 수수료를 많이 주니까 매력 있는 투자처였죠.

그런데 돈 빌려서, 그것도 레버리지까지 일으킨 이 투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눈치 빠르게 털고 나간 골드만삭스는 손실을 줄였지만 나머지 IB는 그러지 못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CS의 손실이 가장 컸습니다. 약 70억 달러(약 9조1600억원)에 달하니까 엄청난 규모죠.

사실 CS의 규모를 고려하면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문제는 돈만 잃은 게 아니라는 점. 돈 맡긴 투자자 입장에선 그런 생각이 들 만합니다. ‘골드만삭스는 피했는데 너희는 왜?’ 은행 이름이 ‘신뢰’인데 그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거죠. 사건 이후 빠르게 자금이 줄기 시작했는데 지난해에만 150조원 이상이 빠져나갔죠.

지난해 11월 사우디국립은행(SNB)의 긴급 수혈을 받고 살아나나 싶었지만 지난주 SNB가 추가 지원을 거부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습니다. CS가 무너지면 CS가 투자했거나, CS에 투자한 곳으로 위험이 급격히 전이될 텐데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제2의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큰 충격, 어쩌면 그 이상일수도 있고요.

스위스 중앙은행이 70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진화에 실패. 재빠른 매각 빼곤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다행히 후보는 있네요. 스위스 1위 은행인 UBS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때만 해도 CS는 전 세계에서 위기를 가장 잘 넘긴 은행으로 꼽혔는데요. 반면 UBS는 구제금융까지 받았죠. 15년 만에 두 은행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겁니다.

지난밤까지 전해진 소식으로는 UBS가 10억 달러에 사겠다는 제안을 했고, CS는 거절했다고. UBS가 제안한 가격은 주당 0.25스위스프랑인데요. 지난 17일 CS 종가(1.86스위스프랑)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UBS가 요구하고 있는 정부의 지급 보증 문제나 고용 승계 등 다른 이슈도 많습니다.

일단 스위스 정부는 UBS가 CS를 신속히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요. 충격이 시장 전체로 확산하는 것도 막아야 하고,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도 부담스러우니 스위스 정부 입장에선 ‘백기사’ 활용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결국 UBS의 요구 조건을 최대한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죠.

미국에서도 정부가 당장 대형 금융회사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11개 미국 대형은행이 파산에 직면한 중소은행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에게 직접 요청해 성사시켰다고. 주말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의 접촉설도 나왔습니다. 버핏은 세계 금융위기 때도 ‘구원투수’로 나선 적이 있죠.

미국 대형은행의 건전성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UBS의 참전으로 CS발 위기가 진화된다면 현 단계에선 몇몇 은행의 문제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겠죠. 물론 이건 긍정적인 전망이고요. 불씨가 어디로 튈 지 예상하기 어려운 단계입니다.

아무튼 새해의 문을 열 때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서핑도 파도가 적당할 때 하는 겁니다. 파도가 너무 크면, 날고 기는 서퍼도 힘을 쓰지 못하죠. 2022년 금리의 역습 앞에 초라했던 우리의 모습을 되새겨볼 만합니다. 지금은, 투자 집중력을 높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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